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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즐거움을,아이티·테크 전문기자 한세희를 만나다

과학전문기자 한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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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 기자와의 인터뷰 모습
▲한세희 기자와의 인터뷰 모습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합니다.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약속 중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끌어내는지가 그 가치의 잣대가 됩니다.” 허준이 박사의 말은 전혀 언어와 상관없어 보이는 수학을 이용하여 수학적 정의와 언어적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어떤 정의도 허락하는 수학 분야처럼, 넓고도 깊은 과학 분야를 언어로써 풀어내는 한세희 과학전문기자를 만나보았다.

Q. 사학과와 국제학대학원을 졸업했는데, 과학전문기자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졸업 후 언론사 기자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 평소 보던 전자신문에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전자신문은 학교 다닐 때도 자료를 찾기 위해 가끔 봐서 친근했다. 전문 매체에서 일하다 보니 IT와 과학기술 관련 분야를 계속 다루게 되었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과학을 다루는 기자가 되었다.

Q. 전공인 인문학이 아닌 과학전문기자로 취재하면서 고충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이공계 전공이었다면 취재에 더 쉬운 부분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자는 무엇을 아는 것보다는 누구에게 무엇을 묻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다. 인문 관련 지식이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그런 기자들 각자의 전공이나 배경이 모두 각기 다른 관점의 기사를 낳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 같다.

Q. 2022년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박사와의 기자 간담회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이러한 인재가 우리나라에서 자라나기 위해선 어떤 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허준이 교수도 어딘가에서 말씀하신 거 같은데, 기다려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람마다 재능은 다른 시기에 다른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는데,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취업 경로는 너무 경직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사람을 뽑는 것에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에는 대학이 주체적으로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뽑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대학 예산을 교육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이 학생을 뽑고 관리하는 데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아직은 우리나라의 직업 인식이 많이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소위 ‘노가다’ 직종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인식이 좋지 않고, 이러한 인식 때문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기보단 공부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추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러한 점들이 사라져야 허준이 교수 같은 인재 양성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준이 교수 간담회 사진/출처: 한세희 기자 제공
▲허준이 교수 간담회 사진/출처: 한세희 기자 제공


Q. 예전에 근무했던 <동아사이언스>와 현재 활동 중인 <지디넷>은 과학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신문사로, 타 언론사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아무래도 과학 분야의 새로운 발견과 발전, 중요한 트렌드들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인 것 같다. 일반 매체의 과학 기사는 아무래도 특별한 발견이나, 성과를 이룬 과학자 개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지디넷>의 한세희 기자 소개/출처:<지디넷>홈페이지
▲<지디넷>의 한세희 기자 소개/출처:<지디넷>홈페이지


Q. 기자이자 과학 분야 전문가로서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사 소재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뇌 분야의 진전, 자폐와 치매 등 신경 분야 질병의 치료 방법,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동물의 의식 같은 주제에 요즘 관심을 두고 있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간다면 책을 읽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에는 잘 쓰인 입문서가 많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쉽게 쓴 책을 찾아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책뿐만 아니라, 재밌게 쓴 기사를 읽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논조나 소재가 마음에 드는 언론사를 구독해서 꾸준히 기사를 찾아 읽어 보면 관심을 펼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Q.과학 전문 기사에도 속보 기사가 있는지 궁금하다. 속보 기사를 맡아서 취재하는 담당 기자가 따로 존재하는지, 속보 기삿거리가 생긴다면 어떤 방식으로 취재가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A.
당연하게도 속보 기사가 있다. 과학기술부 정책 관련 기사나 누리호 발사 등 현장에서 추적해야 하는 기사가 그 예이다. 떠오르는 기사 중에 가장 속보성이 있는 것은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사망을 다뤘던 기사이다. 이와 같은 속보 기사가 발생하면 담당 기자가 해당 기관과 연결된 이들에게서 정보를 얻고, 이를 토대로 기사를 쓴다. 혹은 보도 자료가 발표되면 공개되어있는 자료들 모아 기사를 작성하기도 한다.
다만, 다른 분야에 비해 속보 기사가 적은 편이다. 평소에 준비할 수 있는 기획 기사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언론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사건을 빨리 보여주는 것이 업이기 때문에 속보기사는 당연히 존재한다.

Q.과학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는 것과 정책, 문화, 경제 등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취재 방법이나 소재를 정하는 방법 등이 궁금하다.
A.
큰 틀에서는 같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사안이 무엇인지,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취재하는 것이다. 과학의 새로운 발견이나 연구 성과를 소개하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다른 분야도 공부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상대적으로 독자에게나 기자에게나 직관적으로 쉽게 와 닿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 과학은 많은 경우 독자들이 쉽게 자신과의 연관성을 찾기 힘든 분야이다. 이를테면, 현재 우리가 쓰는 제품이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한 논의와 수십 년, 수백 년 시간을 두고 영향을 미칠 과학적 발견에 대한 접근은 다를 수밖에 없다.
취재 방법이나 소재를 정하는 방법은 다른 분야나 비슷하다. 잘 아는 사람, 불만을 가진 사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것, 그러면서 세상에 알려졌을 때 세상에 도움이 될 정보를 찾아야 한다는 점은 같다고 생각한다.

Q.기자가 쓴 하나의 기사가 지면으로 나갈 때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A
.보통 종이 신문 기준으로 말하자면, 우선 발제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소재를 조사해서 발제하는 것이다. 기획서 회의를 통해 기각 혹은 통과가 결정된다. 기존에 취재했던 소재는 내용을 보완하고, 완전히 새로운 소재는 취재를 통해 내용을 추가한다. 이렇게 작성한 기사는 데스크(Desk) 검토를 거치고, 국장도 확인한다. 일종의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다. 아마 홍대신문의 지면 마감 과정과 비슷할 것이다.

Q.발제 이후 기획서 회의를 통해 통과 혹은 기각이 결정된다고 했는데, 기획서나 기사가 기각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A.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문제가 있는 경우나 언론사의 논조랑 맞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가치가 맞지 않는 것이다. 혹은 주제를 받쳐 주는 사실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도 기각된다. 하나의 주제와 뒤받쳐주는 사실 정보의 논리적 연결성이 중요하다.

Q.기자는 매일 변화하는 이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트렌드 파악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남이 쓴 기사를 많이 본다. 특정 기자나 언론을 구독하기도 하고 외간지를 관심 있게 본다. 특히, 자연 과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논문을 게재하는 영국의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를 꾸준히 보고 있다. 이외에도 구글 키워드 알림을 통해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려 노력하고 있다.

Q.기자로서 가져야 하는 ‘기자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특히, 과학 전문 기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호기심인 것 같다. 본인이 일단 궁금해야 좋은 취재, 좋은 기사가 가능하다. 이 호기심이 독자들의 관심에 맞닿아 있어야 하고, 이왕이면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한세희 기자의 누리호 발사 보도 기사/출처:<지디넷>홈페이지
▲한세희 기자의 누리호 발사 보도 기사/출처:<지디넷>홈페이지


Q.과학 전문 기자 혹은 사회적 글쓰기 참여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린다.
A. 
전문적으로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지 않는다 해도, 자기 자리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며 글도 잘 쓰는 사람을 목표로 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글은 많은 경우 자기 경험과 내면을 반영한다. 치열한 경험을 하고 깊이 고민하면 글에 드러나고, 그것은 굉장히 강력하다.
하지만 글 쓰는 훈련도 필요하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선 먼저 생각의 훈련이 잘되어 있어야 하고, 이걸 글로 풀어내는 훈련이 또 필요하다. 이런 훈련을 잘해둔다면 기자나 사회적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뉴런의 형태를 모방한 회로를 만들어 인간의 뇌 기능을 모사하려는 공학 분야이다.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에서 두고 있는 일종의 장치로, 편집자나 기자 등 뉴스 결정권자에 의해 뉴스가 취사선택되는 과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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