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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영화로 떠나는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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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인 팬데믹에 들어간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로 인해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집 밖 식당에 나가서 한 끼 맛있는 식사를 하기도 무서운 세상이 돼버렸다.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외국의 음식을 바탕으로 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하려 한다. 영화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 Kamome Diner)>(2006)을 통해 핀란드의 풍경과 일본의 음식들을 눈으로 맛보고, 애니메이션 <라따뚜이(Ratatouille)>(2007)를 통해 프랑스의 음식을 맛보며 동시에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고 힐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메리칸 셰프(Chef)>(2014)를 통해 미국의 스트리트 푸드를 맛보도록 하자.

 

 핀란드의 헬싱키에 작은 일식집이 생겼다. 그 식당의 이름은 바로 ‘카모메 식당’. 영화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주인공 ‘사치에’의 일상을 담은 아주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이다. 사치에는 부모님을 여의고 핀란드로 떠나와 카모메 식당을 운영한다. 하지만 한 달째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토미’가 식당에 방문하고, 사치에는 식당의 첫 손님이라며 그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다음 날 사치에는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마주친 일본인 ‘미도리’에게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물어보면서 친해진다. 미도리는 무작정 핀란드로 떠나온 방랑자였다. 사치에는 그녀가 본인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해줬고, 미도리는 보답으로 식당 일을 돕겠다고 한다. 미도리는 장사가 잘되지 않는 식당을 안타까워하며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본다. 카모메 식당은 일본 정통의 오니기리를 주메뉴로 장사를 하던 식당이기에, 미도리는 핀란드 사람들 입맛에 맞게끔 오니기리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재료를 사 오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그러다 시나몬 빵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고 이후 손님들이 점차 늘어나게 된다. 사치에의 따뜻한 마음과 가게 특유의 포근함 때문인지 가게는 날이 갈수록 단골손님이 늘어났다. 사치에는 그들의 어려움을 절대 외면하는 일이 없었고 그들도 사치에를 위해 식당 일을 도왔다. 세상이 끝나는 날 무엇을 하고싶냐는 질문에 사치에는 대답한다. “맛있는 걸 먹을 거예요. 좋은 재료를 써서 잔뜩 만들고, 좋은 사람만 초대해서 술도 한잔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거죠.” 음식을 통해 온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치에의 신조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통해 음식이란 단순히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채울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핀란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8시간을 날아가면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배경지인 파리에 도착한다. <라따뚜이>의 주인공 요리사는 다름 아닌 생쥐이다. 더러움의 대명사인 길거리 생쥐가 요리한다는 설정은, 영화의 주제인 ‘누구나 요리 할 수 있다’를 잘 보여준다. 주인공 생쥐 ‘래미’는 비록 생쥐이지만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책도 읽을 수 있다. 래미는 후각과 미각이 특히 발달한 탓에 다른 생쥐들처럼 인간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먹기 싫어했으며, 신선한 음식을 찾아 나서고 함께 먹으면 맛있는 음식들을 요리하는 것을 즐겼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본 ‘구스토’가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요리에 대한 꿈을 가진다. 그러던 어느 날, 래미는 하수구로 떠내려가게 되고 그렇게 우연히 파리에 도착한다. 마침 래미가 도착한 하수구는 그가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구스토 식당 바로 아래였다. 래미는 주방 안으로 들어가고 우연히 요리에 재능이 없는 ‘링귀니’대신 스프를 만들어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이후 링귀니와 래미는 한 팀이 되어 함께 요리한다. 래미는 링귀니의 모자 속에 숨어 링귀니를 조종하고 링귀니의 음식은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예전에 구스토 식당에 혹평을 남긴 음식 비평가가 구스토 식당이 다시 잘 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다시 한번 방문한다. 그의 글에 식당의 운명이 달려있기에 모두가 긴장했고, 래미는 훌륭하게 프랑스식 수프 ‘라따뚜이’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래미의 요리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한 마리의 생쥐가 요리한다는 작은 상상력이 보는 즐거움을 주고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불어넣어 준다. 요리에 국한되지 않고 어떤 분야든 누구나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도 읽어낼 수 있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주인공도 <라따뚜이>,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들처럼 요리를 사랑하고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 주인공 ‘칼 캐스퍼’는 유명 식당에서 일하는 극찬받는 주방장인데, 식당 주인에게 메뉴 선택권을 뺏기고 한 유명 음식 비평가에게 독설을 받는다. 화가 난 칼 캐스퍼는 비평가에게 트위터로 욕설을 보내고, 이들의 싸움은 온라인상에서 붉어진다. 이로 인해 결국 캐스퍼는 근무 중인 식당에서 나가게 되고, 예전에는 품위가 떨어진다며 싫어했던 푸드트럭을 운영하기로 한다. 항상 고급 음식만 만들던 그가 푸드트럭에서 팔게 된 음식은, 다름 아닌 쿠바 샌드위치다. 식당에서 해고당하고 돈이 없어서 이혼한 아내의 전남편에게 낡은 푸드트럭을 빌리고, 직접 수리하는 등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데까지 순탄치 않았지만, 그의 명성은 죽지 않았다. 10살짜리 아들이 푸드트럭의 위치를 트위터에 홍보하고, 서툴지만 열심히 아빠를 도와 요리도 했다. 캐스퍼의 푸드트럭이 가는 곳마다 그의 음식을 먹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며 항상 삶에 치이고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푸드트럭을 시작하면서 “행복해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후 그에게 독설을 퍼부었던 요리 비평가가 그의 푸드트럭에 다시 찾아왔다. 비평가는 그의 샌드위치가 최고라며 그가 하고 싶은 요리를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그에게 투자한다. 영화는 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으로 가득 찬 주인공의 모습에서 열정과 생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으로 있을 때는 비록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주지 못했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해지자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영화는 요리를 다루는 영화로서도 볼거리가 많아 눈이 즐겁고 흥미롭지만, 그 안에 내포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세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요리를 사랑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이 영화들을 통해서 세계의 다양한 요리가 나온다는 시각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마음가짐에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요리를 통해 사랑을 전하고,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열정을 쏟아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일이든 그 일을 진정으로 원하고 즐긴다면,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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