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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그려낸 인류와 문명에 대한 고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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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展의 입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展의 입구

사진은 순간을 영원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찰나의 ‘결정적 순간’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에서는 20세기 사진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이 바라본 세상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단지 그의 작품만을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구입해 평생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를 포함해 사진집 『결정적 순간』 출판 당시 편집자 및 예술가들과 그가 주고받은 서신, 사진을 직접 소개하는 영상 자료까지 독보적인 그의 사진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서신과 프레스카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서신과 프레스카드

‘모든 사진작가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사진집 『결정적 순간』은 사진에 대한 그의 진정성과 견고한 사진 철학이 잘 드러난 대표적인 저서이다. 『결정적 순간』에는 그가 미국, 인도, 중국, 프랑스, 스페인을 유랑하며 마주한 경이로운 삶의 순간을 비롯하여 간디의 장례식, 영국 조지 6세의 대관식, 독일 데사우 나치 강제수용소의 모습과 같은 역사적인 순간들이 카메라라는 눈을 통해 생생히 담겨있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단어는 대상이 형태적으로 완벽히 정돈되면서도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에만 셔터를 눌렀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철학을 오롯이 보여주는 듯하다. 카메라는 그에게 눈의 연장이다. 눈이 깜빡이며 찰나를 담듯이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담고자 했던 그는, 직관과 본능에 충실해 진정성을 포착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는 연출이나 플래시, 사진의 크기를 조절하는 행위를 완전히 거부했으며, 사람의 눈과 가장 가까운 *화각을 가진 50mm 렌즈만을 고집했다. 일말의 인위성도 제거하기 위해 12시간 동안 카메라를 세워놓고 무작정 행인을 기다리기도 하고, 이방인의 관점에서 탈피하기 위해 타국에서 반년을 살았던 그의 일화는 사진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간디의 죽음>(1948)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간디의 죽음>(1948)

마치 명상하듯이 사진을 대하는 그의 겸허한 태도는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너무도 무분별하게 카메라 렌즈를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대에는 카르티에 브레송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의 카메라가 존재하지만, 결코 그보다 온전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무엇을 담고자 하는지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담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상을 더 부유한 사람처럼, 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무분별한 셔터질 속에 정작 사진의 본질은 잊고 있다. 이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진정한 사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주제는 언제나 인간이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짧고, 덧없고, 위협받는 우리 인간의 삶에 집중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는 환희에 찬 인간, 슬픔에 잠긴 인간, 우수에 젖은 인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인간까지 여러 모습의 인간을 사진에 담았다. 그의 사진 속 인간은 인종과 성별, 나이 등 어떠한 기준도 없이 그저 한 개인으로서 존재한다. 한 시대를 통솔하는 정신적 지도자였던 간디(Mahatma Gandhi1869~1948) 역시 그의 사진 속에서는 죽음 앞에 고요한 한 사람일 뿐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음성이 담긴 슬라이드 쇼렉쳐 영상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음성이 담긴 슬라이드 쇼렉쳐 영상

그의 사진을 통해 날것의 인간을 이해할 수 있듯이,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그의 일생을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사진전에는 그의 음성이 담긴 슬라이드 쇼렉쳐(Slide Show Lecture) 영상이 전시되어 있어 작업물과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관계에 대한 그의 직접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눈이 되어주었던 카메라와 그가 설립한 매그넘포토스(Magnum Photos)의 프레스카드 또한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선을 이끄는 것은 자신의 사진에 대한 담백한 시선을 담은 그의 글이다. 전시회 내부에 발췌되어있는 그의 말들은 관람객이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철학뿐만 아니라 그의 일생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찰나에 승부를 거는 이유는 사진의 발견이 곧 나의 발견이기 때문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뎠던 그 이유를 설명한다. 렌즈라는 눈을 통해 세상을 봤던 그는, 셔터를 누르는 매 순간 자신을 재발견했다. 이는 아마도 삶의 여러 순간 중에 어떤 찰나를 ‘결정적 순간’으로 담을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깊은 고려가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크고 작은 질문은 모두 이 지점으로 귀결될 수 있다. 사진의 발견이 곧 나의 발견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에 방문하여 사진의 발견을 넘어 나를 발견하는 경험을 얻길 바란다. 

 

*화각: 렌즈의 촬영 범위. 각도가 클수록 넓은 화면을 담을 수 있다. 

 

전시기간: 2022.06.10.(금) ~2022.10.02.(일)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관람시간: 10:00~19:00 (입장 마감 18:00까지) /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성인 18,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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