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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 영화의 초석이 되다 

독일의 혼란을 투영한 ‘표현주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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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표현주의 영화는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제작되기 시작한다. 당시 독일은 패전으로 인해 경제적·문화적으로 붕괴했고, 가치관의 붕괴,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널리 퍼져있었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는 이러한 독일인의 불안, 공포와 같은 내면을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표현주의 영화는 주로 극단적인 왜곡을 사용했다. 배우들은 과장된 연기를 보여주고, 과장된 분장을 했다. 주로 광기, 배신과 같은 내면적인 소재를 다뤘다.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Das Cabinet des Dr.Caligari)〉(1920), 〈노스페라투(Nosferatu)〉(1922), 〈메트로폴리스(Metropolis)〉(1927)를 통해 내면의 혼란을 투영한 표현주의 영화를 들여다보자.

로베르트 비네(Robert Wiene, 1873~1938) 감독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Das Cabinet des Dr.Caligari)>은 정신병 환자의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프란시스’가 한 남성에게 자신이 겪은 이상한 경험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하며 영화의 막을 올린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작은 도시의 시장에서 박람회가 열린다. ‘칼리갈리 박사’는 박람회에 몽유병을 앓고 있는 ‘세자르’를 내보이며, “세자르는 모든 일을 예측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이에 호기심을 가진 한 남자가 자신이 얼마나 살 수 있냐고 묻자 세자르는 ‘내일 아침까지’라고 말한다. 알고 보니. 세자르가 몽유병에 걸렸다는 것은 거짓이었고, 그는 예언에 맞춰 사람을 살해하고 있었다. 프란시스의 약혼녀인 ‘제인’은 칼리갈리 박사의 천막 근처에 갔다가 다음 살해 대상으로 지목된다. 세자르는 제인을 살해하지 않고 납치한다. 프란시스는 살인사건의 배후로 칼리가리 박사를 지목하고, 경찰과 함께 사건을 파헤쳐나가기 시작한다. 프란시스는 칼리가리 박사의 정신병원에서 책을 하나 발견했는데, 현 사건과 똑같은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17세기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보고 칼리가리 박사가 그대로 실현하고 있던 것이었다. 칼리가리 박사가 독방에 갇히는 모습으로 프란시스의 이야기는 끝난다. 사실 프란시스는 정신병 환자였고, 칼리가리 박사는 의사였다. 자신의 망상에 취해 거짓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인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왜곡된 배경과 배우들의 과장된 분장 및 연기를 통해 정신병 환자의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카메라 조리개처럼 열리고 닫히는 프레임을 사용하는 아이리스 기법은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와 분장을 강조한다. 또한 강한 명암 대비를 사용해 기이한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과 함께 표현주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노스페라투>는 영화 역사상 최초로 흡혈귀가 등장한다. ‘후터’는 부동산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오를로 백작’에게서 집을 사고 싶다는 편지를 받은 후터는 그에게 향한다. 해가 저물자 그는 한 여관에서 묵게 되고 흡혈귀에 관한 책을 읽게 된다. 다음 날, 그는 오를로 백작의 성에 도착해 밥을 먹은 후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후터는 자신의 목에 자국을 발견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백작은 후터의 집 맞은편의 집을 계약하고, 백작의 성에서 하룻밤을 더 지내게 된 후터는 그날 밤 혼령을 만난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후터는 지하실로 달려갔다가 시체와 함께 누워있는 백작을 마주치고, 혼비백산하며 백작의 성을 탈출한다. 오를로 백작은 관에 들어가 새로 계약한 집으로 향한다. 배를 타고 가던 백작은 전염병을 창궐시켜 선원과 선장을 모두 죽이고, 도착한 곳에서도 전염병을 전파한다. 한편, 무사히 탈출한 후터는 집에 돌아가 아내 ‘엘렌’을 만나고, 엘렌에게 자신이 가져온 책에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엘렌은 몰래 책을 펼쳐보고, 흡혈귀를 몰아내는 방법을 알게 된다. 흡혈귀를 몰아내기 위해선 흡혈귀에게 여자의 피를 빨게 해 아침에 닭이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해야 했다. 엘렌은 공포심을 이겨내고 백작에게 자신의 피를 빨게 해 백작을 몰아낸다. ‘병을 옮기는 자’라는 의미의 <노스페라투>는 최초의 장편 흡혈귀 영화다. 브램 스토커(Bram Stoker, 1847~1912)의 소설인 『드라큘라』(1897)를 원작으로 하며. 흡혈귀 영화의 시초로 불린다. 햇빛을 보면 사라지는 흡혈귀의 특성처럼,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시각 효과가 두드러진다. 또한 이전의 표현주의 영화는 인공적인 장치들을 사용하는데 주력했지만, <노스페라투>는 자연적인 풍광을 사용해 괴기스러움을 표현했다.

<메트로폴리스>는 지상세계와 지하세계로 나뉜 약 100년 후의 미래를 보여준다. 지하세계의 노동자는 종일 기계 앞에서 일만 하지만 지상세계의 사람들은 편안한 생활을 영위한다. 지상세계에 살던 프레더는 지하세계의 마리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프레더는 지하세계의 노동자와 옷을 바꿔입어 마리아에게 다가가는 등 마리아의 근처에 있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아버지이자 현세계를 총괄하는 ‘프레데센’은 과학자 ‘로트방’에게 마리아를 복제한 로봇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마리아 로봇은 노동자들을 선동해 기계를 파괴한다. 지하세계가 파괴되며 온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되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선동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은 마리아 로봇을 화형에 처한다. 이후 그들은 프레데센과 합의를 이루며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앞의 두 영화보다 표현주의적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메트로폴리스>도 인간 내면의 불안, 공포를 투영했다. 특히 여러 사람의 얼굴만이 나타나는 장면은 관객에게 공포, 불안을 여실히 전달해준다. 또한 <메트로폴리스>에는 움직이는 로봇이 영화 사상 최초로 등장하며, 최초 장편 SF영화라는 의의도 있다.  

 

〈메트로폴리스〉가 그린 미래는 100년 후인 2027년으로, 현재의 우리에겐 고작 6년 후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독일 표현주의 영화는 아직도 높이 평가된다. 또한 표현주의 영화는 1927년 전후로 서서히 막을 내려 10년 남짓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후대 영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1940년대 미국의 ‘필름 느와르’는 표현주의의 어둡고 암울한 조명기법에서 영향을 받았고, 할리우드의 영화도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인간 내면을 투영한 표현주의 영화는 독일인들이 공포에서 벗어나거나, 또는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아니었을까.

 

[참고문헌]

서영주, 「독일 표현주의 회화와 영화 연구 –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중심으로」,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2004.

노인화, 「독일 표현주의영화 연구 – 니체 사상과 이중자아(Doppelgänger)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영화학회,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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