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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은 편집국장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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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월) 조선업계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인 대우조선을 상대로 파업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임금의 30%를 올려달라고 주장했으며 이후 4.5% 인상된 임금에 합의하고 51일 동안의 파업을 종료했다. 왜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용주인 하청이 아니라 사용자인 원청에 책임을 요구했을까? 그들은 ‘사내하청’ 즉,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사내하청이란 원청업체로부터 업무를 도급받은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의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하청업체가 고용한 노동자를 사내하청 혹은 사내하도급 노동자라 한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 도급비를 지급하고 이를 하청업체에서 노동자에게 분배한다. 결국 원청이 주는 도급비가 노동자들의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국내 제조업체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는 결국 최저시급에 가까운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기 쉬우며, 정규직과 달리 연차에 따라 임금을 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8월 26일(금) 대우조선, 즉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파업에 대한 470억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조선업뿐만 아니라 여러 업체에서 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는 비율이 증가했다. 원·하청 구조는 책임을 회피하기 좋은 수단이다. 원청은 하청업체에 도급비를 지급하고,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며, 실질적인 노동업무를 지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으며, 실 고용주가 아니기에 ‘법적’으론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원청에게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부편집국장을 거치지 않고 편집국장이 된 기자에게 ‘책임’이란 단어는 전과 다르게 다가온다. 편집국장이 돼 느끼는 책임은 한낱 기자로서 선배 편집국장을 바라보던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편집국장은 기자가 받는 임금이나 복지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 예산이나 복지를 결정하는 최종결정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편집국장은 기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명령해야 한다. 하지만 기자의 임금을 조정하지 못하는 탓에 기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도 추가보수를 주지 못했고 이에 대한 불만 또한 제기됐다. 편집국장은 생각보다 많은 권한을 가지진 않지만, 책임은 있다. 기자들의 기획서를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마지막에 기사 피드백을 보는 것도 편집국장의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업무에는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만 업무에 따른 보상에는 관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자들이 복지와 임금에 대한 불만으로 파업을 선언한다면, 이를 편집국장의 책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원·하청 구조에서 책임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업체에만 화살을 겨냥하는 것에도 비판적인 시선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대우조선 파업의 결과가 하청 노동자와의 더 나은 교섭 책을 찾는 것이 아닌, 하청 노동자를 향한 소송이란 점에서 아쉽기도 하다. 정규직 고용 대신 하청업체를 택한 것 또한 원청업체의 선택이다. 설령 그것이 의도가 아니라도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편집국장은 매 호 마감 때, 취재할 때, 나아가 휴간 때도 연속된 선택의 장에 놓인다. 마감 절차, 기사의 방향성, 회의 시간, 업무 공지, 홍보 방식 등 매 순간 선택을 하는 동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기자들이 돌연 파업한다면 그것은 편집국장의 책임이 당연하다. 기자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며, 장(長)으로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처음 쓰는 달콤쌉싸름이니 결국 이 얘기를 하고 싶었다. 만일 홍대신문이 독자들에게 욕을 먹는다면, 화살은 편집국장에게 향해야 한다. 과한 의무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편집국장으로서 무슨 태도로 임할 것인지에 대한 다짐이다. 덧붙여 편집국장은 직접 기사를 쓰지 않기에 준기자나 정기자와는 다른 의무가 있다. 이번 학기 발간을 위해 수십 개의 기획서를 작성하고 나를 따라와 준 기자들에게도 전한다. 눈치 보지 말고 글을 씁시다. 책임은 편집국장의 몫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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