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9.19 화 22:53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달콤쌉싸름
단방향 대화, 대학을 지배하다

지난 11일(토), 새벽부터 서울대는 시끄러웠다. 소화기 분말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소화전을 이용한 물대포가 난무했다. 누군가는 발길질을 했고, 누군가는 울었으며, 누군가는 감금당했다. 이는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본관을 150여일간 점거하던 학생들을 해산시키려 했던 과정에서 나타난 모습들이다. 불행히도 진압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직원과 학생들 수십 명이 출혈 부상을 당했으며 실신하기도 했다. 밀려난 학생들은 오후 3시경 본관 재진입을 시도했다. 학생들은 소화기를 이용해 문을 열고 이후 내부에 있던 직원들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분사했다. 소화기 분말에 당황한 직원들은 소화전에서 호스를 꺼내 학생들에게 물을 분사했다. 이들의 대치는 오후 6시경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본관 퇴거를 발표하면서 마무리 되었지만 대치 과정에서 학생 2명이 탈진하고 학생과 직원 여러 명이 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7월 30일(토),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학생과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었다. 당시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28일(목) 오후부터 본관 점거 농성을 하고 있었다. 농성의 이유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불응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농성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28일 대학평의원 회의에 참석했던 인물들과 대화하기를 원했지만, 그들과의 대화는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은 그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평의원 2명, 교수 4명, 교직원 1명 등이 46시간 동안 본관에 갇혀 있었다. 이에 최경희 전 총장은 경찰병력 출동을 공식 요청했고 경찰은 이화여대에 약 16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경찰들이 본관 안으로 들어가 농성중인 학생들을 밖으로 끌어내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소리 지르고 밀치기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경찰들은 본관에 갇혀 있던 인원들을 데리고 나왔으며 그들 가운데 어지럼증과 탈수 증세를 호소하는 인원들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경찰과 학생들 양측에서 찰과상을 입은 자들이 나왔다. 학생들 중 약 100여 명 가량은 아직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 점거의 발단은 시흥캠퍼스 추진이었다. 2007년부터 서울대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계획하며 시흥캠퍼스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이에 적극 반대하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서울대는 타인에 의한 시흥캠퍼스의 상업적 이용을 우려해 시흥시와 비밀리에 협약을 맺고자 했고 비밀이었던 이 사실이 시흥시에 알려지면서, 업무실시협약 체결 3시간 전에 학생들에게 사실을 통보하였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인 영리사업 추진이라며 본관을 점거했다. 물론 이후에도 양 측은 서로 대화를 위한 시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두 집단의 대화는 순항을 겪지 못했다. 이화여대의 경우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철회요구를 시작으로 점거가 일어났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대학이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이용해 수익사업을 내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경찰병력과의 대치가 이어졌고, 이화여대 내에서는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계획은 철회하였지만 이화여대 학생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부른 학교 측 대처에 분노하며 최경희 전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였다.
위의 두 학교 상황들을 생각하고 있자면, 마냥 씁쓸하기만 하다. 두 학교 모두 학생들이 처음부터 반대했던 사업을 협의 없이 추진하려 하였다. 이후 자신들의 의견이 무시당하자 학생들은 학교에 대응하기 위하여 최후의 방법인 ‘점거’를 사용했다. 점거 후 종종 대화의 모습이 나타나긴 했지만, 결국 소통하지 않는, 단방향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학생들은 물리적 충돌을 겪었다. 이 두 사건은 어쩌면 멀지 않은 우리 대학 내 갈등과 퍽 닮아있다. 또한 나아가 이러한 갈등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듯하다.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소통을 하려 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단면 말이다. 학교와 학생은 서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대학이라는 하나의 큰 집에서 학생과 교수, 교직원 등은 모두 집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때문에 그 누구도 학교의 주인이라 자처할 수 없다. 집이 모든 구성이 잘 갖추어져야 오래 가듯, 학교에서도 누구 하나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흔히 대학을 사회의 축소판이라 한다. 이러한 대학에서조차 서로 인정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갈등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씁쓸하기만 하다.

편집국장 양승조  hiujimi@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