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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갈 길을 잃고 헤매다미사일과 함께 쏘아진 균열의 신호탄
출처: 뉴스원

지난 2018년 한반도는 11년 만에 개최된 2018 남북정상회담으로 낙관적인 미래를 꿈꿨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다는 성취감과 남북 간의 관계가 긴밀해질 것이라는 희망에 젖었기 때문이다. 각종 언론에서는 2018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으며, 전 세계는 2018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한반도에 분 평화의 바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평화의 바람에 균열이 일기까지 

지난 2018년 4월 27일(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한 것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친척 상봉 △2018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경기 공동 출전 △군사분계선 일대 모든 적대 행위 중지 등이 있다. 판문점 선언으로 합의한 내용은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 가장 핵심은 ‘완전한 비핵화’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2018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냉전 구조가 해체될 것이라 예상했다. 녹지 않을 것만 같던 냉전이 조금씩 녹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에서부터 국제 정세는 다시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지난 2018년 6월 12일(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해당 회담에서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등에 합의해 두 국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또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2018)이 다소 구체적이지 못한 합의를 이뤘기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과정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019)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렬됐다. 두 정상이 제재 완화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제정치 전문가인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진전과 양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양보에 만족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전면 비핵화를 요구했다. 또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상응하는 조치로 대북경제제재 해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제재 완화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전면 비핵화에 부담을 느꼈고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식의 협상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저강도 도발 vs 제재 강화

이번 달 4일(토) 북한은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방사포,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의 발사체를 발사했다./출처:노동신문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의 대립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 4일(토)과 9일(목)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토) 북한은 호도반도에서 240mm 방사포와 300mm 대구경 방사포,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으며, 9일(목)에는 구성 일대에서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비록 북미 정상회담은 결렬됐지만,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제재를 완화하고자 미사일 발사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발사체’에 불과한지 ‘탄도미사일’인지를 두고 상이한 입장을 보였다. 그 이유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북한과 타국 간의 관계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안보리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조치로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핵 등의 개발을 금지하고 북한에 대한 국가들의 자금 지원을 동결했다. 또 지난 2009년에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조치로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해 수출통제, 경제제재 등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도발의 강도를 높여 한반도와 미국, 일본 등 주변 국가를 긴장 상태로 만들었다. 이에 2017년 안보리는 유류 제한 조치가 포함된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추가로 채택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을 어렵게 했다. 이렇듯 북한의 꾸준한 도발로 유엔 안보리에서 여러 대북제재를 마련했기에, 만약 북한이 4일과 9일 쏘아 올린 것이 발사체가 아니라 탄도미사일이라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874호 위반으로 북한은 추가 제재를 받게 된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북한에 얽힌 국제사회의 이해관계 때문에 각 국가는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은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들은) 단거리였고 신뢰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앞으로 추가적인 협상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며칠 간의 분석 끝에 4일과 9일 발사체를 동일한 종류의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잠정 결론지었다. 이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주한미군의 분석은 공식입장이 아니며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발사체의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한국은 북한과 평화로운 관계를 위해 북한 발사체의 정체를 쉽게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는 현 정부를 ‘홍길동 정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게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제재를 풀고자 미국에 저강도 도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경제난과 식량난을 겪고 있으며, 내년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데 현재와 같이 대북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선 계획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남겨둔 채 미국을 압박하고자 저강도 도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제재 입장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번 달 북·미 사이 균열이 더욱 커지는 일이 발생했다. 9일(목) 미 법무부는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인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처음으로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북한 선박을 압류한 사례이다. 북한은 선박이 압류되며 외화벌이 수단을 잃게 돼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평화의 바람이 불던 2018년과 달리 2019년 현재 한국과 북한, 미국은 교착상태에 빠져 갈 길을 헤매고 있다.

 

북·미는 균열, 북·러는 견고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미국과 북한은 대치 중이며 한국은 중재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4월 25일(목)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 회담에서 두 국가는 △가스관 건설사업 △대북제재 완화 문제 △국제 제재 하의 북한 노동자 처리 문제 등을 언급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역액은 대북제재로 인해 크게 감소했다.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올해 1월 31일(목) 북·러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무역 확대를 위해 은행 거래 없는 물물교환 형식 및 공동 결제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이 방식을 통해 북·러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고도 무역량을 늘릴 수 있어 대북제재로 생긴 북한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 인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2017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로 유엔 회원국은 국가 내 북한 인력을 귀국 조치해야 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내 북한 인력 수는 현저히 줄어 북한은 노동자들을 통한 외화벌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런 북한의 어려움에 푸틴 대통령은 북한 노동자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의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또 러시아는 미·러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의 체제 보장을 주장하며 미국의 제재 유지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중국 역시 유엔 안보리의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을 도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끈 한국 정부의 노력에 존경을 표한다.” 사이먼 스미스 신임 주한 영국대사가 한 말이다. 2018년 북한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끈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중재자 역할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중재자 역할은커녕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 사이에서 한국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자가 아니라 미국의 동맹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 중국은 한미 동맹 관계가 약화되기를 원하기에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줘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미국 의원들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시점에서 한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은 중재자의 역할을 완전히 포기하지도,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지도 않은 상태다.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전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이란 주체는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북한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강력한 제재가 아니라 지원과 소통이라 여겼기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은 중단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지 않을 계획으로 보이지만 여론은 정부와 생각이 다른 듯하다. 한국갤럽(조사 전문 회사)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국민 44%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47%는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등 합의 내용을 잘 지킬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61%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북한의 합의 이행 가능성에 대한 긍정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는 58%였지만 현재는 부정의 비율이 훨씬 높다. 

 

2018년 불었던 평화의 바람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인지 현재 북한의 도발에 여론은 싸늘하다. 몇 년간 한반도에 주어진 과제는 비핵화를 통한 평화 구축이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다시 평화와 점차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비단 한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며, 비핵화로 인한 평화는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평화 구축을 위해 주변국의 공조,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소현 기자  sohyun09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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