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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짝거림, ‘반지’ 이야기
▲출처: rawpixel.com

세상에 태어난 지 1년째 된 날. 그날 많은 아이들은 새로운 1살을 기념하는 생의 상징물을 가지게 된다. 바로 첫돌을 기념하는 ‘돌반지’다. 이외에도 우리는 자라오면서 사랑, 우정 등의 다양한 가치를 반지, 그 손가락의 작은 반짝거림에 부여하고는 했다. 이렇듯 고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문화권에 등장한 반지는 오랜 시간 동안 인류에게 즐겨 착용되며 사랑받아 왔다. 지금부터 치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우리의 다양한 가치를 상징해온 반지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인류사와 함께한 가치의 상징, 반지

▲이집트 제18왕조의 파라오 호렘헤브의 인장 반지/출처: 루브르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반지는 우리의 신체에 착용하는 장신구라는 점에서 인간이 이를 착용하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그 의미와 가치를 다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반지는 인류가 이를 착용하게 된 동기, 감정 등의 변천과 그 역사를 같이 한다. 이렇듯 인류와 함께 해온 반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중세 시대의 반지는 권력, 종교 등과 같은 강한 힘의 상징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근·현대에 들어서는 반지에 좀 더 개인적이고 사적인 의미가 부여되었다.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반지의 시작은 그 명확한 출발점을 찾기 어렵지만 최초의 반지는 인장(印章)과 관련있다고 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반지가 많이 착용되었다고 전해지는데, 당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났던 반지는 휴대용 인장으로 사용되던 ‘스카라베형(풍뎅이 모양의 디자인) 인장 반지’였다. 무언가를 증명할 때 사용되던 인장은 통치자의 권위를 의미하는 물건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집트에서 인장 반지는 인장과 함께 파라오의 왕위를 상징했으며, 로마제국 시기에도 신분과 권위를 상징하는 상징물로 여겨졌다. 한편, 종교의 힘이 막강했던 비잔틴과 중세 시대에는 반지 또한 종교성 색채를 강하게 띠었다. 특히 기독교에서는 교황, 추기경, 주교 등이 위임될 때 반지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인장 반지와 마찬가지로 권위를 상징하며 종교적으로 큰 권력을 뜻했다. 종교에 물들은 시대답게 당시에는 종교에서 파생된 ‘순례 반지’ 또한 유행했다. 이는 순례를 떠난 사람들이 순례지의 명칭이나 성자의 초상 등을 반지에 새기면서 시작되었는데, 이들은 순례 중 흑사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반지에 상징적 글귀를 새겨 넣기도 했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는 의류를 비롯한 장신구의 화려함이 예술적 수준에 다다르며 보석류의 절정기를 맞이하게 된다. 빠르게 발전한 학문의 영향까지 더해져 컴퍼스나 해시계가 장착된 반지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고대 한국사의 반지는 어땠을까? 한국사에서 반지는 삼국시대에 처음 성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반지는 평안남도 강서군 태성리 제4호 토광묘에서 발견된 초기 철기시대의 은반지다. 특히 철기시대의 삼국 중 신라는 가장 반지 문화가 성행하였던 국가로 추정되는데, 당시의 고분 출토물을 살펴보면 신라의 사람들은 남녀 구별 없이 반지를 끼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반지는 고려시대에도 상당히 유행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문헌에 따르면 몽고의 고려 침입 후 고려의 부녀자들이 원으로 끌려갈 때 부모와 친척들로부터 반지를 정표로 받아 끼고 갔다고 한다. 해당 반지가 몽고의 원나라에서 크게 유행하며 문화를 형성하기도 했는데, 이를 고려양(高麗樣)이라고 불렀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반지보다 2개가 한 쌍인 가락지를 더 애용했다. 당시에는 결혼을 안 한 여자는 주로 반지를 착용했고 혼인한 여자는 가락지를 끼었는데, 현재는 혼인과 성별의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반지를 착용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반지, 결혼의 상징이 되다

 

▲출처: rawpixel.com


왕권과 권위의 상징으로서의 반지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오늘날 우리에게 반지는 약혼과 결혼의 상징으로 비치고는 한다. 일부의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최초의 결혼반지는 남성이 생포한 여성의 손가락을 풀로 묶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비화를 들으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던 반지에 대한 기대와 설레는 감정이 무너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지에는 로맨틱한 비화도 존재한다. 고대 이집트인들과 로마인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결혼반지의 위치가 아닌 왼쪽 손의 가운뎃손가락에 결혼반지를 착용했는데, 이는 당시 사람들이 해당 손가락이 심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베나 아모리스(venaamoris)’, 즉 사랑의 혈관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이러한 관행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뜻하는 반지의 상징성이 두드러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약혼반지에서 결혼반지로 이어지는 식순 때문에 결혼반지보다 약혼반지의 역사가 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약혼반지는 결혼반지보다 그 시작이 오래되지 않았다. 원래 따로 존재하지 않았던 약혼반지는 교황의 한 법령에 의해 탄생하였다. 12세기의 교황 인노첸시오 3세(Innocentius Ⅲ)가 결혼식은 교회에서 거행되어야 하며, 결혼식에는 신부를 위한 반지가 있어야 한다는 법령을 반포한 것이다. 이에 결혼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이 생기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약혼과 결혼 사이의 기간이 길어졌고, 그 결과 결혼식 전까지 끼고 있을 약혼반지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오늘날 약혼과 결혼을 의미하는 보석이 된 ‘다이아몬드’는 사실 19세기까지 약혼반지에 쓰이는 많은 보석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놀랍게도 우리에게 다이아몬드가 결혼을 상징하는 대표적 보석이 된 계기는 한 다이아몬드 회사 광고의 영향이 컸다. 1947년 「드비어스 다이아몬드(DeBeers Diamond Mines)사」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광고를 시작했는데, 당시 미국과 유럽은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직후로 사회적으로 조혼이 성행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슬로건의 ‘영원하다(Forever)’라는 단어는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새로운 화목한 가정의 탄생을 꿈꾸던 젊은 부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후 다이아몬드는 약혼과 결혼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해당 슬로건은 2000년에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 매거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Top 10 광고 카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러 작품 속에서 빛나는 반지

 

▲<반지의 제왕> 포스터


반지는 마음을 맹세하고, 무언가를 인증하고, 죽은 자를 기리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반지의 다양한 의미는 여러 예술작품과 대중문화에도 반영되어왔는데, 지금부터 작품 속 빛나는 반지를 살펴보자.
화면에 등장한 다이아몬드 반지는 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사람들에게 청혼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는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관용적 표현으로, 우리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반지를 건네며 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암시하는 결말로 끝을 내는 많은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반지는 영화나 소설 등에서 특별한 힘을 가진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반지의 제왕>(2001)에서 엄청난 힘을 가진 ‘절대반지’는 멀리해야 하지만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영화는 반지를 가진 사람이 달라질 때마다 그 영향력이 함께 이동됨을 보여주는데 이는 반지의 세속성을 나타낸다.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1867)에도 이와 비슷한 ‘황금반지’가 나타난다. 작품 속 황금반지는 소유하는 자에게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을 부여하지만 결국 그 안에 담긴 저주로 인해 작품 속 많은 세계가 몰락하고 만다.
한편, 영화 <투모로우랜드>(2015)에서 최첨단 과학 기술로 이루어진 평행세계 ‘투모로우랜드’로 향하는 티켓 ‘핀’은 여러 장신구 중에서도 반지의 외형을 띄고 있다. 이는 항상 우리의 시야 안에 존재하며 끼고 빼는 것이 비교적 편해 신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반지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출처: 픽사베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사탕 반지부터 결혼 반지까지. 반지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했다. 손가락에 끼워진 얇은 금속 조각은 우리의 생각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인류의 가치를 담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손가락에 끼어진 반짝거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였는가.

[참고문헌]
두산백과, 반지(ring).
문휘수, 『보석이야기』, 문학사상사, 2005.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반지.
홍혜진, 『장신구사에 나타나는 상징적 의미에 관한 연구』, 상병대학교 디자인연구소, 2005.
다카시 하마모토, 김지은 역, 『반지의 문화사』, 에디터, 2002.
베탄 페트릭, 존 톰슨, 이루리 역, 『1%를 위한 상식백과』, 씨네스트, 2014.

조수연 기자  suyeon9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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