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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속의 맥락, 슈퍼 히어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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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각종 산업이 침체됐다고 뉴스에 방영되지만, 확실한 것은 미디어가 그 힘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영화에서 수많은 대중성을 가르는 순위와 기록들은 일명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히어로 장르에 밀집됐다. 히어로 영화가 동일한 문법과 내용 전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데도, 그에 대한 수요는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히어로 영화가 무엇을 사회 구성원에게 전달하기에 이렇게 높은 대중성을 지닌 장르로, 또한 주목도가 높은 장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
작년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력한 화제성을 낳았던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2021)은 히어로 영화에 기대되는 보편적인 요소들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는 사례이다. 매력적인 철학적 질문을 제시하는 빌런, 선량한 의지를 잃지 않고 질문에 대답하는 히어로, 그리고 히어로를 적절한 위치에서 지원해주는 조연들까지. 이는 주인공의 철학을 어떠한 설명보다 강력하게 전달했다. 그 결과, 감상자들은 비록 영화 하나를 감상했을지라도 수많은 기억과 함께 상영관에서 자체 상영하며 영화의 깊이를 더욱 심화해 즐길 수 있었다. 이는 수많은 영화에서 보통 의도하는 바와도 일치한다. 히어로 장르는 메시지 전달에 무엇보다 특화되어 있다.
히어로 영화는 무엇을 우리에게 알려주는가? 충분한 오락거리, 흥미로운 캐릭터, 그 모든 것이 공존할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히어로’ 영화는 영웅이라는 인물상에 대한 로망과 갈망으로부터 비롯된다. 하나의 강력하고 굳건한 존재의 장대한 서사에서 관객이 고통과 희망을 알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주로 히어로 영화에서 기대되는 수요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초월적인 인물이 모든 사람을 구원한다는 구도가 매우 꺼림직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결국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고전과도 같다. 당장 수많은 신화와 종교 속에서 강력한 존재는 문제의 실마리, 혹은 인생의 멘토, 주인공으로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히어로 영화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에 대한 감정을 충족시킬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또한 고전은 약간의 변형으로 강력한 전달 도구에 메시지를 띄워 보낼 수 있는 파워가 있다. 그것은 현실의 형식을 구현하기도, 현실의 인물을 구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장르가 히어로 영화의 문법을 따르기에, 즉 비현실의 모습을 띄기에 거부감을 상쇄시키고 메시지를 수용자에게 더욱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파이더맨>(2002)의 빌런이 개인의 내밀한 도덕적 갈등에 대한 이슈를 던져주었다면, <더 배트맨>(2022)의 빌런은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는 주로 미디어믹스에서 배트맨의 숙적으로 거론되는 ‘조커’ 캐릭터를 영상화한 <조커>(2019)와 동일한 주제와 같이 보인다. 그러나 영화 속 화자의 입장 차이에 따라 영화의 주제와 결말은 정반대가 된다. 같은 주제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향의 차이는 곧 이러한 영화가 절대 캐릭터와 감상자만의 내용이 아닌, 사회에 대한 해석이나 주장, 그리고 제작자와 그 배경에 강력하게 영향을 받음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히어로 영화는 완전한 픽션임에도 픽션이 아니다. 영화가 점차 현실과의 접점과 이슈를 끌어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영화로 <이터널스>(2021)가 있다. 비록 관람객의 선호가 매우 크게 갈린 영화라고 하나, 상당한 수익을 거두었고 또한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주제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조명할 만 하다. ‘히어로’라는, 말 그대로 신체적, 정신적 힘을 필요로 하는 캐릭터에 청각 장애인과 아이, 성소수자, 흑인, 여성이라는 사회적 소수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고대 신’, ‘신화’ 등의 판타지로 인해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무엇보다 해당 소수자 집단에 대한 존중과 함께 지지를 극대화한다.
이렇듯 히어로 장르는 고전으로, 그 대상이 누구든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구로 이용된다. 그것은 때로 누군가에 대한 폭력이 되기도 하지만, 장르가 지닌 특성과 ‘히어로’의 존재 자체가 구성원에게 텍스트로 전달해주는 의미는 또한 어떠한 말과 이미지로도 어려울지 모르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따라서 히어로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소설’, ‘판타지’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완결성과, 캐릭터의 매력 그 이상으로 작품 외적으로 지니는 지위와 상징을 고려해 영화를 감상할 때, 말 그대로 클리셰(cliche) 집합체인 히어로 영화는  더욱 확실한 상징과 의미를 통해 현실의 구성원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당신이 가벼운 위로와 웃음을 바라던 사람이든, 혹은 삶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무언가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이든, 오늘 하루는 조금 색다르게 휴대폰에 슈퍼 히어로 영화를 재생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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