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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기억될 홍대 앞 서브컬처의 성지, 「북새통문고」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대의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홍대 앞. 문화와 유흥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속, 조금은 특이한 서점이 자리 잡고 있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 건물에 자리 잡은 신기한 이름의 지하서점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한국 최대 만화 서점’이라 불리는 「북새통문고」가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서브컬처(Subculture) 관련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한국 최대의 서브컬처 포인트로 여겨지는 홍대에서도 많은 이들이 방문해 일명 ‘서브컬처의 성지’라는 별명이 있는 「북새통문고」, 이곳은 과연 어떤 서점이기에 이러한 별명이 붙은 것일까?

 

「북새통문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북새통문고」는 원래 「만화마트」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던 다소 규모가 작은 만화 전문 서점이었다. 그러다가 2004년 5월부터 현재 북새통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만화총판업체 「인광서적」이 「만화마트」를 인수하면서 「북새통문고」라고 상호명을 변경하여 재개장하였고, 이후 매장 확장도 이루어지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이에 힘입어 북새통문고는 기존에 홍대거리에 위치해 있었던 「한양툰크」와 더불어 홍대 만화 서점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북새통문고」는 점포의 위치가 출판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는 서교동과 가깝기도 하고,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출판단지와의 접근성도 좋아 만화 출판 업계 관계자들이 항상 주시하며 시장 파악의 기준점으로 삼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곳은 만화 작가들의 신작 홍보나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 등에서나 볼 법한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가 종종 열리기도 하(며)는 등 높은 위상을 자랑한다.

도서의 경우 한국 최대 만화 서점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구비하고 있다. 일반 만화는 물론이고 *라이트 노벨(Light Novel), 웹툰 단행본, 판타지 소설, 심지어 성인용 도서 등 마이너한 장르까지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또한 만화나 일러스트 제작을 위한 도서도 잘 구비되어 있어 만화가 지망생이나 미술학원 학생, 미술대학 학생 등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은 신간 도서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절판도서의 경우 물량이 소진된 경우가 많으나, 고객의 요청이 많은 절판도서는 직접 출판사에 필요한 물량만큼 출판을 의뢰해 한정판매를 하기도 한다. 타 만화 전문 서점들과 달리 원서를 따로 들여놓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간혹 만화나 소설 원서를 찾는 문의 전화가 걸려올 때면 원서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브컬처의 성지, 북새통문고를 직접 가보다

이렇게 홍대 앞 만화 전문 서점의 터줏대감으로써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북새통문고」, 그곳의 실제 모습은 어떠할까? 기자가 직접 「북새통문고」를 방문해 파헤쳐보기로 했다. 번잡한 홍대입구역 앞에서 잠시 벗어나 빌딩 뒤편으로 이어지는 골목에 들어서면, ‘북새통문고’라는 이름이 적힌 출입구가 반겨준다. 만화 전문점이라는 글귀가 어색하지 않게, 매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여러 가지의 만화 포스터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풍기며 붙어있다. 이윽고 매장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서브컬처의 천국’이 눈앞에 펼쳐진다. 많은 어린아이‧청소년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슬램덩크』(1990), 『원피스』(1997) 등의 명작들은 물론이고 일본에서 유행하는 신작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와 더불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DC 코믹스」 와 「마블 코믹스」 등의 만화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책장을 따라 길게 늘어선 만화책과 라이트 노벨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2001~2011) 속 호그와트의 도서관을 연상하게 된다. 책장 곳곳에는 많은 만화 작가들의 싸인이 액자에 담긴 채 걸려 있어 만화 업계에서의 「북새통문고」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더불어 매장 한편에는 성인용 도서‧잡지 코너가 다른 일반 만화 코너에 맞먹는 크기로 존재한다. 다른 서점이었다면 성인용 도서를 찾는 고객들이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해 서점 내 은밀한 곳까지 가서야 겨우 책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이곳에서는 성인용 도서를 사는 것이 그저 평범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성인용 도서 코너의 형태도 꽤 개방적으로 되어 있다.

 

다양한 도서 종류만큼 손님들의 내공도 상당해서,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의 대화 내용을 듣고 있으면 ‘한 분야에 통달한 이들의 대화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북새통문고」 박회탁 대표의 내공 또한 대단한데, 손님의 ‘○○○ 있나요? 어딨나요?’라는 말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어느 곳에 있는지 척척 알려주며 손님을 안내한다. 마치 서울 시내의 복잡한 길을 꿰뚫고 있는 노련한 택시 운전(수)사를 보는 듯하다. 도서 검색대가 2대 정도 있긴 하지만, 책장의 몇 번째 즈음에 찾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는 탓에 손님들도 박 대표나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는 쪽을 더 선호한다. 기자도 이곳의 분위기에 젖어 책들을 살피다 보니, 어느새 아다치 미츠루(安達充, 1951~)의 야구 만화 『H2』(1992) 1, 2권이 손에 쥐여져 있었다. 기자가 평소 야구를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가던 직원의 ‘명작 중의 명작’이라는 추천 또한 『H2』를 사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북새통문고」는 계산을 끝낸 고객들이 구매한 도서를 읽을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마련해 놓고 있어, 기자 또한 구매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화책을 읽는 시간을 보냈다. 마치 초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빌려 읽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 위 취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 이전인 2020년 2월 13일(목)에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

 

추억과 함께 버텨온 17년 세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이렇듯 「북새통문고」는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휴식처이자 가슴 두근거리는 성지로 남아왔지만, 결국 이곳도 시대의 변화와 코로나19의 후폭풍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북새통문고」는 지난 11월 19일(목)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2월 15일(일)부터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을 종료하고 총판 업무 및 온라인 판매에만 전념하겠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방문객들이 큰 폭으로 줄면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후 지난 12월 10일(목) 추가 공지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 영업을 2021년 2월 28일(일)까지로 연장했지만, 언제 다시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 상황대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의 부활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무래도 홍대 번화가에 자리 잡은 특성상 월세 등의 유지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주변에 프랜차이즈 서점들도 들어서면서 기존 서점들의 상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북새통문고」와 함께 홍대 만화 서점의 양대 산맥이라고 언급되었던 「한양툰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양툰크」는 1997년에 개업한 유서 깊은 만화 전문 서점이었지만 2010년대 들어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주변에 잇따라 개장하면서 매출 감소가 지속되었고, 이를 이기지 못해 지난 2018년 8월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사이트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취재를 위해 「북새통문고」를 찾았을 당시 박 대표는 “그나마 「한양툰크」 정도로 규모가 되는 곳이었기에 오래 버틴 거다”라며 “그보다 영세한 개인 업체들은 「한양툰크」보다 한 발 먼저 영업을 중단하거나 도산하기도 해 홍대 거리에서 남아있는 만화 전문 서점은 (취재 당시 기준) 이곳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결국 「북새통문고」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며 「한양툰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만화 시장의 구조가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 또한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이전에는 대본소나 만화 잡지 중심의 오프라인 위주로 시장이 돌아갔던 만큼 만화 전문 서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디지털 매체가 발달하면서 만화를 대체할 수 있는 놀잇거리가 늘어나고 만화 시장도 웹툰 중심의 온라인 매체로 그 주체가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시장이 점점 축소되어 서점을 찾는 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한양툰크」는 2014년 기준 하루 약 500~800여명 정도가 매장을 방문했는데, 이는 개장 초창기였던 1990년대 후반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북새통문고」는 주 고객층을 청소년층‧학생으로 잡고 작법서와 같은 도서를 마련해놓거나 퍼즐 등 기타 상품들을 판매하며 자구책을 마련해 그 영향이 덜했지만, 고객 감소의 칼바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여기에 2014년 도서를 정가의 일정한 비율 이상의 금액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일명 ‘도서정가제’가 실시되면서 가격 면에서 프랜차이즈 서점보다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진 것 또한 매출 감소에 한 몫을 했다. 취재 당시 박 대표는 “예전에 비해 확실히 손님이 줄어든 것을 느낀다”며 그나마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들 덕에 현상유지는 하고 있지만, 이곳도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이런 박 대표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이제 「북새통문고」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을 준비를 하고 있다.

 

비록 「북새통문고」는 사라질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마지막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곳에 쌓여 있는 수많은 이들의 추억들만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저 ‘이곳에 「북새통문고」가 있었다’고 기억해주기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하던 「북새통문고」의 마지막 인사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금도 그곳에는 「북새통문고」를 기억하기 위한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북새통문고」에 들러 새로운,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추억을 쌓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브컬처(Subculture): 어떤 사회의 지배적·전통적 문화에 대하여 특정 사회 집단에서 생겨나고 자라는 하위 문화. 한국과 일본에서는 보통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문화를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라이트 노벨(Light Novel): 일본 만화 풍의 삽화가 들어간 작은 판형의 소설. 서술 방식이 일반 소설과 다르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형태를 띤다.

김주영 기자  B881029@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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