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2.6 금 11:10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달콤쌉싸름
결승선상에서 출발선을 바라보며

비교적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하며 모든 일을 처리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이렇게 안정을 추구하는 스스로가 나약한 것은 아닌가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미술 학원에서 예술중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했고 합격했다. ‘잘 그리는 애들만 모인 학교’라는 등 주변의 칭송과 부담 어린 말들이 쏟아졌다. 그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각자 다니던 미술 학원에서 인재라 인정받으며 시험 때마다 1등을 거머쥐던 아이들이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기 시험 결과가 나올 때마다 학교에는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이건 내 점수가 아니야!” 하지만 왜인지 위와 같은 부담 어린 상황들 속, 난 실기 점수는 어딘가로 던져버리고 당당하게 자존감을 챙겼다. ‘기술적으로 잘 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선생님들은 본인의 취향대로만 채점을 하니 점수나 등수는 중요치 않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실기시험이 아닌 학과시험 점수에 대해서는 억척스러운 집착을 그지없이 부리곤 했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나는 사실 점수에 연연하지 않거나 자신감이 넘쳐나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기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 예술고등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하기까지 미술을 선택하던 3번의 순간 동안,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조금이라도 편한 길이었다. 초중고, 그 어린 학생이 100세 시대 먼 미래까지 내다볼 정도로 철이 들어있지는 않았을 터. 당장의 평화로운 앞날을 추구했다. 어린 나이, 앞날은 창창하지만 그만큼 불안감 또한 ‘창창’했기에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한편 그렇게 안정적인 길을 걸어오던 2년 전, 새내기였던 나는 답답했다. 예술계가 유달리 특별한 계열은 아니지만, 미술만을 붙잡아왔던 나는 마치 탑 안에 갇힌 아이처럼 예술계 ‘바깥 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갔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 탐구하고 객관적인 실력을 쌓아 스스로에 대한 또 다른 안정감을 더하고자 했다.

‘객관적인 안정감’! 그렇게 난 홍대신문사에 입사했다. 당시 나에게 언론사란 그런 존재로 다가왔나 보다. 그 이후 3년간, 이곳에 대학생활을 바쳤다. 바쁘고, 바쁘고, 또 바빴다. 동시에 최고로 알찬 대학생활의 표본을 내보이며 또다시 안정적이고 착실한, 활발한 활동까지 놓치지 않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 편집국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책임감 있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열정을 내보이진 않아 사고는 칠 것 같지 않은, 그런 기자.

그렇게 ‘그런 기자’는 편집국장이 되어 스스로가 꿈꾸던 ‘객관적인 안정감’을 지닌 신문을 만들고자 했다. 신문을 기획하면서도, 마감을 하면서도, 항상 안정과 완벽을 추구했다. 모든 현안에 대해 넓은 시각으로 멀리 보고자 노력했고, 기사화 여부와 시기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했다. 보도의 시기를 놓쳐버리거나 편집에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면 그 아쉬움은 몇 달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더불어 모든 것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융통성 있는 협의를 이뤄내고자 했다. 본지 제작에 힘쓰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낱낱이 수렴하고 싶었다. 독단적이고 싶지 않았으며, 동시에 무책임하고 싶지도 않았다.

수습기자에서 편집국장이 되기까지 난 변하지 않았다. 한편 임기 말에 와, 그렇게도 지켜오던 스스로의 안정감에는 어딘가 구멍이 났다는 점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렇게도 지켜내던 스스로의 안정감을, 어느새 스스로가 아닌 신문을 향해 쏟아붓다 못해 소진해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만족의 기준치는 매번 흔들렸고, 편집국에 난무하는 고집과 융통성, 직진과 후진, 최선과 나태 그 사이에서 난 이 곳에 안정과 완벽이란 없음을 깨달았다. 미숙하고 부족하지만 끊임없는 변화를 멈추지 않는 곳이 편집국이며, 신문이다. 지난해 부편집국장 당시 후배 기자에게 보냈던 합격 문자가 떠오른다. ‘앞으로 홍대신문 기자로서 함께 발전하는 홍대신문을 만들어갈 것을 고대합니다.’ 불안정하더라도 누구도 상상치 못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본지에 3년간 이름 석 자를 새겨온 날들을 뿌듯하게 기억하며,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불안정함을 즐겼다고 말하고 싶다.

편집국장 홍준영  mgs05038@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