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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시인“시는 우리에게 ‘점’ 같은 역할이다”

서울 하늘엔 낫처럼 솟은 달

잊힌 사내의 혀처럼 뾰족한 별빛

가운데서도 너는 아름답고 한없이 너는 선하다

<칭다오 칭다오> 中

 

김은경 시인께 대학생에게 추천하는 시를 물었을 때, 들려준 시의 구절이다. 이는 세상이 ‘너’를 모질게 괴롭혀도, ‘너’의 순수한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음을 전하고 있다. 이러한 문장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노래하며 그들의 외로움에 공감하는 시인, 소수자와 함께 행동하는 사회를 목표로 삼고 있는 출판사 『걷는사람』의 편집장, 김은경 시인을 만나보자.

 

Q. 2000년『실천문학』신인상을 통해 등단하며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눈’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 사물을 바라보는 눈, 타인을 바라보는 눈, 더 넓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이러한 눈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타자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굳이 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관심으로부터 시인들은 남들이 미처 보지 않는 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시인은 가장 마지막까지도 울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남들이 다른 사람의 슬픔이나 다른 감정들에 공감하여 눈물을 흘리다가도 울음을 그쳤을 때까지 마음으로 계속 울고 있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뜻이다. 좋은 시를 쓰는 사람들은 타자의 존재에 관심을 기울여 마지막까지 울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도 길을 다니며 해찰을 잘한다. 남들이 10분이면 갈 길을 20분을 간다. “여기 뭐 있나 저기 뭐 있나” 둘러보며 어제 없던 꽃이 새롭게 핀 것을 발견한다. 시인에게는 이러한 타자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 중요하다.

Q.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 <불량 젤리> 등 시집을 통해 다양한 시를 출간했다. 김은경 시인만의 특별한 시 창작 과정은 무엇인가?

A. 옛날에는 노트를 들고 다니며 계속 메모했는데, 요즘은 핸드폰으로 계속 메모하면서 다닌다. 메모 수준의 글이 점점 발전되어 한 편의 시로 창작된다. 일상에서 남들은 그냥 흘려듣지만 나에게는 인상 깊은 일들을 계속 적고, 그것을 시처럼 만들라고 하면 하나의 시가 창작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김밥 집에 갔는데 김밥집 사장님과의 대화가 인상 깊었다. 요즘 손님들이 김밥 꽁다리를 남겨 “우리 어릴 때는 김밥 꽁다리 하나 먹으려고 얼마나 엄마한테 애교를 부리고 그랬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나도 그 이야기와 김밥집 사장님의 안타까움에 공감해서 꽁다리의 미학에 대해서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게 한 5분 정도의 대화인데, 그러한 감정이 교감하는 순간을 주로 시로 담는다. 그래서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을 수집하며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여 시를 작성하도록 노력한다.

Q.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대인에게 시는 거리감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인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A. 큰 역할은 하지 못하겠지만, 시인은 ‘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이 손 밑에 가시 같은 점일 수도 있고, 꽉 막혀있는 사람에게는 숨구멍 같은 점일 수도 있다. 점의 역할이 작은 것 같지만 생각보다 꽤 크다고 생각한다. 1mm도 안 되는 사이즈의 점이 생겼을 때, “어, 이게 뭐지?”라며 한번 보게 되고, 그 점 때문에 완전히 달라지지 않더라도 그 점을 보면서 마음에 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아주 작은 점들을 계속 발굴하며 언급하는 것이 시인의 역할이다. 아무리 시가 현대인들에게 거리감 있게 느껴지더라도,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자기 인생을 한 번쯤 흔들만한 시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인은 사람들에게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전달하며, 그들의 변화에 시작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Q. 출판사『걷는사람』의 활동 현황과 앞으로 계획, 방향성이 궁금하다.

A. 작년에 <무민은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집을 발간했다. 16명의 소설가가 참여한 짧은 소설집인데, 동물권을 주제로 한 내용이다. 이 소설을 통해 동물권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했다. 또한 KARA(Korea Animal Rights Advocates)라는 동물권 행동 단체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여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기도 했다. 다행히 수많은 동물애호가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결과가 있었다. 

올해에는 세월호 추모 시집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년 추모 시집을 발간했다. 두 시집 모두 서예 캘리그래피 작가와 협업했다.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그저 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시인, 그리고 시의 대상들과 공감하며 한 글씨 한 글씨를 썼다. 시는 이미 써놓은 상태였지만 그들의 붓글씨를 보니 한 글씨마다 그들의 교감이 느껴져 울컥했다. 단순한 글쓰기라고 생각했던 캘리그래피의 다양성을 깨달은 인상 깊은 협업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체르노빌 원전 사태를 다룬 독일 작가의 소설을 번역해서 출간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원전 피해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체르노빌을 모두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체르노빌이 자신의 고향인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그곳에 살며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작성한 소설인데, 소설 주인공의 마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그들이 얼마나 고향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Q. 우리나라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신춘문예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문학 구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미술, 음악, 문학 같은 우리나라 예술의 공통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주목받는 사람만 계속 주목받는다. 아주 소수만이 꼭대기에 올라가 대접을 받고 그 이면에는 수많은 빈민 예술가가 존재한다. 특히 문학 부문에서는 꼭 수정해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 영역에서는 대형 출판사가 작품의 유명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연예인 기획사와 비슷하다. 한 연예인을 띄우기 위해서 기획사가 홍보하고 그 연예인에게만 투자하는 것이 문학세계에도 존재한다. 아주 드물게 독자들이 먼저 작가를 알아봐서 작가가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형 출판사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다. 대형 출판사가 작가를 선정해서 스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방식으로 대형 출판사는 자본을 이용하여 서적을 사재기한다. 즉 자본을 통해 서적 판매 부수를 늘려, 대중들의 관심을 이끄는 것이다. 이처럼 문학이라는 예술 영역에 미치는 자본의 영향력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Q. 시인 또는 작가를 꿈꾸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A. 20~30년 전의 최저생계비로는 글쓰기에 도전하며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저생계비를 유지하며 글쓰기에 계속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근처 후배들도 매우 힘들게 살고 있다. 대학 및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일찍이 등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문학 활동을 영위하며 멀쩡한 현대인으로 살기에 너무 힘든 세상이다. 특히 막 꿈을 시작하는 단계의 젊은이가 이러한 현실적인 벽을 마주하면, 시와 소설을 계속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들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젊은이들은 자신의 글에 대한 회의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자기가 쓰고 있는 글이 과연 좋은 글인지 고민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글은 누구에게나 주관적이며 객관적인 좋은 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내 글이 나를 치유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글이 없을 것이다. 내 글로 내가 치유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글을 계속 써야 한다. 글로 나를 치유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남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글을 믿었으면 좋겠다. 

박성준 기자  gooood8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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