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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사랑고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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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야콥슨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론 공부하기

남자가 여자에게 또는 여자가 남자에게 “당신이 내 마음에 쏙 든다. 사귀자!” 또는 “난 너를 죽도록 사랑한다. 결혼하자!”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당연히 짐작하기 어렵다. 말한 사람과 듣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한 이야기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대화에서 말한 사람은 일방적인 평가성 코멘트와 자기 위주의 강한 감정 표현에 이어 그대로 수신자에게 직접적으로 행동을 촉구한다. 적절한 맥락과 분위기가 없다면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전한 후 그대로 상대방에게 명령하거나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사랑고백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어떤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작동할까를 생각하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진심을 수없이 고백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면 문제가 있다. 젊은 날의 사랑고백은 일생을 통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임이 분명하니,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1896-1982)이 주창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론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한다.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 1896-1982)은 러시아 태생의 미국 언어학자로 언어학과 다양한 인접학문 분야의 통합적 연구를 시도하여 구조주의 이론을 비롯한 학문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과 MIT대학에 교수로 초빙되어 강의하며,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과 문화 연구에 영감을 주는 다양한 이론을 발표했다. 

샤논과 위버의 모델을 비롯한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은 주로 메시지 전달의 효율성에 연구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야콥슨 모델은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구성요소별로 발생하는 각각의 기능을 제시한 점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대화는 대화를 완성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구성요소가 있다. 야콥슨은 커뮤니케이션의 구성 요소를 송신자(Sender), 수신자(Receiver), 메시지(Message), 맥락(Context), 접촉(Contact), 코드(Code)로 구분했다. 이 여섯 가지 구성요소에 따라 각각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작동하여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론(Communicative function theory)’이다. 원래 언어학에 바탕을 둔 이론인데 현대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이론이다. 소위 기호학적 접근의 커뮤니케이션학적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기호학적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의 성패 여부를 넘어 의미 생산과 교환 차원으로 예술이나 문화 텍스트를 읽듯이 메시지나 이미지의 의미작용 과정을 정교하게 살펴본다는 의미이다.

야콥슨 모델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이미지 위주로 제공되는 현대의 마케팅적 메시지 분석뿐만 아니라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소통의 문제에 활용할 수 있다. 

성공적인 데이트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능 활용하기

남녀 간의 데이트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송신자가 수신자에게 원하는 바 행동이 이루어지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을 야콥슨 이론으로 살펴보자. 송신자에게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과 연관된 ‘감정표현적 기능(Emotive Function)’이 발생한다. 메시지가 맥락, 접촉, 코드의 상호보완적이고 입체적인 영향을 받아 수신자에게는 ‘행동촉구적 기능(Conative Function)’을 발생하게 된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사람끼리 데이트의 접촉 경로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다. 어렵게 약속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전화하는 것이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전화 통화하려면 쉽지 않은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나 그가 직접 받으면 괜찮지만 만약 부모님이 받으면 괜히 당황하게 된다. 그것도 동전 넣고 통화하는 공중전화의 경우는 동전의 개수로 인한 시간적 제한이나 뒤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난감하다. 지방이나 외국처럼 멀리 떨어져 있다면 편지나 엽서를 쓰는 방법도 있었다. 진지하게 미사여구와 시적인 표현 등을 총동원하여 마음을 나누었다. 

세월이 좀 흐른 후에는 소위 삐삐를 쳐서 통화로 연결하는 등 다양한 통로가 열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접촉 경로는 ‘교감적 기능(Phatic Function)’이 작동한다. 직접 만나 이야기할 때도 어느 정도거리에서 이야기 하는 가에 따라 교감적 기능이 달라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칸(Robert Louis Kahn)이 연구했듯이 50센티미터 거리와 2미터 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진행하게 한 경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성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심지어 물리적 거리도 교감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바짝 다가가서 이야기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요즈음 사랑고백의 접촉 경로는 실로 다양하다. 직접 만나 육성으로 말하는 경우, 거의 활용되고 있지는 않겠지만 편지, 엽서 등 고전적 방법, 예전에는 공중전화, 지금은 핸드폰,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활용한 텍스트 메시지, 이메일, SNS 등을 통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그것뿐만 아니라 야무지게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방법의 프러포즈를 기획하여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한 이상적인 멀티 페르소나가 가능한 소위 부캐를 만들어 메타버스로 초대해도 될 것 같다. 드론으로 메시지를 띄우거나 전달하는 방법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다양한 접촉을 통한 교감적 기능을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것은 메시지 자체의 내용이다. 야콥슨은 메시지 자체를 ‘시적 기능(Poetic Function)’과 연관 지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물론이고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고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어떤 문장으로 구성하고 어떤 억양으로 표현하는지가 중요하다. 마치 시와 같은 기능으로 메시지 자체를 통하여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의 감성적이고 심미적인 수준과 멋진 데이트에 합당한 품격을 엿보이게 한다. 

같은 표현도 맥락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의미로 작용할 수 있다. 식당 앞에서 “라면 먹고 갈래?”하고 실컷 술 마시고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라면 먹고 갈래?” 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맥락은 ‘지시하는 기능(Referential Function)’과 연관된다. 의도했거나 또는 객관적 사실을 밝혀 주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성패의 요인이 된다. 그러니 괜한 오해를 받지 않게 말을 전하는 상황이나 맥락에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야콥슨은 커뮤니케이션 구성 요소의 하나로 코드를 제시했다. 코드를 통해서 ‘상위언어적 기능(Metalinguistic Function)’이 발생한다. 코드는 의미를 해독할 수 있게 하는 경로를 의미하는데, 언어 자체를 설명하는 언어 기능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오늘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어. 잘 들어줄래?” 라고 하는 것이다. 마치 그림에 액자를 끼듯이 상대방이 사랑고백의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조심스럽게 강조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 고백을 위해서 로만 야콥슨 기능이론보다 몇 배 소중한 것은 진정한 마음이다.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표현이 서툴러 소중한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로만 야콥슨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론을 재미있게 공부해서 사랑고백에 성공하기를 응원한다. 

 

 

 

 [참고문헌]

 

박영원 저, 『이미지로 읽는 재미』, 더문, 2021. pp. 9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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