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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유랑한 자신의 자화상을 담다.

요세프 쿠델카 집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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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공식인증 사업으로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체코 출신 프랑스의 사진작가 요세프 쿠델카(Josef Koudelka, 1938-)의 사진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쿠델카의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1960년대부터 유럽 내 방랑하는 집시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아온 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집시의 삶과 자취를 기록한 사진촬영으로 잘 알려진 요세프 쿠델카는 프라하공업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항공 엔지니어로 일하던 도중, 주변의 집시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쿠델카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68년으로, 그는 ‘프라하의 봄’을 진압한 소련의 프라하 침공을 사진으로 담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곧 소련의 탄압에 의해 체코에서 추방되어 1970년 영국에 망명을 요청한다. 이후 그는 무국적자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세상을 떠돌면서 그만의 감성이 담긴 사진작업을 이어왔다. 1971년부터는 휴머니즘적인 시선으로 현실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가장 정통적인 보도 사진사 집단인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의 소속작가가 되어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쿠델카가 고향인 체코를 비롯하여 루마니아, 헝가리, 프랑스, 스페인을 떠돌며 만난 집시들의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 111점을 소개한다. 전시된 사진은 주로 집시들이 거주하는 마을이나 생활공간에서 촬영됐다. ‘더러움’, ‘좀도둑’, ‘방랑자’와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연상되는 집시들이지만, 사진에 담긴 그들의 모습들은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포착할 수 있는,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다. 전시장은 이들의 일상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담담하고 연속적으로 나열한다. 사진 속에서 하나같이 지치고 삶의 애환이 가득 담긴 표정을 한 집시들에게서는 평생 방랑자로 떠돌았던 그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으며, 조국에서 추방되어 일생을 방랑자 신세로 지내야 했던 쿠델카의 삶을 투영시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나의 시선이 카메라를 거쳐 상대에게 이르게 되고 피사체는 다시 내게 영향을 미치기에, 사진 속 집시는 나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의 모든 작품 주변에는 해당 사진에 대한 설명이 담긴 그 어떠한 정보도 찾을 수 없다. 여기에는 관객들이 오로지 사진 속 집시들의 표정과 행동에만 몰입하여 그 의미를 탐색하도록 유도한 쿠델카의 의도가 담겨있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사진은 전시 소개 책자를 장식하기도 한 하얀 말과 검은 옷차림을 한 집시 남성의 모습이다. 서로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듯한 이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한평생 방랑자 신분과 그로 인한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집시들도 결국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의 현장에서 진실을 기록했지만, 그로 인해 일생을 방랑자로 살아가야 했던 쿠델카. 그가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상이 규정한 불청객들을 편견 없는 담담한 시선 속에 담고자 했던 그의 셔터음과, 렌즈를 통해 그가 마주했을 그만의 자화상을 느껴보길 바란다.

전시기간: 2016년 12월 17일(토) - 2017년 4월 15일(토)
전시장소: 한미사진미술관
관람시간: 매일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 마감: 오후 7시)
가격: 성인 6000원, 학생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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