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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전통과 현대의 유기적 상호작용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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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 김홍도(1745~1806?), 신윤복(1758~?)부터 이중섭(1916~1956), 백남준(1932~2006)까지. 한국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 거장들의 이름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들은 한 시대에 국한되는 배경과 화풍이 아니라 전통을 상기하거나 자신의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통해 수많은 걸작을 세상에 내보냈다. 본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이 ‘전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작품에담아냈는지 보여주며 역사적 맥락과 담론을 살핀다. 전시를 통해 시대를 연결하는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섹션 ‘성스럽고 숭고하다(성聖)’에서는 부처에 대한 믿음과 같이 종교 미술로서의 ‘성聖,sacred’을 보여준다. 동아시아 미학의 핵심이었던 종교적 믿음은 근대 이전 벽화의 형태로 나타났다. 시대가 흐르며 이러한 벽화 미술은 많은 동양화가에 의해 주제적・재료적・기법적으로 다양한 영감이 반영되어 작품에 표현됐다. 전시장에서는 고구려 벽화와 더불어 이를 활용한 작품인 박노수의 <수렵도>(1961)와 정규의 <불두>(1958)를 볼 수 있다. 염원과 소망이 담긴 전통 벽화가 근현대적인 형태로 재현되어 관객들에게 흥미를 자아낸다. 

▲겸재 정선의 <박연폭>(조선 18세기)
▲겸재 정선의 <박연폭>(조선 18세기)

두 번째 섹션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아雅)’는 세속적 지향이 아닌 격조를 추구한 심미적 취향을 말한다. 전시장 안에는 당대 문인 화가의 풍경화가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작품들이 단연 눈에 띈다. 진경산수화의 시초이자 원형인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의 사회적 변동이 초래한 혼란을 기반으로 산수를 그림으로써 자신의 이상을 찾으려 했던 화가들에게 선풍적인 유행을 이끌었다. 전시장의 모든 산수화 작품에서는 ‘아(雅)’가 드러난 한국 지리의 맑고 우아한 자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아(雅)’는 순수함이나 무(無)의 조형성과도 연결된다. 눈을 돌리면 여러 형태의 백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백자,    즉 달항아리는 가장 전통적이면서 현대까지 작품에 활용되는 개체로,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오마주하여 현대에 소환한다. 현재까지도 그려지고 있는 산수화와 영감의 객체인 백자는 ‘전통의 시작’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신윤복의 <미인도>(18세기 후반)
▲신윤복의 <미인도>(18세기 후반)

세 번째 섹션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다(속俗)’에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흔히 본 익숙한 작품들이 보인다.  김홍도, 신윤복과 같은 민화 작가의 작품들이 여전히 친숙한 이유도 전시 제목 그대로 그들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중화가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일상을 담은 민화는 누구나 수용 가능한 보편적 취향을 담았다. 전시장 중간에 걸려있던 신윤복의 <미인도>(18세기 후반)에서 당대 유행했던 의상과 미인상을 알 수 있듯, 민화의 성행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민화는 쉽게 변형이 가능하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 현대에도 수많은 형태로 활용되는 가장 끈끈한 전통의 연결고리이다. 종교화에서도 나타난 민중 중심의 미술 유행은 강렬한 채색화의 성행을 이끌기도 했다. 전시장은 재미있는 일상 회화와 다채로운 색상의 불교회화 작품의 향연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섹션 ‘조화로움으로 통일에 이르다(화和)’는 대립된 극단의 우호적 융합을 나타낸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전통을 오마주한 현대 작가들의 작업으로, 이색적인 재료 사용과 기법이 발길을 옮기기 어렵게 만들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레고와 큐빅을 통해 재해석한 작품들과 불상을 대중매체로 영상화하여 표현한 백남준의 작업 등은 관람객에게 전통을 찾아보는 재미를 전한다.

한국의 근현대미술은 전통과의 단절이 아닌 연결과 순환을 보여준다. 그 시대의 유행과 더불어 계속 회자되는 전통이 그림에 표현됨으로써 결국 미술은 유의미한 시각적 역사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전시는 전통의 기발한 재해석에 대한 놀라움뿐만 아니라 그 시초를 작품에서 찾는 즐거움도 선사했다. 이번 가을에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展>을 관람하며 근현대미술이 담고있는 전통과 현재의 조화로운 화합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기간: 2021년 7월 8일(목) ~ 2021년 10월 10일(일)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화, 목, 금, 일), 오전 10시 ~ 오후 9시(수, 토)(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별도 공지 시까지 무료 입장(덕수궁입장료는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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