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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식사가 인간에게 건네는 의미가 투영된 일본영화를 음미하다

  잔뜩 스트레스를 받은 날,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먹으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기분이 우울한 날,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 한 잔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행복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혹은 어떠한 식사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먼저 깨달은 듯이 일본에는 음식과 식사, 그리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상당히 많다. 또한 소박한 음식과 사람 냄새 가득한, 일본 특유의 감성을 영화 속에도 녹여내었다. 그리고 이 영화들은 소위 ‘힐링해준다’는 평을 받는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나오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보자.

영화 <카모메 식당>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유난히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2006)은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일식당의 주인이자 셰프인 주인공 사치에가 카모메 식당의 손님들과 낯선 곳에서함께 외로움을 달래고 행복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핀란드에 무작정 혼자 여행 온 일본인 미도리와 사치에가 함께 음식 준비를 하면서 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미도리는 사치에와 함께 일하며 열정을 되찾기 시작한다. 남편이 떠나버려 망연자실했던 한 핀란드인 여성과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린 일본인 마사코도 카모메 식당을 방문한 뒤로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이렇게 카모메 식당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외롭고 어딘가 불행한 사람들이었지만 식당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즐겁게 식사하며 어느 순간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존재가 된다. 영화는 기승전결이 없는 잔잔한 형식으로 흘러가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웃음 짓게 만들어 우리가 받은 상처마저도 치유해준다. 영화 속 카모메 식당, 그곳의 정갈한 음식, 그리고 그 음식을 맛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관객들과 등장인물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영화 <카모메 식당> 스틸컷출처: 네이버 영화


  일본 특유의 감성이 담긴 음식영화의 대표작으로 <심야식당(深夜食堂)>(2015)을 꼽을 수 있다. 토쿄 번화가 한 골목에 자리 잡은 밥집이자 주점인 심야식당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한다. 이곳의 주인인 마스터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요리라면 무엇이든 손님들에게 기꺼이 만들어 준다. 심야식당에는 남자친구에게 차였거나 상사에게 심하게 혼난 이들부터 유명한 톱스타로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밤마다 외로움에 사로잡혀 술 없이는 잠 못 드는 배우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줄줄이 방문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만의 추억이 깃든 음식을 시키고는 심야식당을 방문한 다른 손님들과 마스터, 그리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스터의 정성스럽고 섬세한 음식과 식당에서의 대화를 통해 그들은 서로를 위로해주고, 또 위로받는다. 영화는 화려하고 값비싼 음식이 아닌 어머니가 해주셨던 소시지볶음, 첫사랑이 좋아했던 계란말이 등 추억이 깃든 음식 자체가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준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또한 심야식당을 찾는 그들의 모습은 화려하진 않지만 추억이 담긴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는 자신만의 단골집을 방문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기에 <심야식당>은 아직까지도 일본 현지와 우리나라에서 잔잔한 열풍을 끌고 있다.

영화 <심야식당>출처: 네이버 영화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식당 혹은 단골인 가게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음식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도 있다. 영화 <스키야키(極道めし)>(2011)는 감옥에 갇힌 다섯 명의 죄수들이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설날 음식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며 지금까지 먹어본 최고의 음식을 누가 더 맛깔스럽게 묘사하는지 대결한다. 그리고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가장 맛있는 ‘추억의 음식’에는 버터와 간장, 계란과 옥수수를 넣어 비빈 밥 한 그릇, 엄마를 떠나는 날에 먹었던 눈물 젖은 핫케이크, 연인이 만들어 준 양배추와 파기름이 잔뜩 들어간 라멘 등으로 푸아그라, 캐비어 등 흔히 생각되는 최상의 음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감옥이라는 곳에서 자신의 추억이 담긴 음식으로 대결하는 그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스키야키>는 지금 있는 곳이 어디든지 추억이 담긴 음식이라면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우리의 모습을 다섯 명의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 <스키야키>출처: 네이버 영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단골 식당이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살펴본 영화들은 우리에게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가 우리에게 행복을 주고, 우리가 받은 상처를 치유해 주며,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줄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을 알려준다. 오늘,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영화를 관람하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자주 가는 식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보며 ‘힐링’하길 바란다.

최유빈 기자  neyobin@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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