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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즐거움을,나만의 감성을 찾아 떠나다

캘리그라피 작가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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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작업을 하고 있는 김연수 작가의 모습이다.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고 있는 김연수 작가의 모습이다.

누구나 하나씩은 마음의 문구를 가지고 산다. 세상을 살아가다 짧은 글귀를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짧고 개성있는 글씨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김연수 캘리그라피 작가를 만나보았다.


Q.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작업을 하는 캘리그라피 작가란 다소 생소한 직업인데 이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누구나 그렇듯 쉽게 넘어가기 힘든 방황기가 온다. 중학교 때 미술 공부를 시작하여 시각디자인 전공 후 북디자이너 일을 하던 중 어려운 시간이 찾아왔다. 현명하게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해보지 않았던 분야의 공부를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당시에 생소했던 캘리그라피인데, 2년간 배우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삶의 많은 걸 바꾸어 놓았다. 캘리그라피의 매력은 나의 감정을 입이 아닌 손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을 디자인에 곁들여 작업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이 작업에 흠뻑 빠져들어 많은 위로를 받았다.

Q. 캘리그라피 자격증 취득 방법과 캘리그라피를 하기 위해 캘리그라피 자격증 취득이 필수인지 궁금하다.
A. 
아직 캘리그라피 자격증은 국가공인 자격증이 아닌 민간 자격증이다. 캘리그라피 협회의 검정시험을 통해 지급되는 자격증도 있고 검정시험 없이 특정 수업 수료 후 발급 가능한 곳도 있어 취득하고 싶다면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술 분야의 많은 자격증이 그렇듯 캘리그라피 또한 자격증이 필수 요소는 아니다. 나 또한 캘리그라피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다양한 도구를 연구해 자신만의 특색 있는 작업 방식을 찾고 많은 글씨체를 표현해내는 방법을 익혀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작가로서 인정받고 강사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Q.작가님께서는 스튜디오 ‘깊은 방’을 운영하고 있다. 스튜디오 ‘깊은 방’을 운영하는 목적과 운영방식이 궁금하다.
A.
 10년 전 캘리그라피 작가 생활을 하며 혼자만의 작업 공간이 필요해 문을 열게 됐다. 깊이 연구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종로 익선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하여 여러 번의 변화를 거쳤는데, 캘리그라피 프로젝트와 소규모 강의, 기업 및 공공기관 강의, 기업 행사들을 주로 진행해 왔다. 밤낮없이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기업 작업들을 진행해 오다가 작년부터 피해 갈 수 없는 육아의 장벽에 맞닥뜨렸다. 봉태규님의 에세이 한 대목처럼 내게도 이제는 직업 없는 여성처럼 아이를 기르며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하는 파도가 치고 있다. 이전보다 작업에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중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캘리그라피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 상품을 공개하려 준비 중이다.

▲김연수 작가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스튜디오이다./스튜디오 깊은방
▲김연수 작가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스튜디오이다./스튜디오 깊은방


Q. 기업, 대학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캘리그라피 강의를 진행하는데, 강의는 주로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A. 
 대상과 주어진 시간에 따라 커리큘럼이 달라진다. 많은 강의를 진행하며 전문 강사가 된 후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롭게 커리큘럼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초보자를 위한 소규모 원데이 클래스부터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공무원의 청렴 교육 등 다양한 대상자들에 맞춰 커리큘럼을 구성하게 된다. 원데이 클래스는 짧은 시간 안에 캘리그라피에 대해 알아보고 집에 돌아가서도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목표로 삼는다. 12주 이상의 강의는 기초부터 다양한 작업 방법을 가르치며 작가 활동까지 가능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Q. 캘리그라피 프로젝트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대다수의 디자이너들은 채택되지 않아 쓸쓸히 폴더 안에 보관되어 있는 B컷 프로젝트들이 많을 것이다. 작업 시간이 길고 애정을 쏟았다고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거나 세상에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공개하지 못한 B컷보다 클라이언트의 선택으로 세상에 나와준 A컷만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음이 아쉽기만 하다. 폴더 안에 갇히기보다는 빛을 보게 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기억나는 프로젝트는 작년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와 MBC가 함께한 코로나 함께 극복 캠페인 영상작업이다. 70년 전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나라를 지켜냈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평화로운 일상을 다시 이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다. 배경의 모든 글씨를 손으로 작업했는데, 작업량도 많고 여러 프로젝트들이 몰려있던 시기라 3일 밤을 새워 진행했다. 다행히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와 TV에서 마주할 때 기뻤던 기억이 있다.

▲작가는 초보자를 위한 소규모 원데이 클래스부터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까지 다양한 캘리그라피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초보자를 위한 소규모 원데이 클래스부터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까지 다양한 캘리그라피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Q. 캘리그라피 작품을 완성하는 구체적인 제작과정이 궁금하다.
A.
 제작과정은 초보일 때랑 지금이랑 굉장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무작정 생각 없이 쓰기 바빴다. 손이 그만큼 안 따라주니 많이 써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조금 달라졌다. 지금은 많이 생각하고 구상하면 금방 작업으로 이어진다. 오히려 생각하고 구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 같다. 글 선정 같은 경우 직접 글을 짓거나 시집을 참고하는 편이다. 캘리그라피에서 글 선정을 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직접 짓는 것이다. 저작권법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글을 쓸 수 있다면 주로 시를 많이 읽고 쓰는 편이다. 캘리그라피 구상을 할 때는 음악이 중요하다. 공부할 때 약간의 소음이 필요한 것처럼 소음이 있는 게 좋다. 귀에 크게 들리지 않는 재즈 음악을 틀고서 내가 쓴 글이 어떤 도구에 적합할지 생각한다.

Q.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지 궁금하다.
A. 
예전에 윤종신님이 안정적인 가정이 생기니 작업할 때 감정이 살지 않아서 집에서 작업 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 이야기가 결혼 전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누군가와 애틋하게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에서 작품이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되니 작품 구상이 어려워졌다. 작품을 할 때에는 내가 조금 더 감성적일 수 있는 환경과 감성적일 수 있는 것들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집, 음악, 영화를 작업과 연결 짓는 것 같다.

Q. 최근 종이뿐만 아니라 태블릿을 이용한 캘리그라피가 한창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또한 주로 활동할 때 어떤 재료를 사용하시는지 궁금하다.
A.
 캘리그라피가 서예와 다른 점이자, 매력적인 점은 붓이 아닌 다양한 도구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책상에 놓인 메모지와 펜만으로도 작업이 가능하고, 많은 이들 손에 들려진 태블릿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시작은 그렇게, 부담 없이 즐겨야 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펜 한 자루일 수도 태블릿일 수도 있다. 캘리그라피가 먹과 붓을 통해서만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길가에 떨어진 나뭇가지, 쓰고 남은 나무젓가락, 청소나 할법한 칫솔, 당장 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수세미, 모두 재밌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학교폭력 관련 영상을 작업한 적이 있는데 그 작업에 수세미를 이용하였다. 보통 붓이나 붓펜처럼 펜의 형식을 갖춘 것만 상업화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특색 있는 도구도 상업화가 될 수 있다는 걸 봤던 결과물이었다.

▲실제로 작가가 길에서 주운 나뭇가지에 먹물을 묻혀 작업을 한 작품이다.
▲실제로 작가가 길에서 주운 나뭇가지에 먹물을 묻혀 작업을 한 작품이다.


Q. 캘리그라피 작가로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캘리그라피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돼서 좋다. 맨 처음 시작할 때 캘리그라피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렸다. 너무 생소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하는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 작가로서 기쁘고 뿌듯하다. 간혹 캘리그라피를 단순히 글씨만 잘 쓰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펜을 들고 글씨를 쓰면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보일 수 있는데 글씨를 쓴다는 작업은 많은 생각과 도구의 연구,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다. 단순히 누군가에게는 펜을 드는 행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가들은 그 안에 많은 노고와 노력,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캘리그라피 작가를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Q. 캘리그라피를 좋아하는, 혹은 캘리그라피 작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감성적인 사람에게 더 빨리 와닿는 작업이 캘리그라피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감성을 통해 긍정적인 문구를 써 내려가며 힐링이 되는 그 순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계속 오래 작업을 이어나가면 좋겠다. 장소, 도구에 구애받지 않고 즐겁게 탐구해 많이 작업해보는 것이 좋다. 누군가의 글씨를 똑같이 따라 쓰는 것보다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작업 방법을 갖는 것이 큰 힘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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