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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을 줄 아는, 식지 않는 뚝배기 같은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길

강지영(금융보험10)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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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금융보험전공 27살 여자 선배야.

  나른한 오후 멍하니 있는데 귀여운 신문사 후배님께서 후배들을 위한 좋은 글을 써 줄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왔더라고. 기분 좋더라. 잘 나가는 선배들만 쓴다는 이런 글도 써보고. 뿌듯했지. 그리고 차가운 시골공기를 마실 때만 봉인 해제되던 J(조치원)의 추억을 뜨거운 유자차와 함께 꺼내놓아 보았어.

  나는 대학 시절을 정말 열심히 살아냈어. 학점이 좋았던 덕에 3년 반 만에 졸업했는데, 그 3년 반 동안 대외활동 4개, 자격증 7개, 교내방송국 활동, 학과 동아리 2개, 그 외 각종 강사, 멘토, 봉사, 대회 참여까지.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내 몸을 이원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았어.

  그렇게 열심히 대학생활을 보내고 나니 취업도 수월했어. 졸업하고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이력서를 쓴 직장에 덜컥 붙어서 학번을 뗀 지 얼마 안 돼 빳빳한 사번을 달았지. 행복했어. ‘아, 이제 자유구나. 고등학생 때는 대학, 대학 땐 취업. 이런 인생 과제들 때문에 내 자유가 짓눌려 있었는데 그래, 이제 마음대로 하고 살아야지.’

  그래서 연애, 쇼핑, 여행 등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삶을 누리며 살기 시작했어. 근데 이상하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면 그 행복이 뚝배기에 담은 된장국 마냥 오래도록 따뜻해야 하는데 작은 홈이 있는 것처럼 자꾸만 빨리 식는 거야. 근데 아무리 봐도 정상이고 남들도 정상이래. 홈은 없어. 그래서 식으면 또 뜨거 열정을 채워 넣고 또 식으면 채워 넣고 내 행복을 돌려막기 식으로 채워 넣고 있었어. 남들 보기엔 계속 뚝배기에 김이 폴폴 나니까 ‘아 쟤는 행복하구나.’ 했겠지만 나는 내 행복을 채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지치더라고.

  그 해답을 최근에야 찾았는데 첫째는 ‘남이 보기에 훌륭하게 느낄 활동’들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한 경우가 많았고. 둘째는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도록 ‘정성’을 쏟아야 하는데 나는 취미활동에서조차 못하는 걸 잘하려고 ‘노력’만 하고 있었더라고.

  최근에 만난 아는 동생이 2년 동안 매일매일 자기 블로그에 한 남자를 위한 편지를 썼대. 카카오톡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한마디 하더라. “너무나도 좋아하다 보니 제 마음이 ‘좋아해요. 멋있어요. 예뻐요.’와 같은 상투적인 표현으로는 부족해서 예쁜 단어와 문장으로 조금이나마 더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표현해도 빙산의 일각만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워 매일매일 편지를 썼어요.” 캬.

  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후배들이 성공, 목표 이런 것들을 위해 ‘노오력’하는 것도 너무 응원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진심을 담을 줄 아는, 식지 않는 뚝배기 같은 사람으로 성장해갔으면 좋겠어. 그럼 이만 줄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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