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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에서 복지까지 책임지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

김창호(기계설계93)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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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자에게는 처방된 약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특히 고령자의 경우 복약 시간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약물 부작용을 경험해도 약의 이름을 몰라 어려움을 겪거나, 설명서의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려워 유의 사항을 놓치기도 한다. 김창호 동문(기계설계93)은 헬스케어 기업 ‘모노라마’의 대표로, 이들에게 복약 알림을 보내 약을 제때 섭취할 수 있도록 돕고, 의약품 정보와 약물 사용 결과를 제공해 안전한 약물치료를 돕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기계설계를 전공하고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을 거쳐 헬스케어 분야로 창업한 김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본교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하고, 이후 계속 프로그래밍 업무를 했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의료, 헬스케어 분야로 창업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전공은 기계설계이지만 기계공학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과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결심이 있었다. ROTC로 군 생활을 하면서도 프로그램 개발업무를 했다. ROTC를 제대한 후 대학교 4학년 때, 내 인생이 바뀐 날이 바로 인터넷을 처음 쓴 날이었다. 당시 충격을 받고 ‘이제 물리적인 제약은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제대하고 본격적으로 인터넷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했다.

창업에 대한 꿈을 가진 것은 대학교 4학년 때, MBC에서 방영한 TV 프로그램 <성공시대>를 보면서다. 직업이 자아실현의 도구라고 봤을 때 월급을 받는 입장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하기로 했다. 다만 창업을 할 때 의료데이터, 헬스케어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게임 배포 사업 등 시행착오 끝에 우연히 의료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흥미로운 분야이기도 하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에 좋다고 생각해 의료 분야로 창업을 했다.

 

Q. 동문은 2015년 헬스케어 스타트업 모노라마를 설립했다. 현재 모노라마에서 진행 중인 서비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A. 우선 *복약지도를 돕는 ‘올약’ 서비스가 있다. 사용자는 주로 만성질환자들이다. 이분들은 약을 제때 복용해야 하는데 같은 약을 수 개월, 수 년간 먹게 되면 잊어버리기 쉽다. 혹은 약을 먹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먹은 약을 또 먹기도 한다. 심지어 본인이 약을 먹었는지 확인하려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경우도 있다. 올약 서비스는 약을 제때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출시했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서비스를 이용해 처방전을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약품 코드를 파악해서 약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또한 가족 추가 기능을 통해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가족이 체크할 수도 있다. 현재 올약을 통해 질환을 가지신 분들이 약을 놓치지 않고 잘 복용하고 있다. 

다른 서비스는 ‘복지 사례 발굴’이다. 현재 부산광역시 사상구 외 두 곳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근처 놀이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직접 카카오톡에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지 신고한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직원이 그 장소에 찾아가 인터뷰를 하며 그 사람에게 복지혜택을 부여해야 하는지 판단한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대한민국이지만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고 행정업무와 인력 부족의 이유로 이들을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규정 자체에는 이런 분들이 복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 참여형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 

 

▲올약에 복용 알림과 처방전을 등록한 모습
▲올약에 복용 알림과 처방전을 등록한 모습

 

Q. 복약지도 서비스인 올약은 의료 분야와 연결된 사업이다. 의료는 전문 분야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많을 것 같다. 사업을 하며 겪었던 고충이 궁금하다.

A.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분야이기에 매우 신중해야 하고 혹시나 있을 사고를 대비한 규제가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규제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그 벽이 높다. 이로 인해 기술의 발달이 늦어지고 시장 진입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이 뒤처질 수 있다. 이렇듯 규제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규제가 창의력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본인에게 익숙한 것이 있으니 받아들이지 않는다. 혹자는 규제를 피해서 사업을 하라고 하지만, 혁신과 창의는 규제에 대한 저항 정신을 가지고 이를 개선의 대상으로 볼 때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화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고충이다.

 

Q. 코로나19로 치료제 개발 등 제약 시장이 활성화됐고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올약이나 복지 사례 관리 사업은 코로나19로 뜻밖의 호황을 맞았다. 비대면 *복약순응도 관리 기능도 개발했고, 원격 화상진료까지 개발했다. 본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던 서비스였는데, 찾아와주는 기관들이 생겼다. 다만 내가 종사하는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해서 봤을 때, 이 분야가 코로나19로 큰 변화를 겪진 않았다. 바이오와 헬스케어가 같은 단어로 묶여서 서로 혼동될 수도 있지만 아예 다른 분야다. 바이오 분야는 약이나 치료 기기를 만들기 때문에 코로나19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와 달리 헬스케어 분야는 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분야다. 코로나19로 인해 규제가 크게 달라진 건 없어서 헬스케어 분야에 큰 변화가 오지는 않았다.

 

▲복지 사례 관리 서비스 화면
▲복지 사례 관리 서비스 화면

 

Q. 복약제도를 돕는 올약에 이어 주민 참여형 복지 사례 관리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A. 보건 서비스와 복지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올약이 보건 서비스라면 복지 사례 관리는 복지 서비스다. 이 두 서비스는 서로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연결선상에 있다. 주민 참여형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 발견된 사례자는 대체로 몸이 좋지 않다. 이 분들이 올약 서비스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셨으면 한다. 사례 발굴과 올약은 서로 연결된 서비스이고, 이런 연결선상에 있는 기능과 서비스를 빠른 시일 내에 출시하여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는 것이 목표다. 또한 저희 서비스로 이런 분들이 발굴되어 공동체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부산광역시 사상구와 위기가구 발굴, 맞춤형 보건복지 서비스 지원 양해각서를 체결한 동문의 모습
▲부산광역시 사상구와 위기가구 발굴, 맞춤형 보건복지 서비스 지원 양해각서를 체결한 동문의 모습

Q. 4차 산업 시대, 창업을 꿈꾸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A. 4차 산업이 앞으로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상상할 수 없다. 오히려 상상하는 대로 될 거라고 본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보다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할 것인지, 기술을 활용하는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기술이 시키는 역할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 좋겠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창업할 때 TV, 영화, 창업 관련 서적 또는 정부지원 사업을 보고 창업하지 말고, 내가 남의 일도 내 일처럼 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확신이 설 때 창업을 알아보면 좋겠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사업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약지도: 약효, 투여 경로 등 환자가 유효하고도 안전하게 약물치료를 받도록 복약에 관한 사항을 지도하는 일. 

*순응도: 환자가 의사나 그 밖의 보건 전문인이 처방한 요법에 따르는 일관성과 정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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