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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반려책’ 한 권을 키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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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 토막 난 서울대 도서관 대출’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논설이 모 일간지에 실렸다. 내용인즉, 2020년부터 서울대학교 대학생이 1년 동안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 1인당 평균 4권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우려 섞인 기사는 전혀 새롭지 않다. 매년 4월 23일, 즉 유네스코 지정한 ‘세계 책의 날(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면 비슷한 기사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현상이 대학생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 성인의 절반은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서 인구의 감소는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제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머지않아 초지능(Hyper-Intelligence)·초연결(Hyper-Connectivity)·초융합(Hyper-Convergence) 사회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IT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의 경고처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에 기반을 둔 미래 사회에서 분명 인간의 삶과 의식구조는 심대한 부정적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인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그런 질문이 없는 미래 사회에서는 인간이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사유를 가능하게 할 인류 최대의 발명품인 책이 있다. 물론 책 한 권 읽기 힘들 정도로 세상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어느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책을 다독하거나 정독하는 것보다 유익한 책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에게 유익한 그래서 인생을 함께할 ‘반려책’을 한 권 키워볼 때다.  
서양 최초의 서사시인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 적어도 그 이름을 들어봤거나 아니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아킬레스로 나왔던 『트로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설적인 이야기 정도로만 간주되었다. 하지만 이 믿을 수 없던 이야기는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에 의해 역사적 사실로 밝혀졌으며, 결국 그의 위대한 발견으로 그리스 문명의 선구라 할 수 있는 에게 문명의 실체가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의 ‘메클렌부르크-쉬베린’에서 태어난 하인리히 슐리만은 9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도 떨어져서 삼촌과 외롭게 살았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11세에 김나지움 학교에 입학했지만, 집안 사정이 더 나빠져서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어린 슐리만은 돈을 벌기 위해 가게 점원 등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고, 한 번은 선박의 객실 급사로 일하러 배를 탔다가 12일 만에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죽을 고비까지 넘기기도 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슐리만은 호메로스의 책에서 많은 위안과 힘을 얻었다. 또 슐리만은 후에 어른이 되어 책에 있는 내용이 사실임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 많은 시련과 고난을 이겨낸 슐리만은 결국 사업가이자 은행가로 큰돈을 벌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역사, 고고학 등을 공부하여 마침내 트로이를 발굴하는 데 성공하였다. 한 개인의 열정적인 노력으로 전설로만 존재했던 에게 문명의 실체가 드러났다.
하인리히 슐리만에게 성공과 명예를 가져다준 것은 바로 그가 평생을 같이한 아주 소중한 ‘반려책’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였다. 학교생활과 취업 문제 등으로 바쁘고 힘들 때 용기를 주고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자신만의 소중한 ‘반려책’ 한 권을 키울 때다. 한 번 읽고 잊어버리는 책 말고 항상 옆에 있어 언제든지 펼쳐볼 수 있는 책은 바로 우리의 소중한 그리고 영원한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떤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을 키울까를 두고서도 고민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처럼, 인생의 ‘반려책’ 한 권을 키우려는 진지한 생각과 노력을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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