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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현실 세계 속 또 다른 나를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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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사람과 만나 대화하고, 게임을 하고, 때로는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시공간의 제한 때문에 늘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지곤 한다. 이러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에서는 자유로운 선택과 간편한 터치 몇 번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공간을 꾸밀 수 있다. 또한 SNS 기능으로 이용자끼리 여러 가상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으며,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다. 메타버스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낯선 듯 익숙한 메타버스

메타버스가 무엇인가요?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메타버스는 현실처럼 높은 자유도를 가지며, 캐릭터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

어디까지를 메타버스로 볼 것인지는 학계에서 논의 중이지만, 대표적인 메타버스의 유형에는 거울 세계(Mirror Worlds), 라이프 로깅(Life-Logging),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가상세계(Virtual World) 등 네 가지가 있다. 어렵게 들리기도 하지만, 우리 삶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거울 세계는 현실을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복제한 세계를 뜻한다. 3D 기술과 위성사진을 통해 실제 세계를 지도에 똑같이 구현해 낸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예로 들 수 있다. 라이프 로깅은 일상의 경험과 정보를 기록·저장·공유하는 활동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에 속한다. 몇 년 전 유행했던 ‘포켓몬고’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메타버스이다. 증강현실은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현실 공간에 가상의 데이터를 겹쳐 보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적인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는 가상세계(Virtual World) 메타버스에 속한다. 가상세계는 디지털로 구축한 현실과 유사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대안적 세계다.

   

모두가 주목하는 메타버스 

“ The Metaverse is coming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

   

지난해 10월, GPU(그래픽카드) 회사로 유명한 엔비디아 기업의 CEO 젠슨 황 회장은 GTC 2020 기조연설에서 위와 같이 발언하며 메타버스 시대의 시작을 선포했다. 사회, 경제, 문화 등 현실 세계의 활동을 마비시켰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처하기 가장 적합한 메타버스는 한층 빠르게 그 필요성과 기술력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50조 원가량이었던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30년경에는 7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시장의 쾌속 성장을 예측하기도 했다. 현재 메타버스는 분야에 상관없이 유명 기업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중이다.

 

게임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제페토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제페토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2006년 출시돼 성공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라 일컬어지는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이 직접 아바타가 되어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게임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유저들은 개발자가 설정한 제약의 구애 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고 사이버 머니 ‘로벅스’를 벌어 수익을 창출한다. 이처럼 메타버스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면 대부분 게임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게임 외에도 우리 삶에 스며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DBG금융그룹은 지난 6월, 자신만의 3D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그룹 계열사 CEO들이 참석한 그룹 경영 현안 회의를 개최해 효율적인 비대면 업무를 진행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제페토’에서 대선 출마선언식을 시행해 청년층과 비대면 소통을 도모하기도 했다. 또한 건국대학교와 숭실대학교는 메타버스 대학 축제를 개최하고, 전라북도 전주시는 전주한옥마을과 같은 유명 관광 명소를 메타버스로 재현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찾아볼 수 있다.

 

메타버스의 미래는?

 

▲한화 약 32억 원에 낙찰된 잭 도시의 첫 트윗
▲한화 약 32억 원에 낙찰된 잭 도시의 첫 트윗

메타버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달아준 NFT

한 줄의 트윗이 경매에서 1630.58 이더리움(당시 환산액 약 32억 원)에 낙찰돼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소셜 미디어 '트위터(Twitter)'의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 1976~)가 처음으로 남긴 트윗 “just setting up my twttr(내 트위터 설정 중)”은 지난 3월 NFT 경매에서 약 32억 원에 판매됐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의 NFT는 블록체인 기반 기술로, 해킹이 불가능해서 어떤 콘텐츠도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을 지니게 만든다. 기존 디지털 콘텐츠는 상징성이 있더라도 무한대로 쉽게 원본을 복제할 수 있어서 높은 가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NFT의 등장으로 가치가 재평가됐다.  

그렇다면 NFT는 메타버스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메타버스 속 예술작품, 상품, 부동산 등과 NFT를 결합시킨다면 한 번 구매했던 디지털 재화에 대한 비용을 투자비용으로 바꿀 수 있다. 또한 NFT는 메타버스에서 구매한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한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그림, 음악, 영상과 같은 것들은 무한정으로 복제될 수 있기 때문에 원본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 블록체인 방식의 NFT는 어떤 것이 원본인지를 확정할 수 있어 세상의 어떤 디지털 재화와도 대체 불가능함을 증명할 수 있다. 그리고 메타버스에서 NFT를 통해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권리를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거래금액이 크고, 상징성이 있는 예술 작품과 결합해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NFT의 경매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이다. 결국 NFT는 메타버스에서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하고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순기능을 한다. NFT는 메타버스가 반짝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세계 속 그림자

▲연도별 사이버범죄 발생건수와 검거률/출처: 경찰청
▲연도별 사이버범죄 발생건수와 검거률/출처: 경찰청

한편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온라인이라는 메타버스의 특성상 사이버범죄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사이버범죄 발생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검거율은 역행하는 추세이다. 기술력을 바탕에 둔 사이버범죄의 경우, 범죄를 수사해 나가는 데도 그에 상응하는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기존 사이버 범죄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메타버스 내 범죄가 성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인터넷 환경에서는 개인정보를 스스로 보호하고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메타버스는 플랫폼, 창작자, 개발자, 광고주 등 다양한 대상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기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전에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메타버스가 존재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짚어보고 메타버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중앙대학교 다빈치 교양대학 이현정 교수님을 찾았다.

 

Q. MZ세대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메타버스는 MZ세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이 주목하는 분야이다. 최근 메타버스 이용자에 관한 연구를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메타버스를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설문 대상자를 선출해야 했는데 예상외로 40대, 50대 등 중년층이 많았다. 그런데 세간에서 MZ세대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른 세대보다 MZ세대가 디지털 디바이스와 가깝고 메타버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 같다.

Q. 과거 한국에서 유행했던 메타버스인 싸이월드는 인기가 식었다. 메타버스 열풍이 다시 분 이유와, 과거 메타버스 열풍과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과거 메타버스와 차별점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던 설문 조사에서 설문 대상자에게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일 순위 목적은 무엇인지 물었다. 80% 정도가 게임이라고 답했다. 게임은 미션과 그 미션을 수행했을 때 보상이 주어진다. 한때 인기 있었던 메타버스 중 하나인 세컨드라이프는 이러한 성격이 없었다. 또 캐주얼 게임이라 한정하는 이유는 장르 자체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전술 게임은 게임 난이도와 중독성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진입하기에 부담감을 느낀다. 우선 캐주얼 게임에 접속한 이용자는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포트나이트에서 <테넷>(2021)의 예고편, BTS의 뮤직비디오를 최초 공개하면서 이용자들은 오랫동안 접속해도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사람들을 메타버스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둘째는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싸이월드는 도토리라는 화폐를 이용했지만, 도토리를 현금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 메타버스는 메타버스 내에서 얻은 수익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이 점이 기성세대들을 끌어 모았다고 본다.

 

Q. 현재 메타버스는 가장 주목받는 IT 분야 중 하나다. 메타버스의 잠재가치와 향후 우리가 메타버스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메타버스에 연결된 가치 사슬 체계가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시스템 구동을 위한 그래픽카드, 디지털 디바이스, 예술적인 측면, 음악적인 측면, 광고, 게임 회사, 리테일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있다. 인기 있는 메타버스가 등장한다면 메타버스와 함께 활성화될 수 있는 산업들이 많기 때문에 잠재가치는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다. 경제적 가치 이외에도 우리는 메타버스를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 현실에서 성격, 사회적 제약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메타버스에서는 할 수 있다.

 

Q. 메타버스가 성장하며 메타버스 내에서 적용 가능한 새로운 윤리와 제도의 정립이 필요해졌다. 메타버스 관련 윤리, 제도를 정립할 때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최초의 메타버스인 세컨드 라이프에서 집단 폭행, 테러, 세금 탈세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와 유사한 윤리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서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메타버스에 도입될 때 윤리적 인식이 없으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AI에 활용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은 외부의 정보를 바탕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의도적으로 비윤리적인 내용을 AI에게 학습시키면 AI는 또 다른 AI나 이용자에게 잘못된 내용을 알린다. 따라서 우리의 행동이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에 맞춰 행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메타버스는 현재 주목받는 산업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NFT와 결합해서 투자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윤리와 제도가 미비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를 ‘끄면 없어지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찬혁 기자(cksgur158@mail.hongik.ac.kr)

민정범 기자(ffpanda@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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