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 부문 Literature - Poem

제45회 홍대 학・예술상(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우수

<무진>

게스트하우스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가 게스트하우스 지하의 바, 회색 조명 아래에서 술잔을 부딪쳤다. 테이블에는 여자가 한 명, 남자가 다섯이었다. 나와 여자만 서울 사람이었다. 나머지는 경상도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마셨다. 나는 창밖으로 지나는 자동차들을 관찰했다. 조금 후 앞에 앉은 경상도 형이 말을 걸었다.

 

"마 니는 술 잘 못 뭇나."

"아, 예 형님 제가 술이 좀 약합니다."

"천천히 무라."

 

나는 천천히 소주를 넘겼다. 목구멍이 따가웠다. 앞뒤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따갑게 귀를 때렸다. 가끔 내 대각선 방향에 있던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눈을 피했다. 그녀도 피했다.

 

다들 2차를 간다고 했다. 나는 술에 취한 척 소리를 질렀다.

 

나는 혼자 숙소에 올라왔다. 6개의 침대가 전부 비어있었다.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몇 페이지 읽다가 책을 덮었다. 무진에 가고 싶었다. 무진과 순천은 다른 곳이라지만, 나는 순천을 찾아왔다.

 

아침이 밝았고, 나는 늦잠을 잤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씻기 위해 수건을 챙겨 샤워장으로 갔다. 어제 내 앞자리에 앉았던 경상도 형이 샤워장 문 앞으로 나왔다. 얼굴은 회색빛이었다. 눈은 초췌했다. 우리는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나는 뒤를 돌아봤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몇 시간 후 나는 무궁화호를 타고 순천을 빠져나왔다. 양옆에는 안개가 그윽한 풀밭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에 들었다.

 

최우수 당선 소감

정성훈(정보컴퓨터공학부 1)

 

살면서 1등을 해본 적이 있긴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준비한 시험이나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경험도 없었습니다. 전부 떨어졌었습니다. 아마 홍익대학교에 들어온 게 유일할 겁니다. 아 이제 하나 더 생겼군요. 행복합니다. 정말.

사실 수상소감을 어떻게 적을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차라리 말로 하는 거였다면 아무 말이나 하고 끝내면 됐을 텐데 글로 적으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계속 신문에 남아있을 글이니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소감들도 찾아봤지만, 감사를 표하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멋들어진 말들을 적었던 걸까요? 저는 자꾸 낯 뜨거워져 아득해집니다. 참 바보 같습니다. 그냥 위스키나 마시고 자야겠습니다. 그렇지만 감사한 마음만은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신, 또 영감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수

<그들이 사는 섬>

그들은 아주 멀고 외딴 섬에

흰 옷을 입고 안개가 가득한 곳에 삽니다

어린 아가부터 주름이 자글한 노인까지

서로 마주친 적은 없지만

바다로 둘러싸인 곳에 산다는 이유로

내음이 따스한 밥을 지어먹고

매일매일 음악을 듣습니다

 

그들은 가끔 내가 사는 곳에 옵니다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옷이 물에 젖었다면

흰 옷을 돌돌 말아 꾹꾹 짭니다

 

나의 마을에는

새벽이면 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많은 말들을 남기고,

아침엔 주인 없는 안개만이

거리를 맴돌며 자욱합니다

 

우수 당선 소감

위경미(동양화과 4)

 

잠이 오질 않아서 비가 많이 오는 건지, 비가 많이 와서 잠이 잘 오지 않는 건지 비는 참 많은 말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고향이 되기도 한다지요. 비가 내리는 이곳 너머 그들이 사는 섬은 참으로 가고 싶은 곳입니다. 언제나 마음을 다해 하얀 글을 쓰겠습니다. 기회를 주신 홍익대학교 신문사, 교수님 그리고 사랑스러운 사람들 모두 감사합니다.

 

우수

<섬마을 소년 이야기>

동이 트는 아침바다

푸르스름한 모래 바닥에

네 이름 휘갈겨 적어본다

 

찬 공기와 파도가 함께 밀려와

손가락 틈 사이로

네 이름을 가져갔다

나는 집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

그리고 잔잔한 바람과 함께

금빛 모래사장에 네 이름 그려본다

 

수면위로 반사되는 햇빛에 눈 깜짝할 사이

파도는 네 이름을 지우고는

도망치듯 밀려 나간다

야속하다

 

또다시 몇 번이고 파도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생기는 오기에는

내 마음 꾹꾹 눌러 담아

어두운 밤바다의 잿빛 모래사장에

부서지듯 네 이름 한번 새겨본다

 

그렇게 몇 번을 쓸려가고 나서야

네 이름 모래에 어렴풋이 새겨졌다

그리고는 물안개에 뒤덮여 가려진 섬에 들리도록

고래고래 소리쳤다

 

너 이제 항상 이곳에서 살아갈 테니

나 항상 이곳에 찾아오겠노라 하고

 

우수 당선 소감

박관하(회계학전공 4)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 수상을 했습니다. 작년 44회에 참가하여 상을 받고나서 남들에게 처음 내 글을 보여주고 그로인해 자신감을 얻어 글을 쓰는 데에 더 열정을 갖고 쓸 수 있게 되었고, 작년 수상 이후로 작품의 질을 늘리면서 동시에 작품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나온 작품들 중 몇 작품들을 골라 학예술상에 출품하였습니다. 본래의 목표는 작년의 결과를 넘어선 최우수상이었지만, 아쉽게도 우수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최우수상을 받지 못해 아쉬운 것은 제 자신만의 욕심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어떤 상이 됐던 간에 언제나 그것이 어떤 분야가 됐던 남에게 인정받는 다는 것은 항상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졸업반이 되어서 더는 본 학예술상에 출품할 수 없게 되어 아쉽지만, 마지막 학기에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는 용기와 졸업을 앞둔 저에게 크나큰 행복과 추억을 남겨준 학예술상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 수상을 했습니다. 작년 44회에 참가하여 상을 받고나서 남들에게 처음 내 글을 보여주고 그로인해 자신감을 얻어 글을 쓰는 데에 더 열정을 갖고 쓸 수 있게 되었고, 작년 수상 이후로 작품의 질을 늘리면서 동시에 작품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나온 작품들 중 몇 작품들을 골라 학예술상에 출품하였습니다. 본래의 목표는 작년의 결과를 넘어선 최우수상이었지만, 아쉽게도 우수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최우수상을 받지 못해 아쉬운 것은 제 자신만의 욕심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어떤 상이 됐던 간에 언제나 그것이 어떤 분야가 됐던 남에게 인정받는 다는 것은 항상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졸업반이 되어서 더는 본 학예술상에 출품할 수 없게 되어 아쉽지만, 마지막 학기에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는 용기와 졸업을 앞둔 저에게 크나큰 행복과 추억을 남겨준 학예술상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심사평

이승복(국어교육과 교수)

이 가을을 채워 준 청년들의 시적 풍요에 감사하며

시를 쓰고 읽고 함께 한다는 것은 생각의 속살을 찾아 드러내는 일이라 할 만하다. 지성과 감성 그리고 감각의 교합을 통해서야 비로소 얻어낼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소통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시는 쉽지 않은 글이지만 정작 소통이 이루어지면 그 공감의 크기는 실로 큰 파도만 하다. 물론 때로 감정이 과잉되기도 하고 성급한 판단이 노출되기도 하지만 조금 더 담백하게 그리고 조금만 더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표현해 낸다면 시는 분명히 아름답고 유의미한 소통이 될 수 있다.

이번 시부 응모작 36명 173편에는 기대 이상의 작품들이 많았다. 꼭 전달해야 했던 미묘하고 소중한 대상을 잘 찾아냈으며, 감각 지성 그리고 감정 등의 모든 역량을 모아 시적 대상에 가까이 다가갔고, 거기에 더하여 나름대로 침착하게 표현해 낸 작품이 정말 많았다. 수상작을 추려내기가 어려웠다. 수상하지 못한 작품이라고 해서 결코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감사한 일이다. 자신만의 사유를 향해 이렇게 진지할 줄 아는 청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기쁜 일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정진을 권한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