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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그리고 자연과 공존하는 예술, 공예

<사물을 대하는 태도 All About Attitude>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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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되고있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 All About Attitude>展의 전경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되고있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 All About Attitude>展의 전경

공예작품을 이루고 있는 재료는 본디 대지를 이루고 있던 것에서 비롯됐다. 나무, 흙, 광물 등 살아 숨 쉬는 대지가 낳은 재료들을 인간이 다듬고 연마했고, 비로소 이들이 실생활에 사용하는 ‘사물’인 공예품이 탄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공예기획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All About Attitude>展은 일상 속 편리한 도구로만 치부되던 공예품들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전시는 지난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에서 선보였던 주제 안에서 전시 작가와 작품을 문화역서울284 공간에 맞춰 새롭게 재구성하여 기획됐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공예에서 벗어나, 재료, 사물, 기계, 인간, 환경 등 공예와 관련된 수많은 행위자들 사이의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들이 작품을 통해 표출된다. 공예작품의 새로운 모습들을 마주하며, 자연, 인간과 공존하는 예술인 공예의 지속가능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김문식 외 4인 ‘부안관요’의 청자 다완과 곰소 소금
▲김문식 외 4인 ‘부안관요’의 청자 다완과 곰소 소금

자연에서 비롯됐으면서도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공예품들은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적인 대결 구도를 무너뜨리는 듯하다. 이처럼 공예작품은 단순히 고정된 사물이 아닌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들을 생산하는 유기체이다. 공예라는 유기체는 때로는 전통을 반영하고, 때로는 지극히 현대적인 형상으로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한다. ‘대지의 사물들’이라는 섹션 명처럼 작품들은 은은한 대지의 열기를 발한다. 대표적으로 김문식 외 4인 작가의 ‘부안관요’는 전통 고려청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모던하고 규칙적인 형상을 제시한다. 고려 상감청자의 발생지인 부안의 명맥을 이어가듯 작가들은 전통 상감기법의 청자 다완을 비롯해, 유려한 선의 기형과 청자 고유의 아름다운 비색을 살린 미니멀한 그릇에 이르기까지 고려청자의 기품과 미를 재현하고 계승한다. 부안의 명물인 곰소 소금 위에 가지런히 놓여 길게 뻗어져 전시된 그릇들의 모습은 숭고한 느낌마저 자아내 관람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편의를 위한 도구로만 여겨지던 그릇이 새하얀 소금 위에 얹어진 순수한 모습은 아름다운 고려청자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일으킨다.

▲김준용 작가의 작품
▲김준용 작가의 작품

중앙홀에서 자리를 옮겨 내부의 대합실로 이동하면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봉긋한 유리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김준용 작가는 블로잉 기법과 연마 기법을 결합한 본인의 독특한 제작기법으로 봉오리 진 꽃잎과 같은 형상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탁하면서도 은은한 빛깔의 그라데이션 색감은 유리라는 물성을 통해 극대화된다. 물안개 낀 새벽의 어슴푸레함, 석양이 가득한 검붉은 하늘처럼 자연이 만들어낸 그라데이션이 유리를 통해 그대로 구현된 듯 보인다.

2층에서 이어지는 2부 ‘생활의 자세들’에서는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된 가구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좌식 문화를 고수했지만, 현대의 우리나라는 서양의 입식 문화가 유입되며 좌식과 입식을 혼용하게 됐다. 이처럼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폭넓은 디자인의 가능성을 꿈꾸는 공예가들의 가구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2부의 독특한 점은 식민지의 관문이었던 서양식의 건축물인 서울역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서울284의 공간적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극히 전통적인, 동양적인 형상과 색인 작품들이 서양식 공간에서 전시되는 모습은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한편 우리의 공예작품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서양과 동양의 대비감이 가장 드러나는 순간이다. 인공적이고 균일한 조형미를 추구하는 서양의 예술과 달리 동양의 예술은 자연을 닮아 곡선적이고, 대지를 본뜬 형상을 사랑해왔다는 사실이 현대의 작품들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신혜정 작가의 작품
▲신혜정 작가의 작품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반려기물들’에서는 공예가들의 장신구들을 ‘반려기물’이라고 새로 명명했다. ‘반려’라는 단어는 공예 장신구들이 치장을 넘어 어떤 새로운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게 한다. 인공적인 재료를 사용해 세포의 유기적인 순환을 표현하는 권슬기 작가, 자연을 모티브로 섬세한 결을 가진 은 나뭇잎을 만든 신혜정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이 찾아낸 ‘반려’의 순간들은 빛에 반짝인다. 반짝이는 실들이 엮여 만든 세밀한 반려기물들은 공예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문명을 잇는 고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기후변화, 옛것과 새것의 충돌, 문화의 갈등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갈등들은 동시대 미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우리 가까이에 놓여 있는 공예작품에 있지 않을까? 전시의 목표는 위기의 시대에 대응할 새로운 공예와 디자인을 탐색하는 것이다. 기자는 ‘공예’가 인간과 자연을 넘어 다양한 존재들의 문제들을 해결할 예술로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느꼈다.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인간의 행위에 대해 성찰하고 공예의 사회적 실천들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기간: 2022년 3월 16일(수)~ 2022년 5월 29일(일)

전시장소: 문화역서울284 

관람시간: 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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