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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 작은 쉼터, 슬로 라이프느리게, 천천히,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다

“저기 앉아서 밥을 먹는 순간들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중략) 그냥 그게 되게 행복해요.” 최근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직접 밥을 지어먹고 농촌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 <삼시세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은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출연자들의 삶을 통해 ‘대리만족’ 한다.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물고기를 잡고 오직 밥을 해 먹기 위해 하루를 보내는 여유로운 삶은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점차 개인의 선택이 아닌 행복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여유롭고 느긋한 일상을 통해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해주는 삶의 방식인 ‘슬로 라이프’ , 느림 속에서 행복을 선물해 주는 슬로 라이프에 대해 알아보자.

 

슬로 라이프, 너는 누구니?

‘슬로 라이프(Slow life)’는 환경운동가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쓰지 신이치(つじしんいち, 1952~)가 처음 주창한 개념으로, 느리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이는 Sustainable(지속 가능한)의 ‘S’, Local(지역의)의 ‘L’, Organic(유기농의)의 ‘O’, Whole(전체의)의 ‘W’와 Life(삶)를 합성한 것으로 단순히 느린(Slow) 삶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겪으며 현대인들은 빠르고 효율적인 것만을 추구하면서, 지구환경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서 슬로 라이프는 경제적 이익과 개발의 속도전에서 벗어나 느리더라도 지역을 활성화하고 지구환경이 지속 가능하게끔 돕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즉,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환경오염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슬로 라이프의 실천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걷기부터 음식, 자본, 여행 등 삶의 전반적인 것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이중 슬로 라이프의 핵심이 되는 ‘슬로푸드’와 ‘슬로머니’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천천히, 건강하게, 맛있게 슬로푸드

햄버거, 피자, 치킨, 라면 등 우리 곳곳에는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Fast food)’가 넘쳐나고 있다. ‘슬로푸드(Slow food)’는 이러한 패스트푸드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 먹는 음식 또는 식생활을 말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대사회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해졌고 이에 사람들은 음식이 입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영양소가 불균형한 가공식품이나 즉석식품 등 패스트푸드가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상품화에 따른 단종 재배와 비료 및 농약의 사용, 음식의 장거리 수송 등은 환경문제까지 불러왔다. 슬로푸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나타난 대안이다. 그렇다면 슬로푸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것일까? 사실 슬로푸드는 특정한 종류의 음식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음식의 유통뿐만 아니라 소비·식사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생산자는 농약이나 환경 호르몬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음식을 생산해야 한다. 또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소비자에게 도달될 때까지 여러 단계와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농촌과 도시 사이의 정서적 거리감 또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구매한 농산물을 직접 손질하여 요리하고,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거쳤던 여러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며 음식을 음미해야 한다. 이처럼 슬로푸드는 환경과 생산자, 소비자를 모두 고려한 식문화다.

‘퇴비’ 자본이 되는 슬로머니

슬로푸드의 연장선상에 ‘슬로머니(Slow money)’가 존재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제일주의와 성장 극대화, 대량 소비 등을 부르는 투자자본이 ‘패스트머니(Fast money)’다. 이러한 패스트머니는 투자자의 자본회전율을 극대화하여 정작 생산자가 있는 환경과 지역사회는 소외시킨다. 반면 슬로머니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환경 모두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둔 자본이다. 이는 패스트머니 계열의 농업이 확산되며 저하된 생산지의 토양을 다시 비옥하게 만들고 생산지 내에서 로컬 푸드(Local Food)가 활성화되는 데 이바지한다. 즉, 슬로머니는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퇴비’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모여봐요. 도시 속 ‘리틀 포레스트’

사진1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한 장면/출처: 네이버 영화

"여기서 태어나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은숙은 이곳이 촌스럽고 답답하다며 늘 푸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나의 서울 생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고, 인스턴트 음식은 나의 허기를 채우기엔 부족했다. 배가 고파 돌아왔다는 나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_ 영화 <리틀 포레스트>中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속 주인공 ‘혜원’은 도시 속에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만큼 빠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삶에 지친 그녀가 “배가 고파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말은 일상에 치이지 않는 든든한 밥상과 진정한 삶을 찾기 위해 돌아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속도가 우선되는 생활에 지쳐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청년들이 실생활에서도 나타났다. 특히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의 소소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한 출연자가 집에서 직접 키운 콩나물을 요리해서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 「위메프」는 최근 슬로 라이프와 관련된 물품의 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급격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작년에 비해 올해 3~4월 두 달간 상추 모종은 3,398%, 콩나물시루는 1,284%, 고추 모종은 456% 매출이 증가했다. 또한 사골곰탕과 떡의 재료인 사골뼈와 멥쌀가루 등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음식 재료의 소비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조선영(법학3) 학우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슬로푸드에 관심이 생겨 최근에 여러 음식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밖에서 패스트푸드를 사 먹을 때보다 슬로푸드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재밌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게임을 통해 슬로 라이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에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있다. 이는 「닌텐도」에서 출시한 게임 시리즈 중 하나로 느긋하게 숲속에 마을을 꾸미며 슬로 라이프를 표방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속 무인도에서 낚시를 하거나 직접 작물을 재배하여 슬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농촌에 가지 않더라도 도시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슬로 라이프를 접하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출연자가 직접 콩나물을 재배하는 모습/출처: 네이버

 

자연과 가장 가까운 그곳, 담양 창평 슬로시티 ‘삼지내마을’을 가다

▲담양 슬로시티 삼지내마을 입구의 표지판

기자는 슬로시티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생생하게 체험하고자 담양 창평에 위치한 슬로시티 ‘삼지내마을’을 찾아가 보았다. 삼지내마을은 2007년 대한민국 내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담양 버스터미널에서 사십 분가량 마을버스를 타고 도착한 삼지내마을은 고풍스러운 한옥이 즐비해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길 한쪽에 도랑을 파 만든 자연 하수도가 눈에 띄었다. 이 하수도는 마을 전체에 흘러 결국에는 마을 입구에 있는 연못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수도를 따라 걷다 보니 슬로푸드를 판매하는 ‘약초 밥상’에 도착했다. ‘약초 밥상’은 산에서직접 따 온 약초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식물로 담근 장아찌를 판매하는 슬로푸드 식당으로, ‘두레박 자연생활연구소’의 최금옥 소장이 운영하고 있다. 식사 메뉴는 장아찌 비빔밥으로, 직접 담근 장아찌에 각종 견과류로 볶은 가루를 밥과 비벼 먹는 방식이었다. 장아찌 반찬은 뷔페식으로 제공되었는데, 매실과 돼지감자 장아찌부터 녹차잎, 고춧잎 등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이렇게 오직 자연에서만 얻은 반찬으로 꾸린 한 상을 보니, 소박하지만 사소한 풀잎까지도 지나치지 않고 자연 하나하나에 주목하는 주민들의 자연 친화적인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소장이 직접 담근 식초를 물에타서 마시는 차를 제공해 전통 다도 문화 역시 배워볼 수 있다

▲담양 슬로시티 삼지내마을 내부의 전경
▲약초밥상에서 판매하는 슬로푸드

다음으로는 선조들의 전통 의(衣)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약초밥상’에서 진행하는 전통 염색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양파껍질을 미리 높은 온도에서 끓여 우려낸 물에 삼베 옷감을 넣어 염료가 스며들도록 손으로 잘 주무른 후, 햇빛에 말리는 방식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할수록 색이 더 진하고 선명하게 염색되기 때문이다. 그저 노란색이던 스카프가 염색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할수록 황금색에 가까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염색의 지속력을 위해 백반을 푼 물에 스카프를 헹궈줌으로써 천연염색을 마무리했다. 햇빛에 널어 둔 스카프가 마르길 기다리며 소장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천연염색 체험을 진행해주신 소장은 천연염색 과정이 조금 번거로울지라도 천연염색을 한 옷이 피부질환 개선에 도움이 되며 자연 친화적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천연염색을 한 옷을 입고 생활한다고 말했다. 평소 몸이 약해 크고 작은 병에 시달리다 삼지내마을에 이사를 오게 되었다는 그녀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현재의 삶이 감사하기만 하다고 한다. 슬로시티에서 자연 친화적인 음식을 먹고, 공기가 좋은 곳에서 생활하니 잔병이 치유되고 마음의 여유 또한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슬로시티의 생활 방식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하며 기자에게 슬로시티를 종종 방문할 것을 권했다.

▲천연염색을 체험하는 기자의 모습

▲천연염색을 마친 스카프를 햇빛에 말리는 모습

기자는 삼지내마을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기 전, 천연염색을 통해 황금빛으로 물든 스카프를 한 손에 쥐고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았다. 마을은 한산했지만 이따금 마주치는 마을 주민들의 인자한 눈인사 덕에 찬 겨울바람으로 쌀쌀했던 마을의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곳 주민들은 천연 염색한 옷을 입고, 자연에서 따 온 식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전통 한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의 시간은 우리보다 느리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맞추어 ‘천천히’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대 사회는 점점 각박해지고,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두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속도를 맞출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쉽게 피로하고 지쳐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마 그 해답은 ‘천천히’와 ‘여유’를 추구하는 슬로 라이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완벽하게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패스트푸드 대신 집에서 밥을 직접 하는 등 소소한 일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습관을 들인다면 각박한 현대 사회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우시윤 기자(woosy0810@mail.hongik.ac.kr)

천지예 기자(jiye1108@mail.hongik.ac.kr)

 

[참고문헌]

김종덕,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한문화, 2003.

쓰지 신이치, 『슬로 라이프』, 디자인하우스, 2005.

우디 타쉬, 『슬로머니』, 서해문집,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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