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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결핍된 무언가, 그것을 채워주는 ‘뉴트로(New-tro)’

“유행은 돌고 돈다.”

엄마는 옷장에 있는 옷을 버리지 못하실 때면 꼭 이 한마디를 붙이셨다. 유행은 돌고 도니깐 이 옷을 버리지 않으면 언젠가 꼭 다시 입을 날이 올 것이라고. 그때는 코웃음을 치며 “버리기 귀찮으면 버리기 귀찮다고 말해!”라고 잔소리를 했었는데, 2019년 지금 현재의 패션 트렌드를 보면 엄마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통 넓은 와이드 팬츠의 귀환과, 이전에는 ‘백수의 교복’이라고 불렸던 트레이닝복이 일명 ‘애슬레저(athleisure)룩’으로 부활하기까지. 부모님의 젊은 시절 유행했던 것들이 현재 ‘힙스터’들이 즐겨 입는 패션이 된 것이다.

1980~90년대의 감성이 ‘레트로(Retro, 복고)’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온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특히 2012년,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부터 ‘복고’와 관련된 산업은 웬만하면 ‘중박’이상의 성공은 거두어 왔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기에 자라난 7080세대들이 주(主) 소비자층이던 십여 년 전 그들의 좋았던 과거를 연상시켜 해당 콘텐츠 산업이 성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덧붙여 복고 콘텐츠 산업은 주된 소비자층의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형태의 복고를 바탕으로 하는 ‘반짝 산업’이라고 지적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의 복고 산업의 흐름은 이전과 다르다. 우리는 현재의 복고 트렌드를 ‘뉴트로’(New-tro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라고 부른다. ‘레트로’, 복고가 단순히 특정 세대만 겨냥하는 문화적 트렌드였다면, 지금의 뉴트로는 타깃 세대인 주 소비자층뿐만 아니라 더 어리거나 나이 든 세대가 함께 과거의 문화를 향유하는 양상을 띤다. SNS는 복고 열풍에 큰 기여를 했다. 젊은 세대는 자신의 SNS에서 복고를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옛스러운 아이템들과 배경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일상을 뽐내는 것이다. 기성세대 또한 그 옛날 자신이 향유하던 추억을 SNS에 기록하고 그 추억을 젊은 세대와 공감하면서 세대 간 융합을 이룬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SNS의 등장 이후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같은 취향을 향유하는 문화가 생기고, 같은 취미 그룹에서 다른 연령대, 성별, 계층의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에 세대 간의 접점이 생기고, 뉴트로라는 같은 문화를 향유하며 거대한 문화 소비시장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의 복고는 기존에 적용되었던, 패션, 콘텐츠 산업뿐만 아니라 식품, 도시재생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의 중심 트렌드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과거에 열광하는 것일까? 기성세대들에게는 ‘추억’이라는 치트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1020,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도대체 왜 ‘레트로’가 대세인 것일까. 이건 아마도 ‘레트로’가 그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감성과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인 듯하다. 밀레니얼 세대가 자라온 시절은 이미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이 일상 속 ‘당연한’ 편리함으로 스며든 후이다. 그럼에도 기술이 대신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정서적인 면, 즉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힘일 것이다. 여전히 작동하는 구식 폴라로이드 카메라, 솜씨 좋은 핸드메이드 인형, 클래식한 안경테, 세월이 느껴지는 찻잔 받침, 색 바랜 고서, 꼬질꼬질한 옛날 동전, 구불구불한 낡은 골목까지, 이 모든 것들은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실체들이다. ‘뉴트로’의 성공, 빠르게 굴러가는 현실 속, 어쩌면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결핍된 여유와 옛것이 주는 편안함을 저도 모르게 갈망하게 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까.

김성아 기자  becky060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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