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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로 동화적 세상을 구현하다

한세리(도예·유리13)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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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세리(도예·유리13)동문
▲ 한세리(도예·유리13)동문

맑은 파스텔 톤의 도자기를 본 적이 있는가?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파스텔 색감은 몽환적이면서도 동화적이다. 이런 색감과 어울리는 동그란 컵과 반짝이는 금색 손잡이는 세리세라 스튜디오만의 매력 중 하나다. 세리세라 스튜디오의 사장이자 세리세라 유튜브를 운영하는 한세리(도예·유리13) 동문을 만나 보았다. 

 

Q. 본교 미대에는 타 학교보다 다양한 과가 많은 편이다. 동문이 도예·유리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지원할 당시엔 꼭 도자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질려있었다. 여러 차례의 입시 미술을 거치자 평면에 그림을 그리는 건 그만하고 싶었다. 대신 입체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나마 해봐서 진입장벽이 낮은 도예·유리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Q. 동문의 작품은 오묘한 그라데이션의 화사한 파스텔 톤을 담은 동화적 색감이 특징이다. 브랜드 가치관으로 심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스타일이 갖춰졌는지 궁금하다. 

▲ 세리세라 스튜디오 도자기 /출처: 세리세라 스튜디오
▲ 세리세라 스튜디오 도자기 /출처: 세리세라 스튜디오

A. 본교의 커리큘럼 상 조형 위주의 작업을 많이 하게 되기에 나도 조형 작업을 주로 했었다. 하지만 계속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의문이 하나 들었다. 조소과 같은 경우는 조형물을 만들어도 도예·유리과 보다 훨씬 더 많은 재료를 사용하고 만드는 과정도 다양하다. 그에 비해 항상 흙과 유약으로 가마에 소성하는 도자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전통적인 조형성을 추구하는 작업을 했었다. 그때 아름다운 것 그 자체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반엔 색보단 형태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형태만으로 심미성을 표현하기엔 상업적인 리스크가 너무 컸다. 예쁜 형태의 머그잔을 열심히 디자인해도 남이 그것을 베끼는 것은 너무 쉽다. 형태가 아닌 기법적인 것을 나의 아이덴티티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에 색감 적인 부분, 그라데이션 채색 기법을 시도했다.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 말고 유럽 쪽으로 넘어가면 도자기에 다양한 색을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도자기를 보면서 파스텔 계열의 색으로 도자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Q. 텀블벅에서 ‘동그리 컵’ 과 ‘대용량 빨대 머그컵’을 판매해 목표 금액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으로 펀딩에 성공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고 있는 본교 후배들에게 알려줄 성공 팁이 따로 있을까.

▲ 텀블벅에서 펀딩에 성공한 1L 빨대 머그컵
▲ 텀블벅에서 펀딩에 성공한 1L 빨대 머그컵

A.  근래 사업 쪽 강의를 많이 듣고 있다. 거기서 들은 것 중 하나가 당연한 거를 꼭 적어줘야 한다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사용한 흙은 순수 국산 천연 백토다, 이런 식으로 정말 당연한 얘기지만 굳이 써놓는 것이다. 판매자에겐 너무 당연해서 필요 없을 것 같은 멘트가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다. 얼마나 많은 노동이 들어갔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이것이 만들어졌는지 적혀있어야 소비자는 이것이 더 특별한 상품이라 여기게 되는 것이다. 상품 자체에 컨셉을 잘 잡거나 디자인도 중요하겠지만 이런 세세한 설명을 꼼꼼히 적어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또한 펀딩 같은 경우는 경험자로서 느끼기엔 ̒̒양날의 검’같다. 처음 펀딩이 성공할 땐 좋은데 잘 된다고 항상 꼭 좋은 것은 아니다. 펀딩 특성상 선주문 후제작의 과정으로 작업을 하게 되는데 주문량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아지면 정신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구독자분들께 빚진 느낌이 들고 불안함이 생긴다. 게다가 초반에 펀딩을 시작했을 때, 가격 책정을 너무 낮게 했던 지라 처음 펀딩을 할 때부터 적정한 가격을 잘 찾았으면 한다. 

펀딩에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유튜브 채널 운영의 힘도 컸다. 세리세라 채널 중 유독 만들어 달라는 댓글이 많이 달렸던 영상이 있다. 그때 가능성을 보고 펀딩을 올렸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현재 온라인 쇼핑몰과 성수동에 도예·유리 공방을 하고 있다. 이 두 개를 운영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소회가 궁금하다.

A. 모든 사장님들이 그렇겠지만 처음 사장이 될 때부터 어떻게 사장님이 되는지를 배우지는 않는다. 정말 '어쩌다 사장'이 딱 맞는 말 같다. 사장이 되는 순간 부딪쳐야 하는 일들도 너무 많고 생각했던 것보다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았다. 전기 배선 문제부터 화장실 누수 같은 다양한 문제들이 많아 초반엔 정말 힘들었다. 어디서 따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부딪쳐야 하는 일이었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공방에서 클래스를 진행할 때도 클래스와 잘 안 맞는 사람들이 있어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오히려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더 CS가 잦은 편이다. 안 좋은 후기도 가끔 있고 반품 같은 걸 진행할 때 대뜸 나에게 화부터 내는 고객도 있었다. 자주 겪고 나니 익숙해졌지만, 전엔 이런 일들에 감정 동요가 심했다. 

그리고 사업자 등록은 꼭 미리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사업자 등록을 하는 순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 지원금 같은 걸 못 받는다. 나라에서 해주는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그런 걸 잘 찾아봤으면 좋겠다. 펀딩이나 블로그 마켓, 아이디어스 같은 건 사업자 등록이 따로 필요 없는 거로 아는데, 지원 자금을 받아 그런 경험을 먼저 해봤으면 좋겠다. 

 

Q . 학부 졸업 후 전공을 살려 공방도 차리고 동문만의 브랜드도 런칭했다. 공예가의 길을 걸으며 느끼는 점이 궁금하다. 

A. 일단 공예가 중에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 일을 계속하려면 날 알아봐주고, 내 작품을 알아봐 줘야 하는데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명성을 얻기까지의 시간은 길다. 꽤 고통스러운 기간이기에 이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자가 작가의 길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또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사회적 나이와 미술계, 즉 작가적 나이 사이의 차이가 크게 나서 힘들었다. 20대 후반, 30대 초가 되면 대부분 회사에 취직도 하고 자기 밥 벌어 먹고 살 나이라 생각하는데 작가로는 너무 어린 나이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작가가 되어 25살이 내는 작품과 다른 일 하다가 늦게 작가로 데뷔를 해 35살이 만든 작품은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경제적인 걱정과 작업에 대한 걱정을 함께 해야 하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Q. 현재 도예·유리과에 재학 중이거나 도예가를 꿈꾸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 세리세라 스튜디오에서 판매하는 세리세라 동그리컵 /출처: 세리세라 스튜디오
▲ 세리세라 스튜디오에서 판매하는 세리세라 동그리컵 /출처: 세리세라 스튜디오

A. 요새 느끼는 것은, 학교에서 다양한 커리큘럼의 수업을 진행하지 않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작업 방식에 한계가 조금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유튜브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듯, 돈을 벌고 작업을 알릴 수 있는 것에도 기발하고 다양한 방법이 많은데, 학교에선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 이외로 혼자 작업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방학 중에도 작업을 계속하면서 어떤 방향성을 추구해야 할지 고민해보고 미리 전략을 세웠으면 좋겠다. 미리 생각해 본다는 건 그전에 많은 실험과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프리마켓을 나간다든가, 펀딩을 해본다든지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특색을 찾는 시도를 계속해보면 남들보다 더 빠르고 쉽게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CS : Customer Satisf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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