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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digital 전문성으로 일상에서 친절을 시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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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발전은 우리사회 곳곳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카페, 멀리플렉스, 식당에서 키오스크나 주문용 태블릿을 손 쉽게 볼 수 있고,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항에서 AI기계가 돌아다니며 고객들을 응대하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어린아이들도 스마트 폰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고 성인 못지않게 다양한 기능들을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또 어떤 기술이 발전되고 보편화 될지 기대가 된다. 이러한 빠른 기술력으로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반대로 여러 사회 문제들도 발생하고 있다. 가령 일상에서 사용되는 기술을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세대들의 고충이 그것이다.
약 7-8년 전에 영화를 보러 갔다 키오스크 예매기를 처음 봤을 때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더 이상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안도감에 기기가 너무 반가웠다. 하루 빨리 보편화 되어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올리고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길 내심 바랬다. 하지만 불과 10년이 되지 않아 어딜 가나 면대면은 점차 사라지고 조금씩 더 복잡해지는 키오스크 앞에서 갈 길을 잃은 손을 허공에 들고 헤맸던 경험이 이제 나에게도 한 두 번씩 늘어나고 있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봐야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어느덧 나도 사람에게 직접 주문하는 것이 더 편해졌고. 인간 대 인간으로 단골집에서 사장님에게 안부도 묻고 날씨 얘기도 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 마디라도 더 건네는 것이 더 좋은 나이가 된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되다보니 햄버거 가게나 카페에 있는 주문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분들이 남일 같지가 않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주문을 하는지 잘 모르고 주위에 직원도 없을 때 마냥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도저도 못하는 분들을 예전에는 뒤에서 기다리면서 내심 답답해했었는데. 이제 나도 저렇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이 스치니. 과연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지. 어떻게 도와드리는 것이 가장 좋을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20여 년 전 친절이 몸에 밴 문화권에서 유학을 하다 잠깐 한국에 들어왔을 때 일이다. 백화점을 들어가던 남성이 뒤에 오는 여성분을 위해 문을 좀 더 잡아주는 것을 보면서 참 매너 있다 생각했는데. 뒤에 있는 여성분이 그 남성을 째려보며 “이상한 사람이야”라고 불맨 소리로 쏘아붙이듯 내뱉는 말을 들으며 받았던 문화 충격이란. 누구든 원치 않은 도움을 받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고. 과잉 친절은 오히려 오해와 불쾌감을 낳을 수도 있다. 한 사례로 그 시대를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의 배려로도 불편함과 오해를 낳았던 시점이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주저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주위에 그 분을 도울 수 있는 직원은 없는지 나도 모르게 주변을 살피게 된다. 그러다 용기 있는 청년이 도움을 주면 그 청년에게 너무 감사하고 마음속으로 그 사람의 용기에 작은 칭찬과 응원을 보내게 된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경우에 자원을 하는 것은 오로지 마음과 용기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조금의 마음과 용기만 있으면 우리 주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과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무인가게나 키오스크 앞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분을 도와드리는 것, 화장실 세면대에서 센서로 작동하는 물 트는 법을 알려드리는 것, 센서 손 건조기 작동법을 내가 손수 작동하며 시범을 보이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몇 초만 수고하면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이다.

누구는 왜 나만 배려해야하는가, 나는 배려 받은 적이 없는데. 할 수 있지만 나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오늘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 나도 언젠가 누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지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나에게 일말에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 여유로 남에게 조그마한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나의 친절을 너무 당연히 여기는 사람. 나의 배려를 오해하는 사람. 또 가끔 정말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어 배려한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간혹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나의 호의를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크게 표현은 하지 않아도 웬만한 사람들은 타인의 작은 배려를 알아주고 감사할 줄 안다.

예전처럼 이웃과 가족처럼 지내고 마을에서 공동육아를 하며 옆집 아이까지 돌봐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빠른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가 더 멀어져가고 소통이 줄어들고 서로 나누는 감정이 너무 고갈되어 기계적인 관계만이 남을 수 있는 시점을 조금씩 늦춰가며 작은 친절과 조금씩 오가는 정과 배려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회가 좀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사람 사이 간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의 손길을 먼저 기다리는 것이 아닌 내가 먼저 내미는 건 어떨까 싶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아주 조금의 용기와 마음이 일어난다면 오늘부터라도 한 번 시작해보자. 나는 오늘 카페 키오스크 앞에서 서성이는 분을 보면 먼저 “매장”에서 드세요? 라며 먼저 말을 걸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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