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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를 다양한 요소로 다채롭게 만들어내다

잡지 에디터 박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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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한편에 위치한 알록달록 다양한 잡지들. 잡지 한 권을 집어 펼쳐보면 다양한 사진과 글, 광고가 눈을 사로잡는다. 매 호마다 다양한 페이지를 담고 있는 잡지는 그 자체로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잡지의페이지를 채우는 박찬용 잡지에디터는 패션·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칼럼니스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페이지를 만들고 기획하는 박찬용 잡지 에디터를 만나 잡지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들어보자.

 

Q. 2009년 말부터 시계 전문잡지 <크로노스>, 남성 패션 잡지 <에스콰이어>, 주거 문화 매거진 <디렉토리> 등 여러 잡지사에서 다양한 분야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잡지 에디터를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와 다양한 분야의 잡지사에서 일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단순히 글을 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로고, 폰트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간 페이지 전체를 기획하고 제작하는데 관심이 있었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잡지 에디터밖에 없었다. 기자는 원고만 작성하고,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하자니 영상이나 시사, 이슈에 큰 관심이 없었다. 당시에는 이러한 생각이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라이프스타일 산업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잡지 에디터로 일하면서 한 잡지사에서 일을 오래 하고 싶어도 규모가 작은 잡지사가 많아 직장을 옮겨야하는 상황이 많았다. 실제로 일했던 잡지사 6곳 중 2곳은 일하던 도중 폐간하기도 했다. 또한 잡지 에디터를 그만두었고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잡지 에디터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지게 되었다.

▲출처:YES24
▲출처:YES24

 

Q. 저서 『잡지의 사생활』(2018)을 통해 잡지 에디터와 잡지에 관련된 여러 모습을 저술했다. 이와 같은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초창기에 시리즈 포스팅 서비스가 있었다. 이 시리즈 포스팅을 이용해보라는 제의가 들어왔고,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할까 고민했다. 감성 에세이는 관심이 없었고, 정보가 들어있는 에세이를 쓰자니 취재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의 직업에 대해 정보를 준다는 생각으로 적으면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잡지 에디터에 대한 원고를 적기 시작했다. 이 원고가 책으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감사하게도 출간 제안이 들어와서 책을 내게 됐다. 

책에 교정가, 사진가와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디터만이 필요한 게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잡지니까 사진가가 꼭 필요하고, 원고를 만든 후 교정가가 에디터 혹은 기자들이 놓친 부분을 확인해야 흠 없는 잡지가 만들어진다. 잡지의 완성도를 위해 많은 부분 기여하지만 자신의 지면이 주어지지 않아 업계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이 책을 통해 그런 분들의 목소리를 지면으로 옮기게 되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Q. 저서 『잡지의 사생활』(2018)에서 “나에게 잡지 에디팅은 페이지를 만드는 일이다”라고 저술했다. 잡지의 페이지를 만드는 전반적인 과정이 궁금하다.

A. 페이지를 무엇으로 채울지 생각하는 것이 기획의 첫 번째 단계다. 그 기획 안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페이지를 채우는 것은 원고, 사진 그리고 인포그래픽(infographics)이나 도면 등의 그래픽 요소가 있다. 이를 처음에 배치한 후,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지 생각한다. 사진의 경우 비용을 들여서 같이 작업하고 싶은 사진가가 있으면 직접 사진가와 촬영을 할 수도 있고, 사진을 찍을수 없는 경우는 알맞은 이미지를 수급하는 방법을 찾아본다. 원고도 마찬가지로 담당 에디터 말고 좋은 필자가 있으면 그 분께 원고를 부탁하기도 한다. 원고 작성을 마친 후에도 이 원고가 완전한 취재 후에 기사화된 것인지, 인터넷 문서를 그냥 발췌한 것인지 확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호함의 단계를 줄여나간다. 

▲책 발표 후 북토크
▲책 발표 후 북토크

 

Q. 저서 『첫 집 연대기』(2021)를 통해 독립 후 단독주택을 고치고, 채워가는 과정이 삶까지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한 인터뷰에선 자신의 집을 “저성장 시대의 취향 추구 실험”이라 표현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A. ‘저성장 시대’라고 쓰는 것도 말 그대로 사실이고, ‘취향 추구 실험’이라는 것도 나름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이 집을 구할 때의 과정과는 조금 다르긴 했다. 저렴한 임차료로 오래된 단독주택 2층을 얻고, 인터넷과 냉장고가 없지만 화장실에 이탈리아 타일을 까는 것처럼 내 마음대로 공간을 채워갔다.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이 이 책에 담긴 모습을 굉장히 놀라워했다. 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단지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볼 줄 알았는데 나를 특이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유를 역으로 생각해봤는데, 나는 구현하고 싶은 뭔가가 있었다. 이를 굳이 말하자면 취향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런데 책에 적어놓은 것처럼 이 집을 꾸밀 때는 예산과 시간 모든 것이 부족했고, 이렇게 부족한 상황 안에서 뭔가를 해 나가다 보면 여러 실수를 하는 그런 과정들이 있을 수 있다. 또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느꼈는가’ 이러한 생각이 나를 소재 삼는 실험과 같다. 이러한 면에서 저성장 시대의 취향 추구 실험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Q. 최근 ‘앤초비 북 클럽’이라는 뉴스레터를 런칭해 책과 개인적인 관심사를 소개하고 있다. 전달 수단으로 뉴스레터를 택한 이유와 ‘앤초비 북 클럽’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하다.

A.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비용이 저렴해야 이윤을 덜 생각하며 일할 수 있고, 이윤을 덜 생각해야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갈 수 있다. 특히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초반에는 비용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색깔이 나오기 전에 비용에 휘둘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스레터를 통해 낮은 가격에 많은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앤초비 북 클럽’의 앤초비는 멸치를 뜻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매우 대단한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누가 봐도 대단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소수의 저널리스트나 관계자들이 정해져 있고 이미 이들이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자기 자리에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유명하지 않은데도 좋은 책들이 많이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곱 씹어볼 만한 책이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크지 않지만 재미가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그런 것을 형상화하는 동물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작지만 꼭 필요한 멸치를 꼽았다.

 

Q. 종이가 아닌 인터넷, SNS 중심의 사회로 변하면서 잡지의 입지도 줄어들었을 거라 예상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잡지업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대응해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잡지 에디터라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은 다양한 파생 업종에서 계속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요즘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여러 콘텐츠를 만드는 추세다. 이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구축되기도 하고, 혹은 관련 에이전시에서 기획이나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제조업 결과물로써 잡지는 손에 잡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점점 현대사회에서 악세사리화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특정 연예인에 대한 잡지를 보고 싶으면 특정 잡지를 구매한다. 그 안에 들어가는내용물로 잡지 콘텐츠가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사람들이 종이, 책, 인쇄물, 출판물을 보는 관점 역시 변했다. 이러한 관점이 시장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시장의 흐름이 돈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에 잡지업계 역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2017년 스위스 정부 주관 출장 취재
▲2017년 스위스 정부 주관 출장 취재

 

Q.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A. 자신 외의 다른 것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안된다. 기대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세상은 마음 같지 않고, 내가 뭔가를 지원하는 데 그게 안 되는 게 당연한 거다. 또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 목표가 이루어졌을 때의 자신의 모습은 상상했던 것과 다를 수 있다. 너무 기대가 높으면 즐거울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기대를 한 후,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슬퍼하거나 화를 낸다. 세상을 미워하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미워하는 경우도 있다. 의미 없는 일이고 에너지 낭비다. 목표를 위해 노력하지만 기대대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에너지 보존에 최선을 다하는 홍익대학교 학우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뜻 있는 젊은 분들을 늘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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