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에드워드 카, 김택현 옮김, 까치, 2015

<국제경제법> 강준하 교수가 추천하는 『역사란 무엇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책을 즐겨 읽고 역사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얻곤 하지만, ‘역사’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특정 시대의 역사나 특정 국가의 역사에 대해 논하기보다 ‘역사’ 자체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질문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어 소개해 본다.

이 책은 저자인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가 역사에 관해 진행한 여섯 차례의 강연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1961년에 초판이 발행됐다. 에드워드 카는 1892년 영국 런던에서 출생하여 주로 ‘소련사(The history of the Soviet Russia)’를 연구하였는데, 역사학자로서뿐만 아니라 외교관과 국제정치학 교수를 역임하고 『더 타임즈(The Times)』의 부편집인으로 활동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을 펼쳤다. 역사, 외교, 정치 분야를 아우르는 그의 경험과 지식이 이 책 속에 녹아들어 그의 역사관을 형성하고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①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②사회와 개인 ③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④역사에서의 인과관계 ⑤진보로서의 역사 ⑥지평선의 확대 등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을 읽어 가보면 ‘역사적 사실’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보다 확장할 수 있고, 과거와 현재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역사를 설명하는 역사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흔히 역사를 과거에 실재했던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과거에 있었던 수많은 사실 중에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결국 역사가에 의해 취사 선택된 일부의 사실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역사가 역시 시·공간을 떠나서 존재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특정 시점에 특정 지역에서 살아가는 개인이기 때문에 역사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환경, 시대적 분위기 등이 역사를 기술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시하면서, 우리는 역사책을 읽을 때 그러한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훌륭한 역사가는 ‘왜?’라는 의문에 더하여 ‘어디로?’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역사적 사건을 바라볼 때 그 원인과 결과뿐 아니라 그 방향성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역사라는 것이 정적인 세계에서는 무의미하고, 역사 자체가 본질적으로 ‘변화이며, 운동이고 진보’라고 본다. 따라서 역사의 전진성을 믿으며, 책 말미에 “그래도-그것은 움직인다”라고 적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태도로부터 과거와 현재, 미래는 서로 이어져 있으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에 대해 배우는 것이지만, 이는 미래를 염두에 두고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해 준다. 

이 책이 주는 의미를 개인 삶의 영역으로 국한시켜 대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는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통과의례라고 간주되곤 한다. 초중고 12년이 마치 대학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대학에 입학하면 그동안 억눌려 온 모든 것을 보상받고 이제 인생에서 공부는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실 대학 입학은 향후 70~80년을 살아가기 위한 초입에 불과하다. 대학 생활은 혼돈의 연속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시기이다. 누구도 삶의 일정에 관해 얘기해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가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고 헤쳐 나가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의 길을 보여주고 비춰주는 것은 자신의 과거 기록과 경험이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얼마나 큰 성취를 이루었는지, 그리고 어떤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펴보면 미래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는 거창하게 역사에 대해 고민하지 않더라도 평범하게 미래를 향해 고민하며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하루하루의 삶이 모여 개인의 역사가 되고 이를 바라보는 개인의 관점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과거의 사실들이 미래로 나아가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고 현재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