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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속 도사린 위협, 성범죄를 돌아보다

일상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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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금), 통계청은 ‘2018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발표하였다. 지표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범죄 발생 건수는 182만 5천 건으로 2017년 발생 건수보다 9.1% 감소했다. 특히, 형법을 어긴 범죄는 95만 9천 건을 기록해 전년보다 4.7% 줄어든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눈여겨볼 것은 성범죄가 전년과 비교해 증가했다는 것이다. 강도(-16.2%), 살인(-9.5%), 절도(-9.4%) 등 다른 주요 범죄는 모두 감소했지만, ‘미성년 성적 학대’와 ‘성폭력’만은 각각 14.3%, 11.8%씩 증가했다. 

CCTV 등 범죄 예방 기술의 발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치밀해진 정책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범죄 발생률이 줄어들었지만, 유독 성범죄 발생률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본지는 최근 논란이 된 바 있는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과 ‘버닝썬 사건’ 등을 반추하며,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를 돌이켜본다. 더불어 최근 대학가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성범죄를 분석하여 성범죄 없는 사회를 향한 작은 발걸음을 떼어보고자 한다.

 

신림동, 강남, 그리고··· 

8만 원이면 땡? 스토킹 범죄 

지난 5월 29일(수), 관악구 신림동에서 여성을 몰래 뒤따라가 집에 침입하려 한 A씨가 체포됐다. A씨는 전날 새벽 귀가 중이던 여성을 미행한 뒤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침입을 시도했고, 실패한 후에도 문을 두드리는 등 약 10분 동안 집 앞을 서성였다. 이 사건은 CCTV 영상이 공개된 후 더욱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성폭행을 시도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등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은 A씨에게 주거침입 혐의만을 적용해 체포했다. 당시 경찰은 강간미수는 폭행·협박을 동반해야 하지만 CCTV 영상으로는 그러한 요인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될 경우 A씨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만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신림동 강간 미수범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여론이 조성되자, 경찰은 뒤늦게 A씨에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미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6월 중순 강동구 암사동에서는 한 남성이 두 명의 여성을 뒤따라가다 경찰에게 검거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 사건의 가해자 B씨는 6월 18일(화) 오후 한 여성을 집 현관 앞까지 뒤따라가다가 여성이 이를 눈치채자 도주했고, 다음날 또 다른 여성을 엘리베이터까지 미행하다 역시 피해자가 눈치채자 도주한 바 있다. 경찰은 탐문 수사와 잠복근무를 통해 수사 시작 36시간 만에 B씨를 검거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신림동 사건과 마찬가지로 CCTV 영상에선 협박·폭행의 정황을 찾을 수 없었고, 술에 취한 행동이었다는 B씨의 진술로 인해 이 사건 또한 주거침입 혐의만이 적용되었다. 

이처럼 현재 사회 곳곳에서 스토킹 범죄가 종종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를 여전히 경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그렇기에 피해자에게 눈에 띄는 피해가 없을 시 가해자는 최대 8만 원의 범칙금만 물면 그만이다. 이렇듯 약한 처벌과 맞물려 스토킹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범죄의 수단과 형태 또한 다양해져 최근에는 SNS의 위치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 여성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으로 사진이나 글을 반복해서 보내는 ‘사이버 스토킹’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3일(월)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경범죄 처벌법상 일종의 스토킹이라 볼 수 있는 ‘지속적 괴롭힘’의 처벌 건수는 2014년 297건에서 2018년 54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통계에서 스토킹 범죄만을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올해 4월까지 매월 평균 375건의 스토킹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데이트폭력에서의 스토킹은 폭력이나 살인 등 중범죄의 전조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오고 있어, 현 제도를 유지하게 되면 피해자들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이와 같은 스토킹 범죄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법이 마련돼 있다. 199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가해자에게 최대 징역 5년을 선고하는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는 미국의 50개 모든 주에 강력한 반(反)스토킹법이 만들어진 상태다. 주에 따라 세부 조항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가해자에게 2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한 스토킹도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만약 스토킹이 다른 중범죄로 이어진다면 추가 형량을 받을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의 스토킹 범죄 처벌 제도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법무부는 작년 5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률은 스토킹 범죄를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지속·반복적으로 특정 행동을 하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문자·영상·물건 등을 보내는 행위 등을 나열함으로써 가해자가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또 기존의 범칙금 8만 원에 그쳤던 처벌을 강화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사건에 담당 검사와 경찰관을 지정하는 등 수사 과정과 피해자 보호를 개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 국회 발의가 목표였던 이 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내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지만, 경찰과 법원 등 부처 간의 이견으로 인해 언제 조율이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외에 국회의원의 입법으로 발의된 스토킹 처벌 관련 법도 20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7건에 달하지만 역시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잇따라 스토킹 범죄가 큰 논란이 되면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스토킹 처벌법 제정 또한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디지털 성범죄 

일러스트레이션/ 오세미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오세미 기자

늘어난 스토킹 범죄와 더불어 디지털 성범죄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헤어진 연인의 신체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가지고 협박하는 ‘비동의유포 성적 촬영물(일명 리벤지 포르노)’ 범죄가 2013년 2,300여 건에서 2017년 5,400여 건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유명인들의 범행 여부가 드러나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해당 범죄는 일반인들 사이에서까지 빈번하게 일어나 그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성범죄란 무엇일까?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 및 정보통신기술을 수단으로 온·오프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범죄이며,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및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대검찰청의 ‘2018 범죄분석’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의 발생 건수 구성비 중 지난 10년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범죄는 카메라 등을 사용한 불법촬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범죄 형태는 2008년 전체 성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 수준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에 이르러는 20.2%로까지 증가하여 그 폭이 16.6%p를 나타냈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사용이 늘어감에 따라 강간상해/치상 등과 같은 유형의 범죄보다 이와 같은 유형의 범죄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늘어나는 범죄율과는 대조적으로 불법촬영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기소율은 저조하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의 기소율은 2013년 54.5%였지만, 4년이 지난 2017년에는 34.8%로 급감하였다. 이러한 현상 뒤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먼저 제도적 취약성으로 인해 가해자 처벌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가해자에 대한 기소율이 저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디지털 성범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등에 저촉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보고서(2018)’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를 위해 가장 집중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단계로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단계(26.1%)’가 가장 높은 응답을 보였다. 이 조사 결과에 근거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서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된 경우에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책정된 양형기준이 비교적 낮다고 생각됨을 알 수 있다. 

또한, 피해 사실에 대한 피해자의 ‘내면화’도 가해자 기소율 저조 현상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예측하거나, 비난에 대해 스스로 ‘내면화’하게 되면, 피해 구제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 디지털 성범죄에 희생되는 피해자들은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대량 전송이 용이한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그 피해가 광역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기소되어 처벌받는 가해자의 비율이 적다는 점도 피해자의 고통에 짐을 더한다. 

또한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가지는 추가 피해에 대한 두려움과 확산에 대한 우려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김과 동시에 사건 해결의 걸림돌이 된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 사건 해결을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가해자의 불법 촬영물 유포에 대한 두려움(36.0%)’과 ‘주변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32.4%)’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 방안’에 따르면 불법 영상 유포 피해자의 45.6%가 자살을 생각했고, 이 가운데 42.3%는 구체적인 자살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영상이 한 번 유포되고 나면 완벽한 삭제가 거의 불가능해 인간 존엄성과 인격이 훼손되는 등 불안과 공포가 심각해 디지털 성범죄를 ̒̓사회적 살인’̓̓̓̓̓̒̒̕, ̒인격적 살인̕’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고귀했던 상아탑은 무너지고··· 

학문의 전당에 드리워진 성범죄의 그늘  

매번 ‘솜방망이 처벌’? 대학가 권력형 성범죄

일러스트레이션/ 오세미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오세미 기자

2018년, 중앙대에서는 일어일문학과 교수·경영학부 교수·문화연구학과 강사·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연루된 4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중앙대 측은 사건에 연루된 교수진을 대상으로 파면 등 강한 징계가 아닌 정직 등의 가벼운 징계를 내렸고, 이후 해당 교수들은 대학에 복귀했다. 이에 중앙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성신여대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작년 성신여대 실용음악과 A교수에 대한 제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었고 사실로 밝혀졌으나, 당시 성신여대 측은 A교수에게 ‘경고’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고 해당 교수는 올해 재임용되었다. 학교 측의 가벼운 징계에 반발한 성신여대 학생들은 ‘교육이란 이름 아래 성폭력을 중단하라!’며 거리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올해 서울대학교에서도 서어서문학과 B교수가 제자를 상대로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직후 서울대 인권센터는 중징계 조치(최소 정직 3개월)를 대학 본부 측에 권고했다. 서울대 학생 측은 전체학생총회 등을 개최하며 B교수를 파면하라는 목소리를 지속해서 냈고, 일부 학생들은 동맹 휴업을 통해 학교 측에 항의했다. 학생들의 거센 비판 여론에 결국 서울대 측은 교원징계위원회를 통해 해당 교수를 해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학가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형식적인 징계 절차를 꼽는다. 작년 12월 5일(수), 중앙대학교 교내외 문화연구가와 인문학 연구가 258인은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 해결 및 대학 내 위계 구조와 불평등한 젠더 문화 변화를 촉구하는 문화연구자·인문학연구자 선언’의 선언문을 통해 성폭력 사건을 봉합·축소한 채 일부 가해자만을 처벌하는 등 꼬리 자르기 식의 관행을 문제로 지적했다. 학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본질적인 구조 개선에는 나아가지 못한 채 가해자 처벌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내 권력형 성범죄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제도적으로는 학내 성폭력 사건을 전담해 처리할 수 있는 인권센터 설치 등의 방안이 있다. 교내 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의 개선 또한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교수 대상 징계위가 위원회에 회부된 교수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징계위원의 익명성을 강화하고 징계위에 피해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학생 위원을 의무적으로 참여시키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 내 잘못된 위계 구조와 불평등한 젠더 문화를 변혁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들키지만 않으면 돼? 단톡방 성범죄

대학가 내에서는 권력형 성범죄 외에도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속에서 이루어지는 성희롱 등 ‘단톡방 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크게 논란이 된 단톡방 성범죄는 2014년 국민대에서 시작하여 2015년 고려대, 2016년 서강대, 2017년 연세대와 동국대, 2018년도에는 서울대 및 본교까지 매년 일어나며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범죄 유형의 원인으로 단톡방 내 범죄는 들키지 않을 것이란 잘못된 인식을 꼽는다. 모바일 메신저를 폐쇄된 공간으로 인식하여 잘못된 성(性) 의식을 나누면서도 범죄적 행위가 들킬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단톡방을 사실상 공개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폐쇄된 단톡방이라 하더라도 참여자들의 전파 가능성과 유출 가능성이 있기에 공연성(많은 사람이 알 수 있을 정도)이 인정되어 모욕적인 언사가 오갔다면 피해자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출입통제가 답 될까? 외부인 침입

한편 여자대학교(이하 여대)를 중심으로 대학 내 외부인 침입으로 인한 성범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숙명여대에서는 여자 화장실에 숨어있던 남성이 몰카 설치를 의심한 학생에게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남성이 이후 마약 수배자로 알려지며 더욱 큰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지 3개월 만에 같은 학교에서 여장한 남성이 붙잡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여대를 중심으로 외부인의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9월, 이화여대에서는 외부인 남성이 침입해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대학들은 해결책으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보안 업체를 변경하고 교내 건물 출입통제 시간도 밤 10시에서 9시로 앞당기는 등 외부인을 통제하는 보안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동덕여대는 출입 카드가 있어야만 교내 건물을 출입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이화여대 역시 교내 무인경비 시스템인 카드리더기 설치를 늘렸다. 두 대학모두 교내 폐쇄회로(CC)TV 설치 또한 늘리는 등 추가적인 보안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외부인 통제 대책들이 현실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학과 지자체, 경찰 사이의 치안 프로그램 공유나 근처 주민들과의 협력 등이 제시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학생 자치 기구, 대학 근처 주민 대표, 지역 학부모, 대학 앞 상점 등 여러 주체가 함께 생활권 내 치안상 허점을 알리고 시설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사례를 늘려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치안 협력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잠재적 범죄자들이 특정 행동을 취하면 쉽게 발각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것도 예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성범죄 없는 사회, 전문가에게 길을 묻다 

지난 4월 24일(수)에 방송된 『실화 탐사대』(MBC)는 대중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해당 방송은 『특정강력범죄에 의한 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던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얼굴이 최초로 공개되고,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인 ‘성범죄자 알림e̓’의 허점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성범죄자 관리를 위해 전자발찌 부착 등 여러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로 다시 범죄를 일으킨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며 현재의 성범죄자 관리 대책이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교 왕혜숙 교수와 A대학 김은정(가명)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효과적인 성범죄자 관리제도를 알아보고, 궁극적으로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탐색해보자. 

 

* A대학 김은정(가명) 교수의 경우, 해당 교수의 요청에 따라 소속 대학 및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함을 알려드립니다.

 

Q1.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위해 만들어진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속 주소와 실제 거주 주소가 다른 점, 신상정보 고지 대상에 여성이 배제된 점, 성범죄자의 구체적인 주소(건물 층 및 호수)를 알 수 없는 점 등 현재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에는 여러 허점이 존재한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

A. 김: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는 제도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위헌론 및 그 폐해에 관한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기본적으로 실질적인 운용에 있어 범죄 예방 효과와 범죄자 및 그 가족의 인권 보호 사이에 균형을 이루도록 신중하게 행해져야 한다. 다만 현행 공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개된 주소와 실제 거주하는 주소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신상공개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을 모두 무용하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장조사와 같은 절차를 통해 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일치하지 않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펼 수 있으려면 인력과 자원문제가 동반되므로 일단 성범죄자 등록 대상을 축소를 검토하는 등 정책의 효율적 시행이 중요하다고 본다.

A. 왕: 현재의 한정된 행정, 치안 역량에 맞게 관리 대상을 축소하고, 이들에 대해서라도 철저한 관리, 감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외국 사례처럼 강력·흉악범이나 갱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이는 성범죄자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Q2.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차고 재범을 저지르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전자발찌 부착의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 전자발찌 부착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김: 신속하게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가 중요하다. 전자발찌를 통한 감시를 하다가 이상이 감지되면 곧 출동할 수 있는 단일화된 전담팀 구성 등 현재 위치추적 시스템을 보완하여 위치추적의 공백을 메우는 기술적 개발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력 자체로 성범죄자의 범죄 욕구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보다 근본적인 교육 및 봉사를 통한 교정프로그램의 운영 등이 대안으로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Q3. 그렇다면 성범죄 근절을 위해 한국 사회의 구조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A. 김: 다른 범죄에 비교해 성범죄가 가지는 특징 중 하나는 권력 구조에서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에선 부당한 권력의 행사와 그 행위에 저항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우월한 지위에서 행해지는 이른바 ‘갑질 문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A. 왕: 성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은 개인이나 사회 구조 모두에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 범죄는 어떤 면에서 발견도, 대응도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반해 사회 구조 때문에 생기는 범죄, 일탈은 상대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대응이 쉬울 수 있다. 사회 기저에 깔린 기존의 성(性) 인식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되기에 기존의 성 인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된 여러 사건처럼 현재 우리 삶 곳곳에 성범죄 위험이 숨어 도사리고 있어 많은 시민이 일상에서 성범죄의 공포를 느끼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심지어 스토킹 범죄, 디지털 성범죄, 단톡방 성범죄 등 그 유형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성범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앞선 전문가의 말처럼 정부 차원에서의 범죄 예방 효과가 약하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성범죄자 관리제도, 부족한 성범죄 관련 처벌 법률 등과 같은 국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명하복의 권력 구조, 가부장적인 성(性) 의식 등을 개선하는 식의 사회적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성범죄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 나아가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 나갈 때 성범죄 위험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박주형 기자(timpark0912@mail.hongik.ac.kr)

김채원 기자(won6232@mail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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