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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계의 끊이지 않는 표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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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왼쪽), 사카모토 류이치(오른쪽)/출처: 경향신문
▲유희열(왼쪽), 사카모토 류이치(오른쪽)/출처: 경향신문

지난 6월, 작곡가로 시작해 기획사 대표와 인기 방송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유희열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2021년 9월에 발표한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의 작곡가 겸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이하 사카모토)의 곡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사카모토는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하지만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유희열은 “무의식중에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며 “두 곡의 유사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사과했고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그런데도 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더욱 거세졌다.

잊을만하면 또?
표절 논란은 잊을만하면 생겨나 대중음악계를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대중들은 ‘똑같다’, ‘비슷하다’, ‘다르다’로 다투곤 한다. 표절 논란을 대하는 뮤지션의 태도도 천차만별이다. 표절을 인정하고 자숙하며 대중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변명하고 부인하는 경우도 있다. 가수 이효리는 전자에 해당한다. 이효리가 2006년에 발매한 2집의 <Get Ya>와 2010년에 발매한 4집의 <Bring It Back>, <Feel The Same> 등 총 7곡에 표절 논란이 있었다. 이에 “가수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과하고 활동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사실상 그도 작곡가의 표절 행위에 대한 피해자라고 볼 수 있지만, 잘 알아보지 않고 그 곡을 쓴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가요계를 또다시 떠들썩하게 한 건 프로듀서 프라이머리다. 논란이 된 곡은 MBC <무한도전> 354회에 방영된 ‘2013 자유로 가요제’에서 프라이머리가 직접 만든 곡이라 소개한 <아이 갓 씨(I Got C)>이다. 이 곡은 방송 직후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카로 에메랄드(Caro Emerald)의 <Liquid Lunch>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라이머리는 의혹이 제기된 지 11일 만에 소속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고, 음원은 판매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프라이머리가 작곡하고 2013년 발매한 박지윤의 곡 <미스터리>도 논란에 휩싸였다. 카로 에메랄드의 <One Day>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두 곡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 코리아의 대표 조규철은 “해외 원작자들과 지분을 정리한 끝에 원만하게 해결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100% 표절이라면 원작자 측에서 국내 아티스트에게 페널티를 요구하거나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더 강수를 뒀을 것이다. 단순히 저작권을 나눴다고 해서 표절을 인정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표절을 부인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월, 또 다른 표절 논란이 제기됐다. 주인공은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소연이다. 평소 작곡 능력을 인정받아 온 소연은 MBC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2021)의 마지막 경연곡 <Sun>을 직접 작곡했다. 그러나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룹 에이티즈(ATEEZ)의 <WAVE>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창작자로서 사과드린다”며 의혹의 일부를 인정했다. 그리고 <SUN>의 크레딧에 <WAVE>의 작곡가 이드너리(Eden-ary)를 추가했다. 이로써 직접적으로 해명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표절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 제기된 유희열의 표절 논란은 가수 이적과 이무진에게까지 번졌다. 이적이 2013년 발표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브라질 가수 라이문도 파그네르(Raimundo Fagner)의 <Rubi Grena>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적의 소속사는 “표절이 아니다. 이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무진 역시 그의 대표곡 <신호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카이노 오와리(世界の終わり)의 <Dragon Night>를 표절한 것 같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 퍼진 것이다. 소속사 측에서 해당 의혹을 즉각 부인했지만, 여전히 대중들의 논란거리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준’의 필요성
이렇게 논란이 생길 때마다 표절을 정하는 공식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 판단 기준은 감상자의 주관에 달려있기 때문에 명확성을 띠기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정하는 바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음악업체 성공 창업 및 해외 진출 매뉴얼」에 따르면, ‘표절’이란 타인 창작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신의 창작물로 허락 없이 사용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공표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저작권위원회의 「2012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상담사례 100」에서는 타인의 저작물을 자신이 창작한 것처럼 속였다는 도덕적 비난이 강하게 내포된 경우로 표절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수원지법 2006.10.20. 선고 2006가합 8583 판결」에서는 ‘표절의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과 ‘실질적 유사성 판단 방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먼저 ‘표절의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침해자가 저작자의 저작물을 이용하였을 것, 즉 창작적 표현을 복제하였을 것. 둘째, 침해자가 저작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 셋째, 저작자의 저작물과 침해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 이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할 때 표절이된다. 앞선 판결문에 따르면 ‘실질적 유사성’에 대한 판단 시 해당 음악 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 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 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정도를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평론가들은 표절 시비는 더 이상 저작권 분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도덕성 지탄 혹은 정의 구현에 가깝다고 한다. 그러기에 더더욱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또한 그들은 표절은 합의를 보든, 고소를 하든 당사자 간의 영역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상자가 듣기에 비슷하다고 표절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표절 논란이 생기면 ‘*포렌식 음악학자’가 참여해 유사점을 찾는 작업이 이뤄진다. ‘듣기에 비슷하다’가 ‘표절’로 굳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저작권 침해는 원칙적으로 *친고죄(親告罪)에 해당해 원작자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했듯 사카모토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희열은 법적으로 따지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대중이 그에게 등을 돌린 건 실망과 배신감 때문이다.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던 ‘천재 작곡가’가 한순간에 ‘사기꾼’이 되고, 그의 오랜 팬들은 “추억을 도둑맞은 것 같다”고 할 만큼 말이다. 국내 대중음악계의 표절 논란은 더 이상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의 스캔들을 우려할 만큼 위상이 높아진 K팝(K-POP)이 대중 음악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표절은 더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생겨나는 표절의 잠재적 위기 요인들
1990년대까지는 1인 작곡 체제가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다인 작곡 체제가 대부분이다. 아이돌 그룹 신곡에 11명의 작곡가가 참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K팝은 극도로 세분화·분업화되어 ‘집단 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악기, 연주, 멜로디 파트 등을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적의 작곡가들이 각자 만들고 그 음원 소스가 합쳐져 곡이 완성된다. 이러한 글로벌 집단 창작 시스템은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해 K팝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음악평론가 김상화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모든 음원 소스의 명확한 출처를 외부 작곡가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져 표절 및 관련 논란 검증에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렇듯 작업 체제가 바뀌면서 표절의 잠재적 위기 요인들이 생겼다. 먼저 작곡가가 이중으로 음원을 판매하거나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무단으로 ‘샘플링(Sampling)’하는 것이다. ‘샘플링’이란 기존 팝-클래식 음반의 연주 음원을 그대로 따서 쓰는 음악 기법인데 대표적인 예로는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의 <자장가 Op.49 No.4>를 샘플링한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이 있다. 둘째, 작업의 ‘외주화’이다. ‘외주화’란 아웃소싱(Outsourcing)이라고도 부르는데, 제3자에게 위탁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말 그대로 타인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의도와 상관없이 논란에 휘말릴 위험이 대단히 높다. 셋째, 일부 기획사들이 아이돌 성공 신화를 만들기 위해 소속 그룹 멤버를 무리하게 작곡에 참여시키는 관행도 표절 논란을 일으킬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K팝 작곡가에 따르면, 아이돌이 특정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이런 분위기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이 직접 작곡했다는 성공 신화로 둔갑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아이돌 멤버는 악보도 볼 줄 모르는데 말이다. 또한 “특정 곡을 콕 짚어 이런 스타일로 곡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작곡가가 기존에 발표된 곡을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며 표절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음악 평론가 강일권은 자신의 책 『K-POP 신화의 그림자』에서 표절에 대한 법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강력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작자의 허락 없이 제 노래인 양 훔치는 중국 일부 가수들을 비판하는 우리가 ‘내로남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유희열은 “창작 과정에서 더 깊이 있게 고민하고 면밀히 살피겠습니다. 치열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많은 동료 음악인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중들은 “알맹이 없는 반쪽 사과문 같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그래도 유사성을 인정한 것이 대단한 용기다”는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표절은 ‘마녀사냥’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피해자가 고소해야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민사 문제인데 온라인상에서는 유사한 부분만 편집해 비교한 뒤 표절로 몰아가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대중음악인이 그들을 외면한 채 법적인 잘잘못만 따지는 것도 모순적인 태도다. 결국 표절은 기본적인 양심의 문제이다. 높아진 우리의 위상에 더 이상 표절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서는 안 될 것이다.

*포렌식(Forensic) : 범죄를 밝혀내기 위한 모든 과학적 수단이나 방법

*친고죄(親告罪) :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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