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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수 지음, 살림, 2019

<광고와 판촉> 전인수 교수가 추천하는 『개념설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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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소개하기는 쉽지 않다. 이유는 책을 쓰고 나서 생각하면 미진한 구석이 있고 자칫하면 누군가에겐 책 홍보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홍보의 여지를 줄이면서 객관적인 눈으로 『개념설계의 시대』를 소개한다. 간결하지만 많은, 그리고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재미나 흥미로 읽기엔 부적합하다. 작정하고 읽지 않으면 아마도 중간에 그만둘 것이다. 이에 중단하지 않고 읽도록 도움을 주는 글을 지금부터 쓰려고 한다.

흥미나 재미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책은 저자의 안목인 프레임을 먼저 이해하면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대학교수가 쓴 책은 대부분은 프레임이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과거 사실을 분석하여 이론을 끌어내는 프레임이 있고(유발 하라리의 책을 비롯한 인기 있는 책 대부분 이 프레임으로 쓰여 있다), 미래를 대상으로 꿈같은 예측이나 예상을 하는 프레임이 있다. 하지만 『개념설계의 시대』는 두 프레임에 모두 속하지 않아 헷갈릴 것이다.

이 책은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동시대를 겨냥하고 있다. 동시대란 내가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 즉 현재와 미래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나’ 혹은 ‘우리’ 중심의 시간 표현이다. ‘나’ 혹은 ‘우리’ 중심이라 기존의 두 프레임과는 다르다. 기존 프레임은 외부나 타자의 객관화를 통해 진리를 찾으려 한다. 이는 사회과학자나 자연과학자의 프레임이다. 이와 달리 이 책이 택하는 프레임은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한다. 그래서 이를 인문적 프레임이라 한다. 인문적 프레임으로 쓴 글을 읽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성과 핵심어를 캐치하는 것이다. 아무리 긴 소설도 시대성이 반영된 용기, 정의, 고난, 불행 등의 간단한 주제로 요약할 수 있다. 『개념설계의 시대』의 핵심어는 바로 ‘개념설계’다. 시대성에 맞는 개념설계의 여부가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시대임을 그리고 있다. 어떤 내용인지 보자.

책의 콘텐츠는 5부로 구성된다. 1부는 개념설계가 무엇인지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논의한다. ‘늑대와 개의 시간,’ 열린 개념과 닫힌 개념, 모방개념과 창안개념 등을 유념해서 보면 된다. 2부는 개념설계를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한 마디로 ‘생각의 혁명’인데 망치, 사고기법, 촉 등에 주목하면 될 것이다. 3, 4부는 개념설계의 사례로 기업과 국가로 나눠 예를 구체적으로 들고 있다. 3부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어는 개념경쟁, 개념소비자, 비루하지 않은 경영 등이고 4부에서는 분노, 일, 공간적 특성 등에 주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5부 마무리는 내 인생의 개념설계다. 보통 삶의 개념설계를 다루는 책은 이타적 삶, 진정한 삶 등을 많이 얘기하지만, 이 책은 개별성 (individuality)에 주목한다. 나로서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는 삶의 설계를 말하는데, ‘마음의 정원 가꾸기’에 주목하면 된다.

지금까지 이 책의 인문적 프레임과 콘텐츠를 간단히 소개하였다. 하지만 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다.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가? 교수가 무슨 헛소리를! 해당 책은 현대 분석철학의 중심에 있는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1951)의 철학에 근거한다. 그의 철학은 한 마디로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언어가 세상과 논리적 구조를 공유하여 세상에 관한 진리를 그려내는 특권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로 그려지지 않는 것, 즉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침묵할 것을 권고한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말(개념)을 사용해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숨겨져 있던 세상을 새로 드러내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에서 하나의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이유는 위대한 삶을 살다간 선인들의 공통된 특징이 바로 개념설계 능력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사랑, 부처님은 자비, 공자님은 인륜이란 새로운 개념을 설계했다. 피카소를 비롯한 예술가, 카뮈를 비롯한 작가들도 마찬가지로 이 개념설계 능력이 탁월한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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