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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제, 포퓰리즘인가 미래를 위한 대안인가

  지난 2016년 6월, 스위스에서는 18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규정이 담긴 헌법개정안을 두고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이는 유권자들의 반대로 부결되었지만,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성남시에서 기본소득제의 일환으로 ‘청년 배당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 정책은 지금까지도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실효성과는 관계없이 우리나라에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이끄는 발판이 되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기본소득제의 개념과 사례, 한계에 대해 짚어보고 이에 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 기본소득제란 무엇인가?
  기본소득제란 소득과 자산 수준, 직업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기존의 복지제도와 비교하였을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구성원들에게 지급하는 보편성, 자산 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지급하는 무조건성, 가구 단위가 아닌 구성원 개개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개별성을 특징으로 한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구상은 1516년 토마스 무어(Thomas More, 1478-1535)가 그의 저서 『유토피아(Utopia)』에서 정부가 최저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시작되었다. 이어 후안 루이스 비베스(Juan Luis Vives, 1492-1540)도 『구빈문제에 관한 견해(De Subventione Pauperum)』에서 빈민에게 최소 소득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며,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를 세부적으로 발전시켰다. 이후 수 세기 동안 기본소득제에 대한 구상은 다양한 철학자와 사상가의 논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되었다.
  이와 같은 구상은 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도입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1976년 주민투표를 통해 천연자원 수출로 조성된 금액의 일부를 영구 기금에 적립했으며, 1982년부터 기금의 운용 수익으로 모든 주민에게 일정액의 배당액을 지급해왔다. 인도는 2011년 6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아 마디야프라데시주에서 기본소득제를 시범운영하였다. 2016년 6월 말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에서도 주민 100여명을 대상으로 매달 2천 달러 규모의 기본소득제를 지급하는 실험을 시작했으며, 핀란드에서도 2017년 1월부터 시범적으로 실업자 2천 명을 임의로 선정하여 아무 제한이나 조건 없이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0만 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 기본소득제는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 배당 정책’을 실시하면서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텄다. 만 24세의 청년들에게 12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 정책은 기본소득제가 국내에 적용된 첫 사례였기에, 그 실효성과 과정에 관하여 진보·보수 진영 사이에서 여러 논쟁이 촉발되었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의 진보·보수 진영은 서로 다른 접근방향으로 기본소득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진보 진영에서는 국가가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여 민주주의에서 자유와 평등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술의 발달로 노동의 대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기본소득제가 필요함을 역설해왔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현재 제각각인 복잡한 사회보장제도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행정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기본소득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성향에 따른 진영의 구분과 관계없이 곧 도래할 제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기본소득제 도입 취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다보스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전 세계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기술 발전에 의한 인간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기본소득제를 통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정치이념을 떠나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기본소득제, 미래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기본소득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점진적으로 발을 넓히고 있지만 가장 큰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바로 재원 문제다. 기본소득제 실현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막대하여 미국의 경우, 최저생계비를 모든 국민에게 지급할 시에 연방정부 예산과 맞먹는 3.8조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작년 국민 투표로 기본소득제 시행안이 부결된 스위스는 기본소득제 전면 시행에 연간 2,080억 프랑(약 24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을 가정하면 그 비용은 연간 정부의 총지출 규모를 훨씬 뛰어 넘는 735.6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일부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하고 그 재원을 활용한다고 하여도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러한 과정은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 또한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근로의욕 하락과 이로 인한 창업 감소, 세수 감소로 연결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기본소득제는 그 개념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지 어느덧 4세기가 지났지만, 그 실효성과 필요성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또한 구체적인 실현 과정에 있어서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하루하루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 비추어 볼 때,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김정운 기자  rhra0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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