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적색신호 켜진 국내 게임 산업, 찬란했던 과거는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 게임업계가 묻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 맞다, 셧다운제 당하는데….” 프로게이머 이모군이 경기에서 패배하기 직전에 남긴 말이다. 이모군은 2012년 당시 15세의 나이로 프랑스가 주최한 스타크래프트 대회 ‘아이언 스퀴드 2’에 참가했다. 하지만 본 대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탓에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들에겐 시차 문제가 발생했다. 대회는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진행됐고 이로 인해 ‘셧다운제’ 규제 대상에 해당한 이모군은 어쩔 수 없이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국내 게임 산업은 어느덧 10조 원이 넘는 규모의 크기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국내·외 수많은 게임 팬들의 성원으로부터 탄력을 받아 발전을 거듭하며 주요 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췄고 온라인 게임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주최하는 프로리그 대회는 억 단위가 넘는 상금을 내걸며 게임 산업의 입지를 다지고 게임문화의 발전과 게임에 대한 인식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게임이 전 세계를 막론하고 어린아이들이 코 묻은 돈으로 즐기던 과거의 추억 그 이상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 산업은 셧다운제,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록 관련 이유들로 인해 부정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짙은 선정성을 띠는 게임과 수익 창출에만 치중한 업계 현황은 국내 게임 산업 성장이 더욱 난항을 겪게 한다. 

 

찬란했던 대한민국 게임 산업 

지난 2004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스타크래프트 스카이 프로리그 2004 결승전>이 열렸다. 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무려 10만 명 규모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당시 모여든 관람객의 수는 같은 시각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올스타전 관객의 약 6배에 달했다. 이어 1년 후에 열린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에서는 무려 12만 명이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봤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힘입어 케이블 TV에서는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중계해 현장의 열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또한 게임 전문 방송업체인 온게임넷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인 MBC도 MBC게임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e스포츠 중계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국내 게임 산업은 미국 게임 회사 블리자드(Blizzard)가 제작한 <스타크래프트(Starcraft)>의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스타크래프트의 흥행 성공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1조 1,400억 원 이상의 산업 확대 효과를 일궈내고 약 1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더불어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으며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도 생겼다. 이는 여러 국내 게임을 양산하는 초석을 다졌으며 <메이플스토리(Maple Story)>, <서든어택(Sudden Attack)>, <던전앤파이터(Dungeon & Fighter)> 등과 같은 인기 게임을 배출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또한 국내 대형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사(NCsoft)가 1998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Lineage)>는 2년도 채 안 돼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누적 매출 2조 원을 넘어서는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프로야구에도 진출하는 등 국내 게임 산업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게임 산업의 현주소 

그러나 국내 게임 산업의 성장이 지속해서 상승곡선만을 그리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국내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일명 '빅3' 기업인 △넷마블(Netmarble) △넥슨(NEXON) △엔씨소프트의 실적이 감소하면서 게임 산업이 불황에 빠졌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넷마블은 작년 4분기에 매출 4,871억 원과 영업이익 38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20.9%,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것이다. 국내 최대 게임 업체인 넥슨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넥슨은 작년 4분기 실적에서 매출은 1년 전보다 13% 줄어든 4,594억 원을, 영업이익은 67% 줄어든 389억 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도 같은 기간에 영업이익이 40%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게임 산업은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 시장 진출에서까지 고전을 겪고 있다. 

 

한국 게임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돌아보다 

일러스트레이션/ 오세미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오세미 기자

돈 놓고 돈 먹기, 사행성 짙은 유료 아이템

대학생 A군(21)은 굉장한 야구광이다. 그는 실제 야구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모바일 야구 게임 또한 즐겨 한다. 실제 경기 관람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이 무료로 배포된다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 내 능력치가 좋은 선수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러한 선수들은 이적 시장에서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과금 결제를 통해 많은 양의 게임머니를 확보하는 방법 외에는 획득할 방법이 거의 없다. 그 때문에 A군은 하는 수 없이 유료 결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 게임 아이템을 얻곤 했지만, 원하는 선수를 얻는 경우는 드물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현질(유료 결제)을 하다 보니까 오기가 생겨서 습관이 되더라고요.” 실제로 A군은 지난 7~8월 두 달간 결제 비용이 20만 원 안팎에 이르렀다. “분명히 출현 확률 20%라고 쓰여 있는데 왜 내가 사기만 하면 안 나오는지…. 그래서 문득 결제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군의 사례처럼 대부분의 온라인/모바일 게임은 다운로드 및 설치는 무료이지만, 게임 내부에서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하는 ‘부분 유료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업체는 유저로 하여금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면 승리 확률이 높아지게 하여 유료 결제를 유도한다. 그런데 이러한 캐시 아이템 중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아이템은 굉장히 드물다. 또한 대부분이 기간제이거나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해 소위 ‘뽑기’를 하는 형태다. 이러한 형태는 능력치가 좋거나 희소한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낮춘 채, 별 효과가 없는 아이템들을 자주 나오게 함으로써 유저들의 과금을 유도한다. 현재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거해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을 유료결제로 구매하도록 하는 경우 각 아이템의 출현 확률을 유저들에게 공지하게 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유저들은 ‘공지된 확률보다 더 나오질 않는다’라며 확률 조작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금 유도에 지친 유저들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하고, 실제로 A군처럼 염증을 느낀 유저들이 대거 떠나면서 게임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도 간간이 찾아볼 수 있다.

 

팬들도 떠나게 하는 ‘낯뜨거운’ 게임, 선정성에 치우치다

세 자녀를 둔 B씨(37)는 얼마 전 웹 서핑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선정적인 문구가 붙은 게임 광고가 자주 방문하는 웹 사이트 광고 배너에 버젓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광고에 대놓고 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충격적이었어요.” B씨로서는 얼마 전 4살짜리 막내에게 스마트폰으로 아동용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여주려다 아이에게 부적절한 수위의 게임 광고가 나와 황급히 영상을 종료시켰던 기억이 있어 더 당황스러웠다. “광고를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만든다고 사람들이 더 접속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굳이 왜 그렇게 만들었어야만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예요.”

B씨가 목격한 바와 같이 일부 업체가 화제성과 동시 접속자 수에만 집착한 나머지 게임의 작품성보다는 선정성 또는 사행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넥슨에서 개발한 <서든어택>의 후속작인 <서든어택2>의 경우 여성 캐릭터의 일부 신체 부위를 강조한 게임 광고와 플레이 스틸컷을 내보내면서 출시 당시 타 게임들보다 압도적인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게임 내 물리 엔진 버그 등 치명적 오류들이 발견되며 유저들의 큰 불만을 샀고, 결국 출시 약 2달여 만에 게임 운영이 정지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편중된 장르와 플랫폼으로 다양성 잃어가는 한국 게임시장

직장인 C씨(36)는 소위 말하는 ‘게임 애호가’다. 그의 집 선반은 여러 국가에서 제작된 고전 게임을 비롯하여 각종 게임 패키지와 게임 콘솔로 가득하다. 심지어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본뜬 피규어들도 여럿 존재한다. “아무래도 외국은 온라인 게임보다는 이런 콘솔 게임들이 많다 보니까 모으는 재미가 있죠.” 한편 C씨의 선반 속에서 한국에서 제작된 콘솔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있는 게임마저도 대부분 2000년대 초중반에 출시된 작품들이다. “요즘 한국 게임은 거의 다 양산형 모바일‧온라인 게임밖에 없다 보니까 딱히 수집 욕구가 생기진 않아요. 다양성도 타 국가의 게임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말하기 힘들고요.”

C씨의 말처럼,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국산 모바일 게임들의 형식을 살펴보면 대부분 MMORPG(대규모 동시접속 롤-플레잉 게임) 형식을 따르는 게임임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나 <오버워치(Overwatch)> 등의 MMORPG 게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 게임에 밀려 사장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MMORPG 게임은 ‘동시 다수 접속’이라는 특성상 유저를 모으기 쉬우나 게임 전체를 이끌어가는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유저 간 스토리 진행에 차이가 생기면 1인 플레이 게임보다 스토리 진행의 차이를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스토리 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MMORPG 게임은 게임 자체의 작품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유저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MMORPG 장르로 편중된 시장은 게임의 질적인 정체를 낳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대한민국은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플레이스테이션4(PS4) 등을 이용하는 콘솔 게임을 포함한 기타 게임보다 매우 높은 기형적 구조를 가진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이하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콘솔‧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시장 점유율은 4.8%(6,312억 원)로 PC 및 온라인 게임 산업의 점유율(95.2%)에 비해 아주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PC 및 온라인 게임 위주로 성장해온 한국 게임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글로벌 게임시장에서의 콘솔 게임의 평균 점유율(27%, 2017년 기준)과 비교하면 불균형한 모습이다. 그나마 콘솔 게임 시장의 경우 지난해 대비 42.2%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외국산 게임의 한국어 패치 또는 온라인 게임의 콘솔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국산 콘솔 게임의 밝지 못한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위 A, B, C씨의 사례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게임에 대한 정부의 규제, 게임 산업 성장까지 규제하다?

▲국내 게임 시장 전체 규모 및 성장률(2007~2017년)/ 출처: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
▲국내 게임 시장 전체 규모 및 성장률(2007~2017년)/ 출처: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

지난 2011년 11월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셧다운제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규제하는 법으로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중독을 막고자 도입됐다. 셧다운제 도입 당시 이를 지지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의 대립은 팽팽했다. 지지자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이며, 자극적인 온라인 게임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주장했다. 반면, 반대자들은 셧다운제 시행으로 온라인 게임 업계가 위축될 수 있으며 셧다운제의 효과가 미비하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셧다운제 시행 재고를 요청했지만,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는 셧다운제 도입이 온라인 게임중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여 그들의 건전한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또 심야 시간대에만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온라인 게임 산업의 피해가 크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실시 중인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과도한 온라인 게임을 통제하지 못하며 오히려 편법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셧다운제로 심야 시간에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된 청소년들이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법의 제한에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도 셧다운제로 인해 성장이 가로막힌 모양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1년 셧다운제 도입 이후 국내 게임 시장 매출액은 대체로 증가했지만, 성장률은 지속해서 감소하다 2017년에 반등했다. 이는 온라인 게임 시장 비율보다 모바일 게임 시장 비율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게임백서를 통해 셧다운제 시행 이후 국내 게임 산업 내 온라인 게임 점유율이 감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1년에는 온라인 게임 70.8%, 모바일 게임 4.8%이었지만, 2012년엔 온라인 게임 69.6%, 모바일 게임 8.2%, 2013년엔 온라인 게임 56.1%, 모바일 게임 23.9%, 2014년엔 온라인 게임 55.6%, 모바일 게임 29.2%, 2015년엔 온라인 게임 49.2%, 모바일 게임 32.5%, 2016년엔 온라인 게임 42.6%, 모바일 게임 39.7%의 수치를 보인다. 이렇게 온라인 게임 산업의 점유율은 감소하고 모바일 게임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여 2017년부터는 모바일 게임이 온라인 게임을 앞지르기에 이른다. 

한편 2019년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의 시행 범위를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까지 범위를 확대하고자 했다. 이에 게임 업계는 정부가 게임을 5대 수출 콘텐츠로 선정하며 게임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으나 모바일 게임까지 셧다운제를 확대 적용하는 것은 게임 산업을 위축시키는 모순적 행태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셧다운제의 확대가 게임 산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해 보이콧을 진행하여 법 적용의 확대를 막았다.

셧다운제뿐만 아니라 게임물 등급분류제 역시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있다. 등급분류제도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영화와 게임의 선정성 등 수위를 따져 이용 가능 연령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게임물 등급분류제도는 기존에도 게임 개발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해당 제도에 대한 반발이 커진 것은 일명 ‘주전자 닷컴 사태’ 때문이다. ‘주전자 닷컴’은 자체 제작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많은 청소년과 청년이 해당 사이트를 통해 비영리 목적으로 만든 게임을 제공한다. 그러나 지난 2월 사이트 운영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로부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주전자 닷컴이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제공하고 있기에 위법 사항이 제거되지 않는 한 서비스를 제한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많은 이들은 해당 제도가 개인 제작자의 창작 활동을 막고 나아가 게임 산업의 성장까지 막는다며 반발했다. 비영리 목적의 게임도 심의 대상에 포함되며 게임물 등급분류제도에 따라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영리 목적의 게임물 사전심의 제외를 비롯한 게임물 심의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이 진행됐으며, 해당 청원에는 총 23,038명이 참여했다. 결국 게임위는 취미 활동과 순수 창작 활동의 결과물인 게임에 한해 등급분류 수수료 면제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지만,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탁상행정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게임중독’은 정말 질병인가 

일러스트레이션/ 오세미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오세미 기자

‘게임중독’의 심각성 논란 또한 게임산업의 하락세를 부채질한다. 지난해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등 가해자의 게임중독이 원인이라고 의심받는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외에도 15년 동안 게임에 빠진 부친이 초등학생 딸을 2년 동안 집에 가둔 채 폭행하고 굶겨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발생했고, 2015년에는 게임에 빠진 10대가 친누나를 살해하는 사건 등도 있었다. 당시 해당사건의 가해자는 “잔인한 생존게임을 하다 범행을 저질렀으며 자신이 왜 누나를 찔렀는지 모르겠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일각에서는 게임중독이 범죄의 원인이고 치료가 힘든 불치병 수준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WHO는 지난 5월 제72차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6C51)’ 질병코드를 ‘도박 중독(6C50)’과 같은 분류인 ‘중독성 행위 장애(Disorders due to addictive behaviours)로 등록했다. 게임중독은 과도하게 게임에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폭력성을 유발하는 등 육체적·정신적 악영향을 끼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지난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게임을 꾸준히 하는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기 게임과 몰입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도 사라질 수 있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또한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정의준 교수의 「젊은 청소년의 병리학적 게임 : 한국의 학업 스트레스와 자기 통제에 중점을 둔 종적 연구」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은 병이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 자기통제 저하로 인한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WHO의 결정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질병코드 등록에 반대하는 등 정부 기관 내에서도 찬반 여부가 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까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대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출처: 라이엇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대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출처: 라이엇게임즈

셧다운제를 비롯한 대한민국 정부의 게임 산업 관련 규제들은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와 충분한 논의가 부족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WHO의 질병코드 등록 결정에 대한 정부기관 간의 입장 차이처럼 충분한 고찰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도 있어 그에 따른 피해는 게임 업계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규제 자율화’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세계 주요국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게임 규제를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으로, 게임 규제를 민간 자율에 맡긴 결과 게임 시장 매출은 2019년 기준 369억 달러로 전년보다 21% 증가했으며 글로벌 게임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또한 과거에는 게임을 ‘전자 헤로인’이라 일컬으며 게임 총량 규제 등 규제를 강화할 정도로 규제가 엄격했으나 국가 차원에서 신규 게임 출시를 허가 등 규제를 완화했다. 본교 게임학부 배병철 교수(이하 배 교수)는 “개발자나 게임학자 등 업계 관련인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진 후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정부의 업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경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창의적 콘텐츠의 개발 지원 또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부문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사례가 모범으로 꼽힌다. 독일은 게임을 남녀노소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게임 육성 프로그램, 지원 정책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영국 또한 게임 산업의 육성을 위해 세금감면, 펀드 지원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수익성에 의존하지 않아도 게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수익성에 치중해 고질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 게임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게임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확충 및 개선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전국의 4년제 대학 내 게임 관련 학부는 2019년 기준 본교를 포함해서 약 17개 정도가 있다. 우리나라보다 약 2.92배 큰 게임 시장 규모를 가진 미국의 대학 내 게임 관련 학과 수(521개, 2019년 기준)와 비교했을 때, 미국의 시장 대비 교육기관의 규모는 실질적으로 한국의 약 10배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장 규모 대비 게임 관련 학과의 수가 부족한 한국은 해당 학과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게임 산업 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배 교수는 “게임에 다양한 학문이 접목되어있는 만큼 여러 요소들을 반영하여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며 커리큘럼의 체계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본교 게임학부는 졸업생들이 게임 산업에 쉽게 적응하기 위해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 인력을 초빙하여 실습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게임 산업에 투입할 교육생을 모집하며, 교육생과 게임 산업 기업을 직접적으로 연결해주는 기회를 제공하여 기존 게임 인력 양성시설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의 긍정적인 가치 확산을 위해 전국 초등·중학교와 연계한 ‘2019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게임에 관심 있는 학생의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임 산업과 관련 있는 코딩과 프로그래밍 언어교육을 하고 게임 개발업체에 대해 알아보며 게임 관련 진로까지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게임중독과 관련한 논쟁에서 알 수 있듯 아직까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은 데다, 게임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이들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어린이‧청소년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인식 개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의가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은 과거 성장을 거듭해오며 한국 콘텐츠 산업의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외로 거듭 강화되는 게임 규제에 국내 게임 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게임에 대한 건강한 인식과 적절한 정부 규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적절하게 작용한다면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좋은 원동력이 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영 기자(B881029@mail.hongik.ac.kr)

이소현 기자(sohyun0911@mail.hongik.ac.kr)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