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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스포츠리그보다 프로리그가 더 재밌어요

대학 스포츠의 몰락, 그 원인을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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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학 스포츠리그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띠게 인기도가 감소했다. 경기장에 직관하러 가도, 텅 빈 경기장을 메우는 것은 선수들의 학부형뿐이다. 대중들은 왜 대학 스포츠리그를 외면할까? 과거 체육대학을 진학하고자 했던 김민엽(경영1) 학우는 대학 스포츠 리그에 대해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대학 스포츠리그가 있다는 사실만 알 뿐 대학 스포츠리그에 대한 관심도는 적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대학 스포츠리그의 인기도 하락의 요인으로 “프로리그보다 재미가 없다”, “대학리그의 홍보가 부실하다”를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학 스포츠리그의 몰락 원인은 무엇일까? 본지는 대학리그의 과거와 현재를 대조해 문제점을 찾아내고자 한다. 

 

대학 스포츠의 화려했던 과거

▲한국 야구계의 전설로 불리우는 최동원과 선동열 (좌 선동열, 우 최동원)
▲한국 야구계의 전설로 불리우는 최동원과 선동열 (좌 선동열, 우 최동원)
▲대학 농구계의 최고 라이벌로 꼽히는 서장훈과 현주엽 (좌 서장훈, 우 현주엽)
▲대학 농구계의 최고 라이벌로 꼽히는 서장훈과 현주엽 (좌 서장훈, 우 현주엽)

과거 대학 스포츠는 선동열(고려대)과 故최동원(연세대)의 라이벌 매치, 90년대의 농구대잔치 등 대학스포츠에서 전례없는 화려한 전성기를 맞았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라이벌 매치’라는 심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야구와 농구 등에서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는 우승을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는데, 라이벌 팀을 이겨야 한다는 동기가 선수들의 화려한 기량을 뽐내게 했고, 이는 관객들이 대학 스포츠에 더 몰입하게 했다. 80년대 야구 종목에서 고려대학교 선동열과 연세대학교 최동원, 90년대 농구 종목의 연세대학교 서장훈과 고려대학교 현주엽이 한국 대학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꼽힌다. 그리고 대학 선수들의 실력과 이들에 대한 팬심 역시 대단했다. 1990년대 초 농구대잔치는 실업 농구팀인 기아자동차가 가드 허재, 센터 한기범을 앞세워 우승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1993-94년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학교가 서장훈, 이상민 등 슈퍼루키의 등장으로, 기아자동차의 독주를 꺾고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한편, 최동원과 선동열은 각자 졸업 후 프로 구단인 롯데와 해태로 입단했다. 이는 각 구단의 연고지인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 라이벌 매치이자 제과 생산 기업인 롯데와 해태의 자존심 경쟁으로 번졌다. 그리고 90년대 농구대잔치에는 스타 농구 선수들에게 일명 ‘오빠 부대’라는 여성 팬들이 대거 등장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90년대 이후, 급감하는 대학 스포츠 인기 및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KUSF의 대처

해가 뜨면 지듯이 대학 스포츠 인기도 시들해졌다. 주요인으로 관중 수의 감소로 인한 무관심을 꼽을 수 있다. 1996년 프로 농구리그가 출범하면서 기존 대학교에서 활동하던 에이스 선수들이 프로 구단으로 팀을 옮기게 됐고, 대학 농구리그의 중계권도 프로 구단에 넘어갔다. 이로 인해 높은 수준의 경기를 원하는 관중들은 대학리그보다 프로 경기를 선호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학리그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2022년 현재,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이하 KUSF)에서 개최하는 리그 경기의 경기장을 방문하면 저조한 관객 수를 확인할 수 있다. 텅 빈 경기장을 채우는 것은 선수들의 학부형 및 취재를 목적으로 방문한 기자뿐이다. 관중 수의 감소는 자칫하면 대학 스포츠리그라는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에 매우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스포츠 관계자들도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고민했다. 2010년 대학 운동부를 운영하는 대학 총장들은 대학스포츠의 정상화·활성화·선진화를 추구하기 위해 KUSF를 설립했다. 대학스포츠의 올바른 위상을 적립하고 교육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설립된 KUSF는 U-리그(University-League)와 클럽챔피언십을 개최하여 대학구성원 참여 문화 형성 및 대학스포츠 인기도 제고를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이미 꺾인 대학스포츠 인기는 복구하기 힘들었다. KUSF는 경기 일정과 장소, 과거의 결과들을 사이트에 게시함으로써 관중들이 경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결국 대중들이 대학리그를 외면하게 되면서 대학리그 부활 운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대학 스포츠 몰락의 원인

대학 스포츠가 대중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프로리그와 대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야구의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프로 진출 혹은 대학 진학을 하게 된다. 흔히 고교야구에서 프로 지명을 받는 경우는 이른바 ‘대어’라 불리는 특급 유망주들이 주를 이룬다. 이때 프로 진출 경쟁에 밀리게 된 선수들은 대학교에 진학하고, 이후 프로 진출을 꾀한다. 본교 야구부 소속 원민기(산업스포츠3) 학우에 의하면, 대학 선수 대부분은 고교 시절 *드래프트에 지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을 통해 프로 선수를 재도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프로 구단은 훈련 프로그램과 식단 등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구성된 반면, 대학 구단은 이에 비해 열약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고교리그 대어들의 대학 진학만으로 대학 스포츠의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농구 같은 경우, 고교리그보다 대학리그가 더 활성화됐으며, 프로 농구 스카우터들은 대학리그 소속 선수들에 더욱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2020 KBL(Korea Basketball League)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프로 농구 구단은 총 30개의 지명권 중 단 2명만 고등학교 소속이었으며, 심지어 2021년에는 전부 대학교 소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농구리그의 관중은 프로리그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여기서 두번째 요인으로 연고지 및 대학 문화의 차이점을 꼽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인기가 저조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대학 농구인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미국 내 대학 스포츠 관리 조직)는 큰 인기 속에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3월의 광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미국 대학 농구리그 토너먼트는 대학 내 최고의 팀과 선수를 가리게 된다. 이 시기 대학농구 시청률은 미국 프로 농구인 NBA(National Basketball League)의 시청률을 뛰어넘는다. 그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단숨에 슈퍼스타가 되며 NBA 스카우터들의 표적이 된다. 스포츠 인기를 증명하는 중계료 지표를 보면 NCAA의 1년 중계료는 약 11억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원)으로, NBA의 연 중계료인 약 3조 2,100원의 3분의 1 정도 해당한다.

한국에 비해 미국의 대학 농구가 인기 많은 이유는, 수도권 선호 현상으로 지방에 만족할만한 대학 구단의 연고지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지방에도 대학 구단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넓은 영토로 인해 모든 지역에 프로 스포츠 팀이 들어설 수 없다. 대신 각 지역에 대학 구단이 들어서고, 대학 리그는 해당 지역 사람들의 화제이며 경기 당일은 지역 사람의 축제가 된다. 반면, 심각한 수도권 인구 밀집 현상을 띠고 있는 한국은 주요 대학 또한 수도권에 있기에 모든 지역에 만족할 만한 연고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단적으로, 농구같은 경우 U-리그에 참가하는 12팀 중 11팀이 수도권 대학에 속한다. 한 지역에 몰린 형태는 타 지역민들이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우며, 각 구단마다 차별성이 없어 잠재 관객의 흥미를 끌기 힘들다.

▲올해 3월 18일 진행된 동국대학교와 홍익대학교의 축구경기
▲올해 3월 18일 진행된 동국대학교와 홍익대학교의 축구경기
▲산업스포츠학과 3학년 원민기 학우
▲산업스포츠학과 3학년 원민기 학우

마지막은 부족한 인프라다. 대학리그 경기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경기장은 학교와 거리가 멀어 학생들이 직접 관람하러 가기 힘들다. 예를 들어, 본교 KUSF U-리그 야구 경기는 대부분 충북 보은의 보은야구장, 전남 순천의 팔마야구장에서 진행된다. 본교 야구부의 경기를 보기 위해 보은야구장을 가려면 서울 캠퍼스에서 대중교통으로 4시간 18분, 세종캠퍼스에서 3시간 21분이나 소요된다. 대학 스포츠의 인프라 증진을 위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속되는 대학 스포츠 리그의 부진으로 인해 운동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가령, 본교 운동부 홈페이지는 2015년 이후 글이 올라오지 않으며, 캠퍼스 근처에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이는 비단 본교만의 문제가 아닌 대다수 대학 스포츠 구단의 문제다. 대학 스포츠의 인기가 떨어지니 인프라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또 대학 스포츠 인기를 떨어트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드래프트: 신인 선수를 선발하는 것.

 

【 본교 산하 스포츠구단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다 】 

▲본교 야구부 장채근 감독
▲본교 야구부 장채근 감독

대학 스포츠 인기도 하락의 정확한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본교 축구부 박창현 감독, 야구부 장채근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본교 스포츠 구단은 적절한 홈구장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 리그에서 홈구장의 유무에 따라 경기장이 어떻게 분배·구성되는지 궁금하다.

A. 박창현 감독: U-리그는 홈 앤드 어웨이(home and away) 방식을 진행한다. 본교는 홈구장이 없기에 체육공원을 빌려서 경기를 진행한다. 상위권 팀들은 대부분 홈구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음가짐 등에서 경기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Q. 과거 연세대 농구부원들에겐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대학 스포츠가 인기가 많았다. 과거와 현재 대학 스포츠의 인기 및 인지도 차이를 느끼는지, 느낀다면 어떠한 요인을 생각하고 있는지 여쭙고 싶다.

A. 박창현 감독 : 본교 축구부 같은 경우는 선수단이 교내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다 보니 학생들과 교류가 전혀 없다. 이로 인해 학생들과 교감을 하지 못해 관중의 부재를 느끼고, 이것이 인기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지도자 입장에서, 과거에는 감독이 직접 우수 선수를 스카우트해 경쟁 학교보다 먼저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성적이 좋으면 선수 본인이 학교를 정해서 지원한다. 그리고, 선수 선발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개입하기보다 학과 교수님들이 오셔서 선발한다. 이로 인해 원하는 우수 선수가 들어오지 않아 스포츠 종목들이 전부 하향 평준화됐다. 다음으로 선수들이 대학에 지원할 때 동시에 합격하면 명문대 진학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우수한 선수를 계속 빼앗기게 되면 좋은 전력을 유지할 수 없다. 

장채근 감독 : 우수한 선수들이 고교 졸업 이후 프로로 입단하는데, 프로에 입단하지 못한 선수들이 대학에 온다. 대학교 선수들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므로 운동만 열심히 하는 프로 선수와 기량 차이가 나게 된다. 그리고 KBO(한국 야구 위원회)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도 인기도 하락의 원인인 것 같다.

 

Q. 대학 스포츠 리그의 인기도 재건을 위해, 선수 및 지도자의 측면에서 어떠한 대안·해결책이 나왔으면 하는지 알고 싶다.

A. 박창현 감독 : 스포츠는 이기는 사람이 모든 영광을 가진다. 그러나 본교 축구부가 이기는 것보다 지는 횟수가 많아지자 학교에서 관심이 떨어지고 지원도 미비해졌다. 해결책으로, 좋은 선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승리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승리할 수 있는 팀을 만들면 관심과 호감도 증가, 이기는 팀에 대한 팬덤 등이 형성된다. 그리고 본교의 경우 축구장이 맨땅이다. 이러한 요인이 프로리그에 비해 환경적 부분에서 밀리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장채근 감독 : KBO에서 대학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주면 좋겠다. 현재 정책적으로 엘리트 체육에 대한 지원이 미비해졌다. 그리고 감독이 직접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는 선수들 선발을 표면적인 성적으로 판단해서 입학하기에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 힘들다.

 

위의 내용을 종합했을 때, 대학 스포츠의 인기 하락의 요인으로 △프로리그 대비 대학 선수들의 경쟁력 악화 △대학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전국적인 팬덤 확보 불가 △경기장 및 인프라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대학리그를 뛰는 선수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학 스포츠와 프로리그 간의 경쟁 구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스포츠의 인기는 라이벌 형성과 같이 스포츠를 관람하고 시청하는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이제는 대학 스포츠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대학리그 시청 등 많은 관심을 가져 대학 스포츠 인기도 증진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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