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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조항주 교수생사의 갈림길 앞에 뛰어들다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 「히포크라테스 선서」 中 -

이 구절은 전 세계 의학도들이 의사라는 직업에 뛰어들기 전에 하는 선서로, 의사의 직무를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겠다는 그들의 숭고함이 담겨있다. 목숨을 위협받을 만큼 크게 다친 환자들을 위해 항시 대기하고, 환자를 골든타임* 안에 치료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권역외상센터는 이 선서의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을 살리는 의사로서의 신념과 뜻을 마음에 품고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 조항주 권역외상센터장을 만나보자.

Q. 현재 외상외과는 신경외과, 흉부외과와 함께 업무 강도가 센 분과로 꼽혀 많은 의학도들이 기피하는 분야이다. 그 중 권역외상센터 근무는 언제 어디서 응급 상황이 터질지 몰라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선호도가 낮다고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외상외과를 선택하고 더불어 권역외상센터장까지 도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과거에는 치료만 받으면 살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수치를 ‘예방 가능 사망률’이라고 하는데, 이 수치가 현재까지도 35% 정도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 항상 안타까움을 느끼곤 했다. 실제로 외상환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2005년에 이라크에 7개월 가량 파병을 다녀오면서 많은 외상환자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주로 파편에 의해 다친 외상환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외상외과에 관심이 갔다. 또, 파병지에서 같이 근무했던 미군이 선물한 외상에 대한 책에 흥미를 느끼면서 혼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경험을 기점으로 파병지에서 돌아온 이후 외상 관련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이러한 과정들이 있었기에 현재 권역외상센터장을 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권역외상센터에는 지난 2017년 발생한 아파트 20층 높이 크레인에서의 추락 사고 환자와 2018년에 발생한 군부대 내의 총기 사고로 인해 팔과 몸통에 큰 상처를 입었던 철원 관통상 환자 등 여러 분야의 치료가 한 번에 이루어져야 하는 중증외상환자들이 많아 급박한 상황이 계속된다고 알고 있다. 실제 권역외상센터의 하루가 궁금하다.

A. 이 곳에서는 중증외상환자가 가장 우선시되며 외상환자만을 위해 권역외상센터의 소생실, 중환자실, 수술실을 모두 비워놓고 의료진은 항시 대기 중이다. 아침은 대개 입원 병동의 회진을 도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략 70명가량 되는 중환자와 일반 환자가 있는 병동에 회진을 돌다 보면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했다는 응급 콜을 받는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대략 10건 정도의 응급 콜이 있는데, 연락을 받으면 대기하고 있던 전문의는 10분 이내에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시작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 한 시간 이내에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응급환자가 많이 오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대개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몰려 있다. 특히 심야 시간대에는 의료진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고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Q. 권역외상센터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2010년부터 현재까지 약 9년간 권역외상센터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나 특별했던 순간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권역외상센터의 특성상 이송되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크게 다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추락 때문에 머리를 심하게 다치거나 전신이 부러져서 오는 환자처럼 생존 확률이 낮아 보이는 환자들을 살리는 순간이 아무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한번은 버스에 깔려 복벽이 완전히 열려 장기가 쏟아지고, 골반과 다리가 골절되는 등 심한 부상을 당한 아이가 있었다. 모든 의료진이 붙어 그 아이를 치료했고, 퇴원할 때 즈음에는 아이가 조금씩 걷는 모습을 보며 정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퇴원 이후에 감사 인사를 전해오면 힘든 순간에 큰 힘이 된다.

외상환자들의 대부분은 사회에서 한창 일할 나이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상 이러한 사람들이 안타깝게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한다. 순간의 실수로 사고를 당한 분들을 열심히 치료하여 그들이 다치기 이전처럼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볼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Q. 언제 어디서 응급 상황이 터질지 몰라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권역외상센터에서의 생활에는 남다른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본인은 어떤 점이 가장 큰 고충이라고 생각하는가.

A. 체력과 인력문제가 크다. 정부에서 정한 권역외상센터 의료팀 정원은 23명이지만 본원은 현재 9명 정도이다. 전국의 모든 권역외상센터의 의료팀이 그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하지만, 의사 한 명당 맡는 환자 수가 많으므로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이는 젊고 체력이 좋은 의사들이 계속해서 외상외과로 유입이 된다면 보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나이가 들어 체력은 조금 줄어들지라도 그 경험과 지식은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존의 의사들과 새로 입문하는 의사 간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새로 들어오는 인력이 많지 않다 보니 체력적인 어려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또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자에게만 집중하게 되면서 홍보와 같은 활동에는 상대적으로 노력을 쏟지 못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닥터헬기의 경우 권역외상센터가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건이지만, 거주 단지 한가운데 위치한 병원 특성상 소음과 관련한 민원이 제기된 바가 있다. 이러한 점은 홍보나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이 외상 의료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충분히 조율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최근 경기도청은 경기 남북부 권역외상센터 지원, 위기대응 수준 향상을 위해 ‘경기도 외상체계지원단’을 출범시키며 이와 함께 닥터헬기를 도입했다. 도입 이후 실제로 그 효과를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현재 경기북부는 소방과 군의 의무후송항공대와 연계하여 환자를 이송 중이다. 이렇게 헬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송 시간을 단축하여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함이다. 실제로 경기북부 지역은 지역 특성상 산이 많아 산악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산악사고의 대부분은 추락 사고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닥터헬기의 효과를 크게 느낀다. 사고 발생 시 육로로 이동할 경우 추락 지점에 접근이 어렵거나, 구조팀이 환자를 들것으로 들어 하산시켜야 해 골든타임을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추석 연휴 기간에도 실제로 야간 산행을 하다 추락 사고로 이어져 헬기를 통해 외상센터에 이송되어 온 환자가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헬기의 이점과 지역적 특성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지금 현재 의사를 꿈꾸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많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A. 의사라는 직업은 약자를 도울 수 있는 직업이다. 의사를 꿈꾸며 노력하는 학생들이 이러한 의사의 영향력을 선한 방향으로 사용하여 고통받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힘들다는 편견 때문에 외상외과에 지원하기를 꺼리기보다 의사로서 가치를 빛낼 수 있는 이 분야에 도전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새로 입문하는 의사들을 위해서 수술 경험을 쌓기 위한 교육과정들을 다잡고, 외상센터의 전용시설과 장비가 원활히 운영되도록 시스템을 병원 전 단계, 구조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외상외과와 권역외상센터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치료를 받지 못해 억울하게 죽음을 맞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의사로서, 그리고 경기북부 외상센터장으로서의 목표이다.

 

* 골든타임(golden time):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하는 최소한의 시간.

김채원 기자  won623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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