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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기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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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록의 역사에 살아 숨 쉰다. 글자가 없던 선사시대에는 동굴에 그림을 그리고, 4대 문명으로부터 문자가 탄생하면서 모든 것을 문서화시켰다는 게 그 증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443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비로소 독립적인 기록이 가능해졌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전 국민이 사용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보급이 이루어졌고 이제는 누구나 기록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MZ세대에게는 새로운 ‘기록’이 필요하다. 현재의 기록과는 차별화된 기록 말이다.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앞서 *MZ세대가 지나온 기록의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MZ세대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고 하나, 아날로그식의 기록을 완벽히 탈피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88 서울 올림픽 당시 정부가 전산화를 장려하며 기업용 PC부터 차례대로 교육용, 가정용까지 보급했지만, 소셜 네트워크의 구축이 원활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여전히 일기를 쓰고, 사회에서는 다이어리 꾸미기가 열풍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을 기점으로 사람들은 이전까지는 없었던 세계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발견했다. 모르는 사람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은 기록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그 점을 파고들어 탄생한 싸이월드(Cyworld)와 같은 커뮤니티들은 2000년대 초반 PC 시대 속의 MZ세대를 구원하는 존재로 작용했다.
2010년 이후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기록은 철저히 모바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이제는 손안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써 내려가는 세상이 된 것이었다. 2012년 카카오스토리(Kakao Story)를 지나, 2015년 페이스북(Facebook), 2019년 인스타그램(Instagram)까지. 시간이 갈수록 SNS를 통해 기능은 다양하지만, 방법은 간단하고,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으면서도 관계망은 깊지 않은 기록으로 변모해갔다. 그러나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팬데믹(Pandemic) 상황이 현재까지 지속되며, 사회적인 통념이 자기 자신과 내가 느끼는 이 순간의 소중함으로 바뀌었다. 이때 참신한 것을 추구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의 특성이 맞물리며 새로운 기록이 등장한다. 바로 ‘네이버 블로그’다.
네이버 블로그는 2003년에 설립되어 20년 가까이 된 장수 SNS이다. 느림의 미학을 고스란히 가진 그 시절의 기록소는 단순함에 초점을 맞춘 신생 기록소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레트로 열풍과 역으로 풀어내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 블로그는 MZ세대의 일상을 담는 목소리가 되고 있다. SNS 프로필 상단에 블로그 링크를 적어두고, ‘주간일기 챌린지’에 꾸준히 참여하여 젊은 이용자의 비중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기록의 수단과 방법은 MZ세대 안에서도 다양하지만, 본질은 기록하는 행위에 있다. 글의 시작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은 기록의 역사에 살아 숨 쉰다. 그 근본은 자신의 어떤 것을 기록하고 싶음에 있으니, 어쩌면 네이버 블로그가 MZ세대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 본질을 거스르지 않아서’가 아닐까?
물론 변화가 익숙하고, 또 그것을 즐기는 MZ세대의 특성상 지금의 기록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어떤 새로운 기록이 등장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한 세대의 존재를 보여주는 역사이자 정체성이다. 그리고 비로소 ‘MZ세대만의’라는 이름의 기록법으로서 우리에게 숨을 불어넣을 것이다.

*M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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