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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10주기, 대한민국 재개발 정책을 살펴보다

철거민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어디까지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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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아현동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작년 12월 아현2구역 재건축 사업으로 강제 철거당한 주민 故 박준경씨의 유서 내용이다. 약 40년 전 한 소설 속 난장이가 살던 행복동부터 10년 전 용산 철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재개발 정책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국가의 이익과 철거민들의 삶, 그 갈등을 둘러싼 수많은 요소와 함께 대한민국 재개발 정책의 현재 상황을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우리나라는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와 함께 급격한 탈농촌화와 도시화를 경험했다. 특히 수도인 서울에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우리나라의 도시정비사업은 급격한 인구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주택 공급의 확대와 무허가 정착지의 해체를 목적으로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철거민들의 갈등은 필연이었는데, 이는 거주민들의 생존권에 영향을 주는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용산4구역 철거

2009년 서울시는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용산 국제빌딩 주변 제4구역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서울시는 시공업체를 지정한 후 강제 철거 등의 작업계획을 관리하도록 승인했다. 이 사업으로 40층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며 도시정비 차원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철거와 이주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지역에 살며 생계를 꾸려가는, 저소득층 사람들의 주거와 생존권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크게는 철거민 보상비 갈등, 겨울철 강제철거, 철거 과정 중 안전 대책 미비가 가장 문제되었다. 특히 주민들에 대한 보상(주거이전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은 국가를 향해 자신들의 생계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마포구 아현동 재개발

2018년 서울시는 마포구 일대 마지막 ‘알짜’ 입지 아현동 일대 재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아현동은 90% 이상이 주거지역이며 전체 건축물 중 76.5%가 노후건축물로 분류되어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무엇보다 아현동은 지하철 2호선이 위치하며 5호선과도 가까워 교통이 우수한 편이기 때문에 아현동 재개발은 국가 경제 성장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다. 이후 아현2구역에는 2016년 재건축 사업이 착수됐으며 지난 8월 철거 작업이 시작돼 총 24차례의 강제집행을 거쳤다. 그러나 강제철거 과정에서 최소 2일 전에 집행일시 등을 보고하지 않아 세입자 주민은 故 박준경씨처럼 갈 곳이 없어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한 기존 주거민들의 경제적 생활 수준을 고려하지 못한 정부의 대책으로 아현동 주민들은 현재까지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의 이익 VS 개인의 권리 

앞선 내용을 통해 우리나라 도시정비사업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를 살펴봤다. 위 두 사건을 종합해보면 도시재개발을 통한 국가와 철거민의 입장이 강하게 상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는 과연 무엇일까?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과 재개발은 부정할 수 없는 세계의 거시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공법학회의 이동수 교수도 논문을 통해 도시정비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이러한 주장에는 국가의 경제성장이 중심에 있다. 우선 재개발은 노후화에 따라 저하됐던 도시 기능이 다시 회복되는 효과가 있다. 도시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에 도시를 구성하는 물적요소들이 사회의 변화 속도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 결과로 도시 내에는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는 낙후된 부분이 생겨나는데, 도시정비사업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근거의 구체적인 예시를 보면 과거 도시의 낙후된 주택, 도로, 상하수도 등이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신식 주택, 아파트와 함께 신식시설들로 탈바꿈한 것 등이 있다. 다음 으로 국토공간 사용에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은 편에 속한다. 특히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개발 지역에 새롭게 들어오는 건물은 주로 아파트다. 이는 아파트라는 형식의 주택을 통해 주거지역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국가의 의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도시정비는 기존 시가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사업이다. 즉 사업시행에 있어 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복잡한 권리관계를 고려해야 되는 것이다. 우선 이러한 권리 고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은, ‘대한민국에 반지하 주택과 같은 저렴한 주거 서비스가 사라져야 하는가?’다. 계층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경제적 지위를 갖기 마련이다. 각기 다른 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 지위와 맞는 주거생활이 존재한다. 도시정비사업이 과연 각기 다른 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을 고려하는가? 도시정비사업의 대상이 된 도시의 특성에 따라 원주민 재정착률은 차이가 있지만, 용산4구역 철거에 서 원주민 재정착률은 15%에 불과했다. 낙후지역의 토지 소유자는 물리적 환경 개선을 통하여 자신의 재산가치 향상을 기대한다. 이와 반대로 낙후지역의 현재 거주자는 도시정비사업으로 인하여 기존의 생활 터전을 잃어버릴 수 있다. 국가에서 지정한 낙후된 주택이 우리나라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생활 터전일 수 있는 것이다. 도시정비법, 무엇이 문제인가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원론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제도를 통해 두 입장의 이해관계를 동등하게 고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기존 도심의 노후주택 개량 및 주거환경 개선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2003년에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해당법 자체로는 두 입장의 이해를 동등하게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도시정비법,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핵심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제도에 있어 소수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시정비사업 관련 사건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입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입자의 주거이전비를 책임지는 주체가 모호하여 극렬하게 저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은 세입자와 같은 소수자들의 입장을 무관하다고 판단해 그들에 대한 규정을 섬세히 정립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최근 법 개정안에도 철거과정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충돌을 막는 내용만 포함되어 있어, 소수자를 보호하는 실질적인 대책은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해결책으로는 ‘세입자 주거이전비 책임 주체의 변경’이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거주민의 주거이전비는 사업시행 주체가 아니라 토지소유주 부담이 원칙이다. 이는 국가의 사업이 개인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개인으로서는 경제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입자와 토지소유주의 두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 시행 주체인 공공부문의 일정 비율 이상 경제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소수자 보호제도 문제는 개인의 권리뿐만 아니라 국가 투자의 비효율성 또한 야기한다. 도시정비사업의 예산낭비로 국가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년 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아현동 재개발은 아직까지 완료되지 않았으며,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세입자 및 철거민들의 반발로 지체되고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의 문제에 대해 한국토지공법학회는 해외 사례를 통한 몇 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영국의 도시정비사업처럼 도시정비사업을 수도권에만 집중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즉 비교적 지대가 저렴한 비수도권도 도시정비사업 대상에 포함시켜 국민 모두의 이익을 높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참여를 강조할 것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정비 계획안을 의결하고, 가장 불만이 있는 주민들은 별도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합의 체계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두 가지 대책 모두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현 도시정비법에 부족한 소수자 보호대책의 강구를 시사한다.

약 40년 전 발간된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78) 은 당시 대한민국 도시정비사업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소설에 등장한 철거민들은 대한민국의 사회를 향해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그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어디에도 닿지 못했고, 현재까지 그 갈등은 지속 되고 있다. 2019년, 아직도 서울 전역 철거를 앞둔 재건축 지역 세입자는 약 4천여 가구다. 난장이가 바란 세계가 ‘백만년후의 세계’가 되지 않기 위해, 그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우리에게 닿기 위해, 현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손우태, 『재개발 재건축조합의 운영상 문제점과 그 개선방안』, 외법논집, 2008 
이동수, 『도시정비사업의 추진전략과 법적 과제』, 한국토지공법학회, 2014
최종권, 『도시정비법 전부개정과 제도개선의 제언』, 건설법연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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