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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얻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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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이 년 전 기자가 홍대신문사에 들어와 처음 맡은 기사는 일명 ‘헤드’ 기사였다. 신문의 얼굴인 1면을 장식하던 그 기사는 당연코 수습기자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어려웠지만, 적어도 ‘기자’라는 직책의 무게를 깨달은 것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취재들과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기사 마감, 언제나 무서운 선배 기자란 존재까지 쉬운 건 정말 단 하나도 없었다. 어느덧 여유를 되찾을 때쯤 기자는 이미 수습 기간을 거쳐 정기자가 되어있었고, 또 어느새 팀장 기자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무리 힘들었던 기억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미화시키기 마련이다. 어느덧 퇴임을 앞둔 기자 역시 지나온 3년간의 시간이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여겨진다. 물론 죽을 만큼 힘들다며 이 빌어먹을 기자 생활을 그만둘 것이라 불평을 쏟아 낸 적도, 그 선택을 수없이 고민한 날도 많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기자의 곁엔 함께 고생하며 서로를 위로하던 동기들이 있었다. 흔히들 힘든 신문사 생활 속에서 남는 것은 동기뿐이라고 하지만, 팀장 기자가 된 지금에선 오직 그들만이 남았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금은 퇴임하고 없는 선배 기자들과 앞으로 기자가 떠난 후 이곳을 책임져 갈 후배 기자들까지, 기자에겐 많은 이들이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처음 팀장 기자로서 팀원이 생겼을 때, 과연 이들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일이 틀어질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했다. 고생하는 팀원들을 보면 팀장으로서 반성했고,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믿었지만 그마저도 후회가 뒤따르곤 했다.

그렇다고 후회만이 가득한 것은 결코 아니다. 되돌아보면 뿌듯하고 대견한 경험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해 1월 막 정기자 자격이 주어진 기자는 본교 청소 노동자 해고와 관련된 시위 현장에 있었다. 당시 정현백 여성부 장관은 해고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김영환 전 총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매우 쌀쌀했던 날씨와 더불어 삼엄한 분위기에 긴장도 되었지만, 기자는 정 장관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저녁 늦게 속보 기사를 작성한 기억이 있다. 그날 기자는 그 어떤 순간보다도 스스로를 ‘기자’라 느끼며 처음으로 짜릿함을 맛보았다. 같은 해 8월엔 페미니즘과 관련한 열띤 논의 속에서 혜화역 시위에 참석해 기획 기사를 작성했으며, 한 해를 마무리 지을 때쯤엔 교내의 모든 흡연구역을 전수 조사하여 해결책을 촉구한 바 있다. 올해의 경우 기자가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는 기획 기사를 시도해보았고, 그 결과로 양 캠퍼스 장애인 시설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5월엔 홍익지구대와의 동행 취재를 통해 본교 앞 치안 실태도 파악해보는 값진 경험도 더해졌다. 

그렇다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지난 3년간 기자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남겼을까? 또한 앞으로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기자는 무엇을 더 얻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 것일까. 기자는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기자가 지금껏 써내려 온 수십 편의 기사들은 종이신문으로서 추억으로서 남겨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기자는 같은 질문을 독자에게, 동기 기자에게 그리고 후배 기자에게 되묻고 싶다. 과연 당신들은 무엇을 얻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답에 있어서 후회가 남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기자의 마지막 S동 기사를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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