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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와 캠퍼스의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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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 홍익대학교에 부임했다. 대학 졸업 후 15년 간의 긴 사회생활을 마무리하고 처음으로 대학 강단에 서는 나에게 지인들은 많은 축하와 더불어 부러움을 표했다. 부러움의 이유야 여러가지였지만, 젊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낭만 가득한 대학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의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주변의 기대와 달리 2020년의 대학은 내가 알고 있던 캠퍼스가 아니었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대학의 상황은 마치 전시를 방불케 했다. 당시 치료제는 커녕, 백신이 언제 개발될 수 있을지조차 기약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기에 ‘연구’와 ‘교육’으로 일컬어지는 대학 본연의 기능은 코로나 확진자 예방이라는 대의명분에 저 멀리 뒷전으로 밀려났다. 갑작스러운 비대면 수업으로 접속 장애가 발생하는 등 학생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대학은 등록금을 일부 반환하는 것은 물론 성적산출 기준도 완화했다. 특히, 코로나 첫 학기에는 F만 아니면 학생이 자신의 최종 성적을 확인하고 Pass/Fail을 사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말도 안 되는 조치까지 이루어졌다. 당시의 성적 분포가 정규분포를 크게 벗어났음은 물론이다.
코로나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위기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일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어서며 (관련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코로나는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금년 봄 학기의 캠퍼스는 지난 2년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개강 첫날 학교 정문을 들어서니, 그간 적막하기만 했던 캠퍼스는 이리저리 오가는 많은 학생들로 벌써부터 붐빈다. 학교 카페도 주문이 밀릴 정도로 활기를 띤다. 힘든 상황에서도 오랜 기간 버텨내 오신 카페 사장님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번진다. 나 역시 많은 인파가 낯설기는 하지만, 대학은 왠지 이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없던 에너지마저 솟아나는 느낌이다.
물론, 오랜만에 활기 가득한 캠퍼스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 협조 속에 교육부가 지난 2년의 파행적 교육 운영을 정상화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오고 있기에 현재와 같은 풍경이 제한적으로 가능해진 것일 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나 위중증 환자 급증 등 상황이 급변하게 되면 언제 다시 예전과 같은 삭막한 비대면 환경으로 돌아갈지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위험으로 대면 수업 원칙에 부정적 시각을 지닌 구성원도 많을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 위험은 분명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가볍게 무시되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코로나 위험에 위축되어 있고 싶지만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코로나가 우리 주변에 너무 깊숙이 파고들어 은둔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완벽한 예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비대면 수업의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현재 담당 강좌의 수강인원이 강의실 수용 한도를 초과해 전면적인 대면 수업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한다면 교수와 학생 모두가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절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병행함으로써 코로나 위험에도 불구하고 학습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대면 수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도 적절한 학습 기회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에 대한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육부와 대학은 코로나 위험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의 정상화에 보다 높은 비중을 두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내려진 결정에 불만과 불평만 늘어놓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보다 건설적이고 바람직한 자세이지 않을까 싶다. 구성원 모두가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이번 위기를 잘 이겨내고, 간만에 찾아온 캠퍼스의 활기가 대학 교육의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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