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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위협받는 서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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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장을보는시민들/출처:연합뉴스
▲마트에서장을보는시민들/출처: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72.8%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와 같은 급격한 물가 상승률은 비단 아르헨티나만의 일이 아니다. 튀르키예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70.65%를, 스리랑카는 전년대비 60.8%를 기록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물가 상승률이 최고치를 찍었다. 각국들은 금리 인상 등을 통한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이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닥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8월 기준 전년대비 6.3%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9월에 이르러 0.6%p 낮은 5.7%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 추세는 한풀 꺾이는 듯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현재 전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겪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라는 뜻의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즉, 경기 불황 중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시, 물가가 상승하여 경제 불황이 유발되며 소비가 위축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게 되어 삶의 질이 하락할 수 있으며, 구매를 배제할 수 없는 생활 필수 품목들의 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된다. 또한 한번 오른 물가는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특히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명확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스태그플레이션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점이다.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경기 부양 정책을 시행할 시 금리가 인하되어 물가는 더욱 오르기에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하지만 반대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할 시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발생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발생의 주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반작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꼽힌다. 이들이 동시에 겹친 것을 통틀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 부르기도 한다. 따로 보았을 땐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 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즉,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닥친 것이다. 첫 번째,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시중에 풀어, 놓아 통화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화폐 가치 하락을 유발하여 결론적으로 인플레이션 발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두 번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하여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가해졌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산 석유의 공급이 크게 불안정해졌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산 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아랍권에 식량 위기가 닥치기도 했다. 높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나타난다. 스리랑카는 7월 초에 국가 파산을 공식 인정했다. 이 외에도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에 돌입했고, 라오스·가나 등의 외화 보유고도 바닥인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심각한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벌어지기도 했다. 여러 개발도상국들이 국가 부도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과거와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은 총공급과 총수요 곡선 그래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간략히 말하자면 총공급 곡선의 좌측 이동 즉, 총공급의 감소로 인한 현상이다. 총공급이 감소하여 물가 수준은 상승하고 산출량은 감소한다. 이는 *케인즈학파의 이론으로, 거시 경제학 중 단기 변동에 관한 설명이다. 이러한 경기 침체에 대해 케인즈학파는 정부가 총수요 곡선을 이동시켜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단기 총공급 곡선이 좌측으로 이동할 때 정부가 총수요를 확대하여 총수요 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산출량의 감소를 막아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 수준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현상이 아니다.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의 대표 사례로는 1970년대 ‘오일쇼크(Oil Shock)’가 있다. 오일쇼크란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의 가격을 인상하고 생산을 제한하여 야기된 세계 각국의 경제적인 혼란을 일컫는다. 오일 쇼크는 크게 1973년, 1978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1차 오일쇼크는 제 4차 중동 전쟁으로 인해 비롯됐다. 1973년 10월 석유수출국기구 회의에서 원유 가격을 17% 인상할 것을 발표했고, 이후 이스라엘이 매월 원유 생산을 5%씩 감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원유 수입국들은 전력·석유의 공급을 삭감하고 민간인에 대한 에너지 절감 요청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크게 하락했다. 제1차 석유 파동으로 인해 석유수출국기구는 국제석유자본(MAJOR)이 독점하던 원유 가격의 결정권을 얻게 되었고, 이는 *자원민족주의를 강화시켰다. 제2차 석유 파동은 1978년 이란의 국내 혼란과 이슬람 혁명으로 인해 발생했다. 당시 세계 석유 공급의 15% 정도를 차지하던 이란이 석유를 전면 수출 금지시킨 것이다. 이는 제1차 오일쇼크와 마찬가지로 경제 성장률 하락과 소비자 물가 급상승 등의 결과를 가져왔다.
2022년, 현 상황에 대하여 미 재무장관 재닛 옐런(Janet Yellen, 1946~)은 “현재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적 위기에 처해있다”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현재 경제 성장률 하락 속도가 1970년대 오일쇼크보다 2배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전 세계가 생산을 유지하고 무역 장벽을 낮추는 등의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나 세계 각국은 자국민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기에, 이는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급격한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을 보였다. 전년대비 소비자물가지수가 6개월 만에 무려 2.7%p 급등한 것이다. 이에, 대한민국에서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 양극화 현상이란 특정 소비자 집단 간 소비 수준의 양극단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소득 계층 간의 소비 격차를 일컫는 말로,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일수록 고가품에 대한 소비가 커져 상대적으로 저가 제품을 소비하는 저소득 계층에 비해 높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대한민국의 2022년 1분기 소매 판매액 증감률에 따르면, 고가품과 명품의 판매 비율이 높은 백화점과 저가 제품 및 할인점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주 고객층이 중산층인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030세대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가 줄고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 ‘알뜰족’이 등장했다. 알뜰족은 돈을 아끼며 규모 있는 지출을 하지 않는 사람, 또는 그런 무리를 이른다. 또한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 위해 며칠 동안 지출을 전혀 하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 중이다. 증가하는 외식 비용 탓에 끼니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편의점 간편식의 매출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물가 안정’이다. 현 상황을 보았을 때 물가를 안정시킬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금리 인상’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당시, 예고했던 대규모 지출, 감세 정책은 정부 재정 지출의 확대로 이어져 물가 상승세를 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 상황과 모순되는 정책 방향성이란 비판을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30일(월),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치솟는 물가를 잡고자 했다. 또한, 지난 8월 11일(목) 개최된 대통령 주재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배추, 무, 양파, 마늘 등의 공급 확대 △명태, 고등어의 정부 비축분 전량 방출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발행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정책의 효용성은 미지수다. “2023년도 예산안에서 지역 화폐 예산이 0원으로 책정된 상황에서 정부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 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13일(수), 기준 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을 단행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이다. 이창용(1960~)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3분기 혹은 4분기에서야 물가가 정점에 다다르고 이후 완만한 속도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빅스텝 이후에도 지속적인 기준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심화의 우려에도 우선 물가를 잡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정점을 찍고 감소세를 보인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여전히 물가는 높고 한번 오른 가격은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내년 2023년,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는 경제적으로 어두운 전망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 위기도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 극복했다. 역사에 따른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경제는 순환한다는 것이다. 즉 경기 침체의 시대가 왔다면 언젠가 경기 호황의 시대도 반드시 온다. 시기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는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기둥이 되어 줄 것이다. 이번 스태그플레이션을 돌아봤을 때, 현 정부는 국민의 대부분은 서민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부자가 살기 좋은 대한민국은 옳지 않다. 정부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까지 포용할 수 있는, 서민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케인즈학파 : 1929년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자본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면서 생긴 학파. 정부의 지출을 늘려 사람들의 소득을 올려줘야 소비가 살아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통해 경제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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