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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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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란 겉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띠고 있지만 맛은 없는 개살구라는 뜻으로,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기자는 이 속담을 볼 때마다 기자 자신을 지칭하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빛조차도 좋지 않을 수 있기에 이는 기자의 착각일 수도 있다. 학기 중에 취재, 기사 작성, 늦은 시간까지의 마감 일정을 소화하고 방학 중에 밤낮으로 기획서를 작성하는 기자를 보며 학교 동기들과 친구들은 힘들지 않냐며 걱정해주고,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이처럼 기자의 주위 사람들에게 기자는 맡은 일을 성실하게 완수하는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자는 취재 부족, 지각, 꼼꼼하지 못한 성격으로 맡은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해 선배, 동기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기자는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인 작년 7월 신문사에 입사했다. 남들과 다른 대학 생활을 하고 싶었고 다른 학과 선배, 동기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현재 조형대학 ‘디자인컨버전스학부’ 전공이며 디자인 계열로 진로를 정할 것이다. 보다시피 기자의 전공과 진로는 신문사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조형대학 특성상 많은 과제량으로 인해 학업과 신문사 활동 병행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그렇게 신문사 입사 후 바쁜 한 학기를 보내자 53기 선배 기자들이 퇴임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배 기자들, 동기들과 많은 교류를 하지 못한 기자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으며, 당장 동기들끼리 신문 발행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꼈다. 하지만 기자의 걱정은 무색할 정도로 동기들의 실력은 매우 뛰어났다. 동기들끼리 신문 발행을 해야 된다는 걱정은 기자 자신만 부족해서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특기 중 하나인 사진 촬영을 살리기 위해 4개의 부서 중 문화·미디어부에 들어갔고, 부족한 신문사 인력으로 인해 2년차 기자지만 문화·미디어부 부장을 맡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 승진이지만 ‘빛 좋은 개살구’인 기자는 기자의 부족함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그렇지만 문화·미디어부 부장이기에 기자보다 몇 달 늦게 입사한 동기들에게 사진교육을 하고 ‘오색찬란’, ‘보따리’, ‘살롱 드 홍익’의 작성법을 알려줬다. 이윽고 그들이 작성한 기사는 기자가 신문사에 입사 후 처음으로 작성한 기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문화·미디어부 부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부족한 실력과 꼼꼼하지 못한 성격으로 실수를 하는 기자가 부끄러워졌으며, 많은 과제량과 신문사 활동의 병행으로 인해 지쳐 ‘퇴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퇴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 기자는 문득 지난해 부족한 신문사 인력을 걱정하던 기자 자신이 떠올랐다. 신문사 인력 문제를 자각하고 있으면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퇴임을 하겠다는 생각은 신문사 동기들을 배신하고 도망치는 일 같았다. 기자는 ‘퇴임’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열정이 넘치던 작년 수습기자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 또한 걱정만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깨달은 기자는 동기들과 앞으로 들어올 수습기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김성현 기자’의 문구를 단 기사들을 책임감 있게 작성하기로 다짐했다. ‘빛 좋은 개살구’도 누군가는 좋아하고 어딘가에는 쓸모가 있지 않겠는가. 2021년 3월, 기자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S동 211호에 발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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