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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화장실에 누구 있나요?

침대에서 일어나 뜨다만 눈으로 스위치를 찾아 화장실 전등을 키고는 변기에 앉는다. 아침 배변의 성패는 그날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곤 한다. 학교에 와서는 볼일 보거나 손을 씻거나 혹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기 위해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실제로 비뇨기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약 4~10회 화장실을 간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지금도 당신은 화장실 한 칸을 차지한 채 회색갱지를 부여잡고 일상 속 여유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화장실은 배변활동을 책임지는 동시에 우리 마음에 작은 여유를 안겨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공간, 화장실은 어떻게 발전을 해왔고 현대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 알아보자.

호모 ‘토일렛’의 탄생

 

▲고대 로마의 공중화장실. /출처: 조선닷컴


현재 화장실을 누가, 언제, 어디서 발명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류가 약 5000여 년 전부터 화장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장실은 인도에 있는 모헨조다로 유적에 있다. 이는 현대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세식 화장실과는 차이가 있지만 흐르는 물에 배설을 하는 원리는 오늘날의 것과 비슷하다. 한편 고대 로마제국의 상류층들은 일찍부터 목욕 문화와 함께 발달한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들은 하수도와 상수도 시설을 분리시켜 오물을 흘려보내는 수세식 화장실과 대리석 소변기들이 설치된 공중화장실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나라에서 화장실은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화장실을 ‘뒷간’, ‘측간(厠間)’으로 불렀다. ‘뒷간’이라는 단어에는 두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는 ‘뒤를 보는 집’이라는 뜻으로 ‘대변을 보는 집’을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다. 이는 당시 개인의 배변활동을 언어적으로 감추려는 유교적인 사상이 담겨있다. 다른 하나는 ‘뒷마당에 자리한 집’이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실제로 화장실이 집과 떨어져 뒷마당에 위치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뒷간’의 한자어인 ‘측간’ 또한 ‘마당 한 귀퉁이에 놓인 집’이란 뜻을 가진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옛 화장실은 일상생활을 하는 집과는 따로 분리되었는데, 여기에는 우리 조상들의 과학이 담겨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주로 인분을 거름으로 썼는데, 이때 변을 부패·발효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메탄, 암모니아 등의 가스를 원활히 배출시키기 위해서는 화장실 내 통풍이 잘 돼야 했다. 또한 통풍이 잘 이뤄지면 인분 내 미생물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어 발효 또한 빨라져 거름생산이 효과적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조상들은 화장실을 통풍이 잘 되는 집 밖에 설치하였다.

화장실, 또 다른 문화가 되다

 


이렇듯 화장실은 고대부터 계속해서 존재했지만, 오늘날 청결을 중시해 깨끗하고 잘 정돈된 화장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화장실의 발전은 유럽의 산업화와 맞물린다. 영국 내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인 런던으로 빠르게 몰려들었는데, 이 탓에 사람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지며 복층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직 화장실이 발달하지 않아 2층 이상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주로 요강을 사용해야만 했다. 이때 사람들은 일일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분뇨처리를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 창문 밖으로 인분을 던져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행위는 결국 도시에 각종 전염병을 창궐하게 만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을 중심으로 화장실의 개선과 발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에 이르러 많은 국가들에서 깨끗한 화장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유엔은 개발도상국의 25억 명 인구가 여전히 화장실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유엔은 이들 국가의 화장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11월 19일을 ‘세계 화장실의 날’로 정하고 국제적인 위생시설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한편, 화장실은 국가의 위생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의 역할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알고자 한다면 그 나라의 공중 화장실을 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화장실은 국가의 를 담고 있다. 실제로 각 문화권에서 화장실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문화를 형성해왔다. 그 예시로 불교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르며 근심을 풀며 번뇌가 사라지게 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해우소에서는 일반 화장실과 달리 머리를 숙여 아래를 보지 않아야 하고 힘쓰는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는 등의 문화가 형성됐다. 또한 대부분의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인도에서는 손과 물을 이용해 뒤처리를 한다. 손으로 밥을 먹는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뒤처리를 하는 왼손과 밥을 먹는 오른손을 구분하여 사용한다.
현대의 화장실은 기술의 발전과 사람들에 필요에 따라 발전해나가고 있다.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비데’와 일어나면 자동으로 물이 내려가는 변기,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소리를 감춰주는 ‘에티켓 벨’ 등은 최근 화장실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권을 담고자 하는 화장실

 

▲성중립 화장실 표지판. /출처: 중앙일보
▲경찰이 공중화장실에서 불법촬영장비 설치여부를 점검하는 모습. /출처: 디트news24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은 대게 성별이 구분되어 설치돼 있다. 성별을 구분하는 가장 단순한 이유는 배설 과정에서 생식기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성별 구분을 없앤 ‘성중립(gender natural) 화장실’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물학적 성별로 공중화장실을 구분하는 것이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라고 보는 시각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중립 화장실 도입은 2010년 미국의 롱비치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화장실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가진 다른 남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이어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 내 성중립 화장실 설치를 지시했다. 또한 뉴욕시에서 2017년부터 시내의 모든 공중화장실에서 남녀 성 구분을 없애는 조례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의 대표 발의자였던 대니얼 드롬 시의원은 해당 조례안의 통과를 뉴욕시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사회를 지지하고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성중립 화장실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성중립 화장실은 남녀 구분으로 인해 사용자가 없어도 줄을 서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화장실 이용 자체적 측면에서도 이점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스웨덴과 캐나다 등으로 성중립 화장실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공공시설에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서울시는 지난 2017년 12월 성중립 화장실 개념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관한 내용을 인권 정책 기본 계획 초안에 담은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로 인해 본안에서는 이를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성중립 화장실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로 인해 성범죄가 증가할 것을 가장 우려한다. 이는 최근 표면 위로 드러난 화장실 불법촬영으로 인한 공포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화장실에서의 불법촬영이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휴식의 공간인 화장실이 성범죄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는 화장실을 ‘육체적으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서 부드러우면서도 힘을 주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곳’이라 정의한 바 있다. 이처럼 화장실은 예로부터 개인의 은밀한 배변행위와 휴식 등을 보장해주는 공간이다. 따라서 화장실이 서로의 편안함을 훼손하지 않고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제도와 인식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다니엘 푸러, 『화장실의 작은 역사』, 들녘, 2005.
야콥 블루메, 『화장실의 역사』, 이룸, 2005.
이상정, 『호모 토일렛』, 진화기획, 1996.
이동범, 『자연을 꿈꾸는 뒷간』, 들녘, 2000.
조의현, 『세상의 모든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이담, 2018.
 

우시윤 기자  woosy0810@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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