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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는 군대,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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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27일 사망한 육군 제5기갑여단 변희수 하사에 대한 생전 ‘전역처분’ 소식과 함께 군 내 젠더 이슈, 그중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공군 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이예람 중사의 사망과 함께 끊이지 않는 군 내 가혹행위, 그 안에서도 성희롱 및 성추행 사고들이 재조명됐다. 군 내 사건, 사고를 통해 군대를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는 예비 장병과 어쩌면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을 복기하고 있는 예비역 장병들에게, 지난날 경험했고, 앞으로 경험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군대에 대해 알아보자.

 

▲고대 로마 군대/출처: https://s-media-cache-ak0.pinimg.com/736x/55/56/fa/5556fa7274b7bfb2ecc2926892a48b57.jpg
▲고대 로마 군대/출처: https://s-media-cache-ak0.pinimg.com/736x/55/56/fa/5556fa7274b7bfb2ecc2926892a48b57.jpg

 

군대의 시초와 역사적 변천사

군대의 역사를 시기별로 분류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대립하는 한편, 가장 오래된 병역 의무 기록은 고대 아시리아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때, 군대의 역사는 그 징집 방식의 변천사와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상비군의 정착 과정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상비군을 유지했다고 알려진 국가는 노예제도를 이용해 상시 전쟁을 대비했다고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스파르타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상비군은 로마제국의 발달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왕이 전쟁을 원하면, 평민과 노예 중에서 임시로 시민병을 모집하던 기원전 1세기까지의 로마군의 경우, 마리우스(Gaius Marius, 기원전 157년~기원전 86년)의 군제 개혁 이후 임금을 받는 직업 군인들로 탈바꿈했으며, 아우구스투스(Augustus, 기원전 63년~ 기원전 14년)의 재편 이래 로마군은 군단병 20년, 보조병 25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부여받는 상설 군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들은 평시에도 농사 등의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으며, 국가 방위 업무를 담당했다. 국가나 지역의 방위 및 전투의 수행을 목적으로 구성된 무장 조직이라는 현대적 의미의 군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정규군을 육성하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근세 초에 이르기까지 상비군의 유지보다는 필요한 경우 징집하는 형태가 더 많았다.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피렌체 공화국이나 베네치아 공화국과 같은 도시국가의 경우, 자유용병대와 같은 용병 체제를 이용해 국방을 유지했다. 보다 전문화된 군인 육성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30년 전쟁(1618~1648) 시기, 전쟁의 양상을 화포 등의 무기가 주도하게 되면서다. 이때 상비군 체제는 근세에는 자원 모집 형태의 ‘모병제’로 유지되었으나, 나폴레옹 전쟁을 기점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개별 징집제가 시행, 상비군으로서 군대가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전투 목적보다는 국가 방위 목적에 부합하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기능과 유사한 셈이다.

 

▲2020 국군 화보 '대한민국 NEW DEFENSE'/출처: 국방부
▲2020 국군 화보 '대한민국 NEW DEFENSE'/출처: 국방부

 

한국군의 시초와 국군의 위상 

현대적 의미의 군대를 살펴봄에 있어, 한국군의 경우 1881년(고종 18), 별기대(別技隊)가 창설되어 일본 교관으로부터 군사 훈련을 받았으나 그 수는 100명에 불과했다고 알려졌다. 1945년 광복 이후 남조선 국방경비대와 해안경비대가 당시 미군정 당국에 의해 창설되었고, 이것이 모체가 되어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과 함께 명칭을 육군 및 해군으로 개칭하고 1949년 4월 15일에는 해병대가 10월 1일에는 공군이 창설되었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병력이 약 60만 명으로 증대되었고, 이후 현대식 조직과 무기를 지닌 강력한 군대로 성장해왔다. 1964년 7월 11일에는 월남의 요청으로 해외파병을 하는 등 국군의 위상이 높아진 측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입증하듯, 나날이 증대하고 있는 국방력은 2021년 기준 글로벌 파이어파워 조사에 따라 확인할 수 있다. 조사 대상국 139개국의 군사력 종합 지수를 평가하는데 대한민국은 6위를 차지했다. 앞선 국가로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이 있다. 

6.25 전쟁 당시 소총 한 자루도 만들지 못했던 자국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지난해 우리 정부가 차세대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를 출고했고,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군기 문화가 시사하는 사회문화적 의미 

한편, 높아지고 있는 군대의 위상과 별개로 빈번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군내 군기 문화와 이로 인한 사건/사고였다. 군기란 군대의 기강을 일컬으며 전통적으로 강한 군대의 사기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군기는 군대가 지니고 있는 보안에 대한 엄수에서 비롯된 폐쇄성과 결합하여 변질되어 왔다.

2017년 7월 31일 대한민국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이었던 박찬주 육군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논란과 더불어 불거진 가혹행위를 군 인권센터가 폭로한 바 있다. 그보다 이전 2014년 4월 7일 대한민국 육군 제28보병사단 포병여단 977포병 대대 의무대에서 선임 병사들이 후임병사를 집단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윤 일병 사건’ 으로 병사 간 폭언 및 폭행이 집중해 다뤄진 바 있다. 같은 해 6월 21일, 오후 8시 15분경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육군 제22보병사단 제55연대 GOP에서 발생한 근무이탈 및 총기난사 사건인 이른바 ‘임병장사건’으로 5명이 피살되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역시 같은 해 7월 19일에는 본교 국어국문과에 재학중이던 22사단 소속 고필주 학우가 선임들의 폭언 및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군내 왜곡된 군기 문화에 대한 군대 안팎의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짐은 문화적 맥락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군기 문화는 문화콘텐츠와 결합하여 때로 희화화되어 예능 및 오락의 ‘좋은’ 소재로 쓰이는 한편, 시청자들의 마음속 한 부분을 자극하며, 장병 복지 개선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MBC의 예능<진짜사나이>(2013~2016)와 넷플릭스 드라마 <D.P>(2021)가 있다. 연예인들의 리얼 입대 프로젝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진짜 사나이>는 출연진들이 군내 병영문화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공개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군에 대한 신뢰 및 군대 전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했다. 병역기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연예인들이 군인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소속감과 일체감, 더하게는 애국심까지 고취한다는 측면에서 ‘착한’ 콘텐츠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의 인기와 한편 군내 가혹행위 미화 등과 관련한 논란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켰고 끝내 폐지에 이르게 된다.

2021년 탈영병을 추적 및 체포하는 군탈체포조를 다룬 드라마 <D.P>는 군의 변질된 군기 문화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시민들의 담론을 형성했다. 이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라는 의학 용어가 유행어처럼 번진 사회 현상에 미루어, 군대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시각이 국가주의적 서사에서 개인주의적 서사로 이동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진짜 사나이>가 폐지되고, 앞서 언급한 여러 차례의 군내 참사들과 관련하여 현실의 영역에서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MBC <진짜 사나이>/출처:MBC
▲MBC <진짜 사나이>/출처:MBC
▲사진4 NETFLIX <D.P>/출처: NETFLIX
▲사진4 NETFLIX <D.P>/출처: NETFLIX

 

군대의 입영제도와 관련 이슈 

군 내 실상에 대한 사회문화적 목소리는 곧 입영을 앞두고 있는 ‘예비 장병’들의 불안을 고조하며 입영제도와 관련된 논쟁으로 이어진다. 현재 대한민국이 취하고 있는 입영제도는 징병제가 아닌 징모 혼합제로, 징병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동시에 유급지원병(전문하사) 등의 모병제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이와 같은 징모 혼합제를 취하고 있는 나라로 러시아, 브라질, 싱가포르, 태국 등이 있다. 최근 완전 모병제 도입과 더불어 사회적 파장을 불렀던 기존의 병역 기피 사례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병역 기피 논란을 야기한 대표적인 사례로, ‘양심적 병역 거부’가 있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이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근거하여 개인의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이나 총을 드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양심적 병역 거부’ 합법화 이후 용어에 대한 국민 정서상의 논란이 일자 대한민국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신자임을 이유로 공식 명칭을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11월 1일, 한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의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사건에 대해 9대 4의 다수 의견으로 종교적인 양심도 입영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무죄 취지로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종교적 신앙등에 따른 병역거부)는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따라 2019년 12월 31일까지 마련되어야 했다. 이에 국방부 측에서는 대체 복무의 기간을 현역의 2배 이상으로 지정할 것이라 밝혀, 현재 대체 복무 기간은 3년이다. 이는 또 다른 의무로서 보충역으로 불린다. 

 

알고나면, 더 가기 싫어지는 군대 이야기, 왜 해야 하는 걸까? 전 국민이 부여받은 국방의 의무과 함께, 모든 남성은 입영을 강제 받는다. 군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나, 혹은 입대를 앞두고 있는 ‘예비 장병’에게 군대 이야기를 열린 공간에서 다루는 것은 어쩐지 불편하고 어색한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남자들끼리 모이면 군대 이야기만 한다는 말은 가히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왜 사적인 밀담을 넘어서면 우리는 군대 이야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걸까. 중요한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과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군대의 폐쇄성이 수반하는 사건/사고를 견제하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말해야 한다. 가기 전이든, 다녀와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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