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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각색으로 표현된  하나의  뚜렷한 외침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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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마주한 웅장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샹들리에는 관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당황한 관객은 동선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짙은 수염을 가진 강렬한 인상의 작가와 눈이 마주친다. 벽면의 거대한 사진에서 작가는 카메라 플래시를 매섭게 응시하고 있다. 전시장 곳곳은 그의 매서운 눈매와 그가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가벽 없이 곳곳에 늘어놓듯 전시된 그림, 사진, 도자기, 조각, 벽지에 이르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자유분방하다. 작품에 한 발짝 다가가 들여다보니 작품을 이루고 있는 재료는 더욱 독특하다.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작가인 아이 웨이웨이(艾未未, 1957~)는 그만이 가진 강렬한 시선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바라보고, 해석해 표현한다. 작가는 다소 충격적이고 낯선 형상의 작품으로 관객에게 난민 문제, 중국 정부의 탄압과 감시 등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아이 웨이웨이는 1990년대부터 표현의 자유와 난민의 삶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는데, 고국에서 감시받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중국 정부의 인권유린 행위를 비판하는 그에게 체포와 가택연금, 구속은 일상이었다. 그러나 계속된 억압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끊임없이 세계에 목소리를 드높이는 모습은 아이 웨이웨이가 작업실에서 창작에만 집중하는 일반적인 ‘고정관념 속 작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가 새벽 5시에 경찰에 연행되는 와중에도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셀카’를 찍은 작품인 <조명>(2015)은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조명>(2009)
▲<조명>(2009)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억압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전시의 제목 ‘인간미래’는 이러한 작가의 예술세계의 화두인 ‘인간’과 그의 예술활동의 지향점인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결합시킨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정면에 보이는 통창으로 광활한 우주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인간을 형상화한 듯한 모양이 보인다. <옥의>(2015)는 전통적인 기법으로 대나무를 엮어 만들어졌는데, 이 투박한 형상과 대비되게 작품을 둘러싼 드넓은 벽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패턴이 뒤덮고 있어 큰 대비를 자아낸다. 화려한 벽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감시카메라(CCTV)가 반복되어 패턴을 만들고 있다. 벽을 보고 <옥의>를 보면 뒤늦게 촘촘하게 엮인 감시카메라가 만든 감옥에 갇혀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이 연상된다. 일찍부터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등 온라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통해온 작가는 자신이 중국 정부에 감시당하는 동안 외부와의 소통을 가능케 해 준 트위터의 상징인 ‘새’와 수갑, 감시카메라 등을 조합해 벽을 뒤덮은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2015)을 완성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대형 쇼핑몰,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현대 사회의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우리의 일상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을 비판한다.

 

▲<옥의>(2015),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
▲<옥의>(2015),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

 

한편 작가는 낯선 소재와 재료를 조합한 아이러니한 느낌을 작품 속에 자주 담아낸다. <검은 샹들리에>(2017~2021)는 샹들리에를 이루는 각 조각이 잘 맞물려져 있어 구조적인 느낌을 주지만, 샹들리에를 이루는 구조 하나하나는 뼈 모양이기 때문에 이 샹들리에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지 유추하게해 섬짓한 느낌이 들게 한다. 샹들리에의 가장자리에서 관객을 향해 모욕적인 의미의 가운뎃손가락을 날리고 있는 해골의 모습은 처연하면서도 불쾌한 감정을 유발한다. 일반적인 샹들리에는 반짝이며 빛을 발하지만, 이 샹들리에는 검은색으로 빛을 오히려 흡수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연스레 죽음과 경고, 불길한 느낌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작가에겐 전통과 현대의 경계도 무색하다. 과감히 현대미술과 전통적 기법을 혼합시켜 독특한 작품을 만든다. 베니스 무라노 유리공예, 중국 도자기 생산지 징더전(景德鎭) 청화백자 기법을 과감하게 현대미술과 결합하는가 하면, 대량의 레고 블록으로 만든 대형 십이지신 두상 평면 작품도 있다. 

 

▲<검은 샹들리에>(2017~2021)
▲<검은 샹들리에>(2017~2021)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지만 공통적으로 작가의 외침이 열렬히 드러난다. 아이 웨이웨이는 작품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한다. “나는 내 삶을 존중해야 하고, 표현의 자유는 내 삶의 일부다. 결코 나 자신을 실망시킬 수 없다”라는 말은 그의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진중한 작품세계를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작가는 그가 만든 광대한 토론의 장에서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관객이 토론하기를 바랄 것이다. 나아가 전시를 보고 작가의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예술은 압제에 맞설 수 없다면 예술이 아니다”라는 신념을 담듯 그의 SNS에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에게 미디어는 사회정의와 진실폭로를 이어가는 수단이다. 그의 작품이 세계 예술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언제나 동시대 정치·사회문화를 직시하고 메시지를 담아 작품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기간: 2021년 12월 11일(토) ~ 2022년 4월 17일(일)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관람시간: 월, 화, 목, 금, 일요일: 10:00 ~ 18:00

              수, 토요일: 10:00 ~ 21:00 (18:00 ~ 21:00 야간개장)

관람요금: 3000원

만24세 이하, 만65세 이상, 대학생(학부생) 등 무료(관람료 무료대상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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