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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 기자의 ‘S동 전(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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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홍대신문사에 들어와 처음 S동 211호를 쓴 후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인가,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전쟁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전쟁을 일상적으로 맞이하는 것인가. 이들 중 어떤 말이든 어울릴 법한 신문사 생활을 하며 보낸 1년 동안 기자는 마음속에 ‘스며들었던’ 긴장을 단 한시도 놓을 수 없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기사 마감 당시 기사를 잘 못써서 새로 작성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기사가 터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래서 기자뿐만 아니라 홍대신문의 모든 기자들은 항상 긴장을 놓지 않고 자신의 기사가 터지지 않도록 한 문장, 한 문장에 정성을 들인다. 하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언제든, 무엇이든 꼭 터지기 마련인 전쟁터다.

기자가 기자실에서 매주 치르는 전쟁담을 주변 사람에게 설명할 때마다 이야기는 똑같은 패턴으로 끝이 나곤 한다. “그렇게 힘들면서 신문사는 왜 계속해? 그만둬”, “너 군대는 언제 가냐? 빨리 갔다 와야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어왔지만, 기자의 대답은 언제나 그들을 완전히 이해시키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냉정한 S동의 전쟁터 속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전우들, 바로 동기 기자들뿐이었다. 동기들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질문들에 어떤 말로도 그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는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이들이다. 그것들에 대한 대답은 오직 기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언어를 통해서만 전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잠을 깨워주며 함께 밤새 기사를 쓰고, 기자실에 배달음식을 시켜 각자 나무젓가락을 움켜쥐고 종이컵에 덜어 먹으며 전쟁을 버텨왔다. 동기들과 기자는 가끔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다 자신들의 처지를 실감하고 스스로에 대한 측은함을 느끼며 씁쓸한 웃음을 짓곤 했다. 이러한 자기연민의 연속에서 기자는 왠지 모를 즐거움을 느꼈다. 동기들과 노트북 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일상과 업무의 이야기가 뒤엉킨 것들을 주고받던 날들이, 한 주, 한 호 마감의 고비를 넘겨 결국 퇴근이라는 승리를 거머쥐던 시간들이 기자에게는 소소한 행복이었다. 이는 아마 홍대신문 기자들에게 있어 기자라는 무거운 부담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지렛대이자, 60년이 넘도록 신문사를 굴러가게 만든 원동력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시간 S동 안에서 전쟁을 치르며 기자에게 행복한 추억만 남은 것은 절대 아니다. 1년 사이 기자는 스스로와 동기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매우 놀랐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막 2년 차가 된 올해 초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업무량은 배로 늘어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더더욱 늘어났다. 기자와 동기들은 격해진 전쟁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기자는 그 덕에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했던 처음과는 달라진 우리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동기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이번 학기를 끝으로 신문사를 떠나는 기자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모두 미안하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기자’란 직책에서 쓰는 마지막 S동 기사를 통해 계속해서 그들을 응원할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 앞으로 다가올 1290호의 ‘홍대신문을 읽고’는 기자가 쓰길 바라며, 앞으로 남은 5개의 전투도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다짐한다. 오늘도 기자는 이곳 S동에서 터져가는 지뢰들을 바라보며 전쟁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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