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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국민의 바람'에 무너져 내린 '대통령의 벽', 그리고 대한민국은

헌법재판소,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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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재형 기자
사진/조재형 기자

 지난 3월 10일(금)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재판관의 만장일치 판결로 사건 ‘2016 헌나1대통령 탄핵’의 피청구인인 박근혜 전(前) 대통령(이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하였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파면을 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탄핵 결정문이 발표되자 탄핵을 찬성한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은 각각 ‘탄핵이 되어서 다행이다’와 ‘믿을 수 없다’와 같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과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된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또한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대통령의 미비한 대처방식 및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대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기부금 출연 요구 의혹으로 인해 논란이 증폭되었다. 이에 국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정하였으며, 이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파면이 결정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태블릿PC부터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최순실 소유의 태블릿 PC 발견이다. 청와대의 주요 문건이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에서 발견된 뒤, 그녀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것이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졌고, 2016년 10월 25일(화) 박 전 대통령은 제1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해당 담화에서 사건을 축소시키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11월 3일(목) 최순실 씨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고, 박 전 대통령은 제2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음을 밝혔다.하지만 제2차 대국민담화 역시 이번 사태의 잘못이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되었다. 한편, 10월 29일(토)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진행되었으며, 매 집회마다 참가자 수가 증가해 11월 12일(토)에 진행된 집회에는 주최측 집계 기준 100만 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이기도 하였다. 11월 6일(일)에는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이 각각 강요 미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되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 추진 여부를 논의하였으며, 11월 17일(목)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과 ‘국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제3차 대국민 담화를 열어 대통령직 임기 단축과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발표하였으나, 국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진행하였다. 이어 12월 1일(목)부터 박영수 전 서울고등검찰청장이 특별검사로 임명되어 70일 간 공식 수사가 결정하였다. 국회는 12월 3일(토)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8일(목) 본 회의에 상정하였으며, 재적인원 300명 중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이번 탄핵소추안은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이후 두 번째로 국회에서 가결된 것이다.

사진/조재형 기자
사진/조재형 기자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의 한국 사회
 지난 12월 9일(금)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은 12월 21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등 15곳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공식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70일의 수사기간 동안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등을 구속·기소하였다. 이에 특검팀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 전 대통령과의 대면조사를 시도했으나 대통령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17차례에 걸친 탄핵 여부를 심판하는 변론기일 동안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법정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1월 1일(일)에 있었던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는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하기도 하였다.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월 27일(월)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특검팀은 다음 날인 28일(화) 공식 수사를 종료하였다. 3월 6일(월)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로 300억 원을 받는 등 이 사태의 중심에서 역할을 했다는 수사결과를 밝히고, 이를 국회를 통해 헌재에 제출하였다. 탄핵심판 전 마지막 주말에는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 모두 광장에 모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촛불과 태극기로 나눠진 찬반세력의 집회는 서로 화합할 수 없는 두 세력이 한 사회 안에서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으며, 두 집단 간의 별다른 충돌 없이 나란히 목소리를 내며 집회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탄핵 결정문 훑어보기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에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파면결정을 내렸다. 당초 국회에서 의결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사유는 총 13가지였지만, 헌재는 이를 크게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 주권 위배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및 직책 성실 의무 위반과 같은 헌법위배 사항 ▲뇌물수수와 같은 법률위배 사항으로 나눠 5가지 쟁점으로 정리한 뒤, 92일 간 심리를 벌여왔다. 탄핵 심판 1차 준비 절차에서 헌재는 뇌물죄 등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해 객관적 사실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여, 주요 쟁점에서 이를 제외한 채 최종판결을 진행하였다.
 
▲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 주권 위배 : 위배 인정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주권 위배 행위는 헌재 재판관 전원 합의로 주된 탄핵 사유로 인정되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인 지시와 방조로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도왔으며, 그녀의 이권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 더블루케이, KD 코퍼레이션 지원 등의 기업 이권 개입은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고 명시하였다.
▲ 대통령의 권한 남용 : 위배 불인정
 대통령의 권한 남용 행위에 대해서 헌재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면직하고, 1급 공무원 6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수리하는 등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문제에 있어 대통령이 공무원 임명권을 남용하였다는 사안에 대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들을 면직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 언론의 자유 침해 : 위배 불인정
 언론의 자유 침해에 대해 헌재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한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은 국기 문란 행위이며 청와대가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압력을 행사한 구체적인 주체가 분명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관여한 사실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 생명권보호의무 위반 및 직책성실의무 위반 : 판단 대상 아님
 생명권보호의무 위반 및 직책성실의무 위반에 대해 헌재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여 대통령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인 의무까지 즉각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직책성실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이 탄핵 사유로 인정받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먼저,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문건 유출 지시 및 묵인 행위에 국가공무원이 지켜야 될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배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해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재단법인 미르과 케이스포츠재단의 출연금을 받아 기업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최순실의 추천에 따른 문화체육 분야 공직자 인선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공익실현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김이수 재판관과 이진성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두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며 국가적 재난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성실 의무 위반이 대통령 파면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래에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위반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은폐했으며, 의혹 제기까지 비난하여 국회 및 언론의 감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보았다.
 더불어 대통령 측이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은폐했으며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에 미루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하여 재판관 전원 일치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하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일각에서는 8인 체제의 헌재가 판결을 내리는 것과 국회의 탄핵 소추 과정이 적법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에 헌재는 탄핵 결정을 할 때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8인 체제의 심리는 헌법 및 법률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만 판단 근거로 삼았고, 최종재판 과정을 생방송으로 중계하여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의 사례는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법질서를 보여주었다.

국민의 원수(怨讐)들과 함께 파면된 국가의 원수(元首)
 제6공화국 성립 이후 처음으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대한민국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탄핵에 찬성한 이들은 환호성을 터트리며 기뻐했지만, 탄핵에 반대한 이들은 이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탄핵 반대 시위는 점차 과격해져 경찰 측과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였으며, 흥분한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이 부딪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더불어 박 전 대통령이 파면 결정 이후 청와대에서 사저로 이동하는 동안 삼성동 인근 지역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일대 소란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파면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차기 대선 후보 소개와 함께 차기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자국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는데 집중하였다. 또한 정치 스캔들 과정에서 법을 수호하며 평화롭게 해결한 대한민국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사드(THAAD) 배치 추진과 그로 인한 중국의 경제 압박, 한·일 과거사 분쟁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상황을 소개하고, 차기 대통령의 임무가 막중함을 강조하였다.
 현재,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사자가 판결 및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이므로 「대한민국헌법」제68조 2항에 의거하여 헌재의 판결이 있었던, 3월 10일(금) 이후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해야 한다. 이에 본래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하려던 올해 12월 보다 몇 개월 빠른, 곧 다가올 5월에 대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 정당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며 서로 셈법을 달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이 3월 12일(일) 사저로 복귀한 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라며 헌재의 파면결정에 불복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 또한 차기 대선의 핵심이슈로 떠오르며 각 정당 간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하였다.

 2017년 5월 9일(화)은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할 일명 ‘장미대선’이 진행될 예정이다.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부터 박 전 대통령의 파면까지 국가에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지금, 국제사회와 국내정세 모두 불안정한 상황이다. 철저한 수사와 함께 관계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현재 분열되어 서로 마찰만 빚고 있는 국론 또한 봉합되어야 할 것이다. 상대를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이 아닌 건전한 비판과 이성적인 논의로, 비온 뒤에 땅이 굳듯 폭풍이 휘몰아친 대한민국도 더욱 굳건해지길 바란다.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정재림 기자 bigheadjerry96@mail.hongik.ac.kr
김민우 기자 kimsioa@mail.hongik.ac.kr
조성호 기자 leopard310@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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