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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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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의 그림자가 대신 깨어있도록 해주어라. 그림자가 밤새 대신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았어야 할 것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2020) 속 한 구절이다. 사람들은 자면서 꿈을 꾼다. 기자도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기억 못 하는 꿈이 대부분이지만 인상 깊은 꿈은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꿈을 꾸며 생각해본다. ‘잘 때 꿈을 이렇게나 많이, 다양하게 꾸는데 나는 지금 꿈이 있는가?’ 잘 때 꿈을 꾸는 것도 미래를 꿈꾸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어렸을 때 꾸었던 무궁무진한 꿈들을 성인이 된 후에도 그대로 꾸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한 모습이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일어나면 ‘꿈만 같은 일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 외에도 ‘꿈도 꾸지 마’, ‘꿈에도 상상 못 했어’ 등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에 ‘꿈’은 자주 등장한다. 꿈은 무엇이고 왜 꾸게 되는 걸까?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꿈이란 수면 중에 일어나는 일련의 시각적 심상으로 때로는 청각, 미각, 후각, 운동감각에 관여하는 것도 있다. 우리 뇌에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해마가 있는데 이 역할은 잠을 잘 때 이루어진다. 이때 기억들은 영상으로 옮겨지는데 이것이 바로 꿈이다. 프로이트(S. Freud, 1856~1939)의 꿈에 관한 주장에 따르면 신체 내⋅외부의 자극, 최근 경험한 내용, 내가 바라는 일, 이루지 못했던 목표 등이 꿈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래를 꿈꾸는 일은 무엇일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열의 아홉은 직업으로 대답할 것이다. 기자는 유치원을 다닐 때 시인이 되고 싶었다. 시를 지어서 할머니 앞에서 낭독하기도 했고, 냉장고에 자랑스럽게 붙여놓기도 했다.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직업으로 교사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교감하는 멋지고 다정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꿈을 잃었다.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장래 희망을 작성해 내는 칸에는 적당히 생활기록부에 쓸 만한 직업을 적어 넣었다. 현실에 부딪히고 나서 기자에게 꿈이란 잘 때 꾸는 꿈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대학생이 된 지금 아직 21살이지만 대학교 2학년이기도 하다. 나이는 어리다고 생각하지만, 대학교 2학년으로서는 그 부담감이 다른 것 같다. 벌써 대학 생활의 절반이 지나갔고 내년부터는 취업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 진정 원하는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도 종종 든다. 주위 친구들도 기자와 다름없이 꿈보다는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자격증을 준비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 주위에서 다 자격증 준비를 하니까 나도 하는 거다’라는 답변을 받곤 한다. 

원하는 꿈을 이루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 설 자리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렇다면 꿈을 이루는 것은 행운에 맡겨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앞으로 누군가 꿈을 물어본다면 명사보다는 동사로 대답해보자. “내 꿈은 무엇이야”가 아니라 “내 꿈은 행복해지는 거야”라고 대답하게 된다면 꿈을 이루는 일은 행운이 아닌 행복이 될 것이다. 현실에 부딪혀 꿈은 잘 때나 꾸는 것이라고 단정 짓는 모든 사람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잘 때 꿈에서나 보았던 마음속 어딘가 묻혀있던 그 꿈을 실제로 이뤄본다면 정말 멋진 일일 것이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꿈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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