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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에는 주입이 아닌 수렴이 필요하다

학기 종간호를 발간한다. 봄과 함께 그 막을 열었던 올해 1학기는 잔잔하면서도 소란스러웠다. 해오름제부터 대동제까지 크고 작은 행사들을 지나왔고, 동시에 등록금심의위원회, 학교·학생대표자협의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등의 회의들이 진행돼 여러 논의들이 오가기도 했다.

본지는 행사나 사건들뿐만 아니라 이 회의들 속 논의 안건들에 주목하며 논의 결과들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각 회의의 안건들은 매년 이어져 연속성을 가지기도 하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때론 침체되기도 한다. 한편 회의 방식은 매년 유사했다. 즉 논의의 방법이 같았던 것이다. 물론 각 회의는 회의에 참여하는 구성원들 간의 특정한 협의를 목적으로 이행되는 대화이기에 그 논의의 방법이나 방향이 일정하게 지속되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그 특정한 논의 방법이 비효율적인 방식임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비효율적인 방식이 반복된다면, 논의는 더 나은 해결을 낳기보다는 그저 의미 없는 논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학교·학생대표자협의회의 경우 주로 학생 측이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학교 측이 이에 대해 답변하며 서로 협의하는 방식을 보인다. 이는 말 그대로 ‘협의회’이기에 대화의 외연이  특정 범위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특정 회의에는 특정 구성원이 참여하며, 각 구성원들에겐 일종의 ‘역할’이 요구된다. 다만 이때 역할이란 회의를 구성하는 순간부터 의도적으로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의 과정 중 특히 논의가 무르익어갈 때에 명확히 드러난다. 이러한 회의 속 ‘역할’ 상정에는 회의 참여자들의 태도와 회의의 안건, 그리고 그 안건과 회의 주최의 시발점이 누구인지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지난 5월 초에 진행된 서울캠퍼스 긴급학생총궐기를 바탕으로 우리는 그 역할들을 짚어볼 수 있다. 총궐기가 열린 당일, 정족수 미달로 전체학생총회의 개회는 무산되었고, 학생회장단은 이를 곧 총궐기로 전환해 회의를 진행하였다. 현장은 꽤나 에너지가 넘쳤다. 분명 운동장 스탠드에 앉은 학우들을 바라보며 안건들을 주장하던 학생회장단은 나름대로 진취적이었고, 800명 가량의 학우들도 함께 구호를 외치곤 했다. 그러나 그 외침의 중간에서 대화나 논의와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일반 학우들을 소집하고 안건에 대한 찬반을 투표하며, 총학생회단의 주장을 설명하는 것만도 그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학우들이 학교의 상황을 알게 하고 회장단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학우들의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등의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회장단이 가져온 안건을 학우들에게 이해시키는 방식은 마치 회장단을 ‘안내원’이나 주최자로, 학우들은 회장단의 ‘고객’이나 관객과 같이 자리매김하게끔 한다. 학생회 내부에서의 논의는 이러한 역할들을 필요로 해선 안된다. 이보다는 구성원들이 외치는 이야기를 회장단이 수렴하고 정리하여 학교 측에 전달하는 방식이 더욱 효율적이며 내부의 대화와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현 회장단과 학우들의 대화 방향은 효과적인 논의를 끌어내기에 유리하지 않았다.

한편 세종캠퍼스 총학생회의 경우 지난해 2학기 전학대회에서 3년 만에 총학생회칙을 개정한 후 올해 1학기에는 따로 전학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지난 2학기 전학대회는 몇 년 만에 진행된 전학대회였던 만큼 회의 과정에서 학우들의 지적과 평가들이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논의보다는 회칙 개정 투표가 진행되어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채로 회의가 종료되곤 했다. 비록 학우들과의 활발한 논의는커녕 회의의 소집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학우들이 안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회장단이 ‘안내자’를 자처해 비효율적인 논의 방식을 취하더라도 회의를 진행해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 이후 회의 소집이 성사되었다면, 안건 제시의 주체가 어떤 구성원인지, 회의 속에서 구성원과의 대화를 원하며 가장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참여자가 과연 회장단보다는 일반 학우들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회장단의 역할은 안건을 안내하고 ‘학우들에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우들의 의견과 안건을 수렴하고 이를 정리해 논의할 수 있도록 앞장서는 것에 있다.

편집국장 홍준영  mgs0503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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