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2.5.24 화 16:34
상단여백
HOME 인터뷰 아띠, 오랜 친구
장유리(17회화)동문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홍대에 다시 인사를 건네네요. 오랜(2년)만입니다. 

이 글의 청자는 누구일지 고민해봤습니다. ‘홍대‘라고 칭한 것은 정말 대한민국의 한 사립대학으로서의 홍익대학교에 인사를 건넨 건 아니고 이 글을 읽을 여러분이겠죠. 코로나가 발발한 뒤 개강한 학기는 혼란이었습니다. 여전히 겪고 계실 혼란이겠습니다. 저는 그 해 부리나케 졸업 전시를 하고 학교에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본가의 이사도 있었고 심리적 이유도 있었죠. 이렇게 다시 인사를 하기까지 꽤 걸렸네요.

회화과를 졸업한 뒤, 작년 3월엔 아침 새벽에 깔리는 안개를 보며 마치 나와 미래를 보듯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거침없이 이런, 저런 작업 아이디어를 들이밀던 친구 A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A의 모습이 왜인지 아득하게 느껴지더군요. 마치 과거의 저처럼요. 어떤 동기에 가득 차 기운을 뿜던 친구, 또는 나. 기운 없는 하루를 보낼 때도 금세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날 수 있는 그럼 힘을 갖고 있던, 너, 또는 나. 

제가 흐리멍덩할 때, 안개를 나의 모습을 바라보듯 바라볼 때, 기운차게 다가와 준 친구 A가 참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제가 너무나도 우울해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거조차 사치로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가끔 제 상태가 호전됐을 때면 A에게 종종 고마움을 표현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당황하던 A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저의 잃어버린 창작욕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재미없어도 돌아가시기엔 이미 글의 절반이 지났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모쪼록, 졸업 후 저는 창작욕을 잃었습니다. 솔직히 얘는 지금도 다시 돌아올 생각을 안 합니다. 아마도 돌아오자니 너무 멀리 나갔고, 돌아온대도, 덩치 큰 게으름이 떡 하니 버티고 있고, 그 뒤엔 완벽주의가 게으름을 더욱 종용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요새 종종 생각하는 것은 예술과 사회에 대한 것이에요. 예술이 가진 사회적인 역할과 파장력을 고민해봅니다. 소비가 자기 자신을 대변해주는 사회에서 예술이 그것도, 순수예술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 말예요. 사회에 대한 고민을 많은 이들이 하지만 모두가 순수하게 공공을 위한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말들도 많죠.

많은 말들 사이로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을 찾아 헤맵니다. 처음에는 아주 기본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시작하고, 입지를 다지고 나면 조금 더 나은 입지를 마련하려 할 거고, 그런 단계들을 밟고 나면 보통 이상의 수준의 입지에 오를 겁니다. 누군가는 공공을 위한다는 어떤 담론에 탑승해서 입지를 다지고 말기도 합니다. 저는 이를 지양합니다. 그러나 휘둘리기 쉬운 개인으로서 입에선 지양한다고 소리를 내어도 제가 지양하는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저는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대학원생이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어찌되었건 종국에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지키는 사람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거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그것을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태도와 말, 행동에서 드러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마주치면 빛을 본 거 같고, 조금 힘을 얻고 그래요. 그렇지만 그들을 마주하고서도 도무지 저의 창작욕은 돌아오질 않습니다. 걔는 어딜 이리 멀리 나간 걸까? 질문하고는 뭐 먹지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다행이 요즘 저는 알아가고 싶은 것들이 생겼고, 그걸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마음껏, 때론 욱여넣어야만 할 정도로 머리 아픈 양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자본이 아직 있습니다. 친구 A와 최근에 만났을 때 힘든 것을 나눌 수 있는 동기들, 또는 나눌 수 있는 사람들, 길드의 중요성 같은 걸 이야기하며 공감했던 게 기억 남습니다. 요즘 그걸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시 저는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인가 봐요. 스쳐지나가는 글도 인연인데, 작은 위로가 되었길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정리 박찬혁 기자  cksgur158@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